9. 어법체계를 벗어난 소절과 구
예문
기상이변/***
떡갈나무 추시계는/ 복제된 시간을 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강. 산. 마을. 도시를 지나
세속의 무대에 올라 악보 없는 연주를 한다.
-중장 ‘도시를 지나’ ‘연주를 한다’는 어디서 연주를 한다는 말인지 어색하다
‘시간을 끌고 도시에서 연주를 한다.’처럼 문장 연결이 되어야 자연스럽다.
예문
종장;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꺼번에 /지나간다.
*문장의 연결성 결여. 전구는 소절 연결이 안 된다. 즉 하나의 소절이다.
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사례이다.
이 밖에도
*이윽고 푸른 밤의/ 끝자락에 이르렀다...............초장
*출어기 노선장의/ 눈썹처럼 꿈틀댄다.................중장
*첫 배 탄 놀빛 아침의/ 정수리가 보인다............종장
10. 비유와 상상력
시조는 비유가 생명이다. 상상력은 체험이나 경험에서 얻어진 산물로 시조를 맛깔나게 만드는 필수 요소이다. 마치 비빔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는 맛이다.
윤동주 생각/김해석
가모가와 경찰서 앞을 무겁게 지나노라니
문득 철창에 갇힌 윤동주가 뛰어 나와
지금은 어떠하냐고 조국 안부 묻는다.
-중장과 종장이 상상력을 발휘한 표현이다.
한여름 산세베리아 / 김옥중
더위가 대군을 몰아 성 밖을 에워싸니
수천 번 전투에서 창 하나로 살아와서
이제는 화분에 앉아 전쟁사를 읽는다.
-전체가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이다.
11. 닫은 시조, 열린 시조
(1)닫은 시조; 종장을 화자의 결의를 나타낸 것으로 말미는 반드시 종결어미로 마감 되어 있는 시조
예문;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성삼문의 <이 몸이 죽어가서>
(2)열린 시조; 종장을 화자의 결의가 없이 마감한 것. 또는 명사로 마감한 작품
명사로 마감한 작품은 도치법 문장이 아닌 한 대부분이 마감을 못한 진행형인 상 태, 즉 추가로 할 말이 남아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종결은 되었으나 결의가 없는 작품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무명씨의<나비야 청산가자>
명사로 마감된 작품: 창으로 부르기 위해 고의적으로 말구 ‘하여라, 하노 라’ 같은 허사를 생략한 경우 외에는 보이지 않음. 이 경우에도 종장 마감 은 ‘하리라,’가 생략되었을 뿐이다.
예; “차라리 향곡에 묻혀 농업이나”/이세보
고시조에서는 종장 마감을 열린 상태로 둔 경우를 찾기 어려우므로 현대시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현대시조 예문;
현대시조 종장; “희뿌연 새벽 신작로 소실점으로 멀어지던...”
***의 <서리> 종장
종장 말구가 ‘멀어지던....’으로 마감이 되어 아직도 문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임.
“지상의 쓸쓸한 숲속, 길 떠나는 보헤미안”
***의 <달팽이 화가>
종장 후구가 ‘길떠나는(관형사) 보헤미안(명사)’으로 마감되어 길 떠나는 보헤미안이 어떤 행동으로 결말을 낼지 모르는 상태.
“드르륵 털털터덜덜 드르르륵 턱터덜”
***의<코마>
시조인지 자유시인지 알 수 없는 마감으로 의성어만으로 마감은 무의미하다.
“오늘은 저녁 끼니도 건너뛸 모양이다.”
***의<늦은 식사>
‘모양이다’처럼 종결어미는 두었으나 화자의 결의가 전혀 없는 마감이다.
이중창의 가슴 뚫고 침투한 바이러스,
두 눈부터 심장까지 속수무책 번집니다
밤새워 토해내어도 멀미되어 오는 당신// ***<응급실> 첫 수
예문의 종장을 보면 ‘멀미되어 오는 당신’이 어떻게 된다는 말인지 결론이 없다.
이 작품의 주어는 초장의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와 ‘당신’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문맥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으므로 별개의 문장처럼 보인다. 만약 ‘당신’을 바이러스를 지칭하는 의미로 쓴 것이라면 더욱 문제가 된다. ‘당신’은 사람 간에 쓰는 말이다.
‘바이러스’에게 인간이라는 존칭을 쓰는 표현은 아무리 보아도 지나치다.
‘토하다’와 ‘멀미’는 뉘앙스가 비슷한 말이다. 이 역시 피해는 것이 좋다.
이런 작품이 현대시조의 주류가 된다면 시조의 미래는 어둡고 세계화는 요원해 진다.
위 현대시조 예문을 보면 문장이 끝나지 않았거나 결의가 없이 마감을 하였는데 아무리 시대에 따라 시조 작품의 변화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되는 종장의 마감처리라 생각한다. 기초가 튼튼한 건축물처럼, 예술성 있는 아름다운 작품은 기본을 지키는데서 출발해야 하며 각자의 사명감에서 만들어지고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꿈은 이런 사명감 속에서 완성될 거라고 확신한다.
시조의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면 시조의 세계화는 한낱 구호일 뿐이며 이러한 정체성 확립은 고시조에서부터 출발 되어야 한다.
문의; 010-8732-8551 ohr2610@hanmail.net 김흥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