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대입선진화 연구회''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를 받아 마련한 ''수능체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된 개편안이 공청회를 거쳐 10월 경 확정되면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게 될 2014학년 수능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래 20년 만의 변화이고, 응시 횟수, 응시 과목, 출제 방법 등 대대적인 개편 내용을 담고 있어 갑작스런 발표에 현 중학생들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까지 대학입시에서 수능 성적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고 발 빠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중학교 때부터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중장기 학습계획을 세워 공부하고 있어 놀라움은 더욱 컸다. 발표된 개편안의 핵심내용에 대한 학생, 학부모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시험횟수 2회, 시험과목 축소, A·B형 수준별 시험
발표된 수능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수능시험 횟수를 연 2회 실시한다. 둘째,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수준별로 2개로 나누어 A형(현재보다 쉬운 수준)과 B형(현재 순준)으로 출제한다. 셋째, 사회·과학 탐구영역을 각각 통폐합해 한 과목만 응시한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수능 분리여부는 추후 결정키로 했다.
*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주요 개편사항
#1 수능시험 복수 시행
- 수능을 연 2회 시행해 응시기회 확대(11월에 15일 간격, 2회 시행) - 수험생의 희망에 따라 1~2회 응시하고 2회 모두 응시했을 경우 학생이 원하는 시험과목 성적을 대학에 제출 - 복수 시행될 경우 두 시험 간의 점수가 동등화될 수 있도록 표준점수 산출 방식 등 개선
#2 수준별 수능시험 제공
- 국어·영어·수학 두 가지 수준(A·B형) 시험 제공
- 심화형인 B형은 최대 2과목까지 응시 가능하되 국어B·수학B 동시 선택 불가
#3 사회·과학탐구영역 시험과목 조정
- 현재 사회 11개와 과학 8개 시험과목을 각각 6개(지리·일반사회·한국사·세계사·경제·윤리)와 4개(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로 통합
- 통합된 시험과목 중 1개 선택 응시
#4 제2외국어·한문영역 수능 분리 또는 현행 유지(추후 결정)
#5 직업탐구영역 개편 및 선진화
#6 수능 출제방식 개선
-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교과목 위주로 문항을 출제하되 다양한 출제방식 도입
* 자료 :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
2회 응시와 과목 축소에 대해 수능부담 덜어 긍정적 반응
수능 2회 실시와 시험과목 축소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작년에 입시를 치른 딸과 현재 중3인 아들을 두고 있는 대치동의 A씨는 "작년에 딸아이가 수능시험을 보기 보름 전에 대유행이었던 신종플루로 고생해서 시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시험을 두 번 볼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3인 아들은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또 서초동에 사는 고1 남학생의 학부모 B씨는 "아들이 순간집중력은 좋은데 인내심이 부족하고 긴 시간 시험을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모의고사에서 실수가 많다. 시험을 두 번 보고, 시험과목도 줄어들면 이런 단점이 보완될 수 있을 텐데 중3부터 적용된다니 아쉽다"고 했다. 현재 중3인 A군은 "항상 시험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실수가 많은 편인데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니 잘된 것 같다"고 말했고, 마찬가지로 중3인 B양은 "탐구과목이 너무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뭐가 뭔지 사실 몰랐는데 하나의 과목만 선택하면 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번의 시험기회가 주어지는 것과 탐구과목의 통합·축소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수준별 출제와 외국어·한문 영역에 대한 일희일비(一喜一悲)
시험횟수나 응시과목 축소에 대한 환영의 입장과 달리 국·영·수의 수준별 출제와 외국어·한문 영역의 수능 분리여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과학고를 준비했다가 일반고로 진로를 바꾼 중3 C군의 학부모는 "그동안 과학고를 준비하면서 수학과 화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했었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 과목은 자신 있지만 국어를 못해 불안했었는데 이과 학생은 국어를 쉬운 유형인 A형으로 선택하게 되어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다"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과 진로를 생각했던 학생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과를 희망하지만 상대적으로 국어에 강점이 있었던 D양은 "제 꿈이 생명공학자라서 이과로 진로를 희망하지만, 국어를 잘해 고등학교 진학 후, 수학의 약점을 언어로 극복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수학공부를 더 해둘 걸 잘못했다"고 말했다. 외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E양은 "수능에서 제2외국어 시험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외고에 진학하면 제2외국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하니 진로를 다시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수준별 출제와 외국어·한문 영역의 분리여부에 대해 대체로 수학·과학 심화 공부를 해왔던 이과 희망 학생과 학부모들은 반색을 표명했고, 외고준비를 해왔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내신과 대학별고사 강화에 대한 우려
개편안이 확정되어 실시될 경우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변별력과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학부모들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치동의 학부모 A씨는 "강남지역에서는 특히 상위권 내신 경쟁이 치열한데 수능변별력이 약해지고 내신의 실질반영률이 높아지면 아이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도 일부 과목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비해 시험은 너무 어렵게 출제돼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시험이 더 어려워진다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고, 학부모 B씨는 "고교가 다양해지면서 학교간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내신 실질반영률이 높아질 경우 이를 어떻게 반영해 줄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또한 삼성동의 학부모 C씨는 "수능 변별력이 약해지면 상위권 대학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텐데 그러면 아이가 일찍부터 논술이나 면접 준비를 해야 해 공부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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