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국화 -
늦가을 고향 뒷산 자드락 길에 피곤 하는 쑥국화
송이송이 따다가 말려 씁쓰름한 맛과 향기를 우려 마
시고 달려갔는데소복 차림 서넛이 쑥국화 위에 하
얀 밀가루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산골 다랑이 논 근처에서 땔나무 한 묶음을 머리에
이고 자드락길 내려오다가
쑥국화 떨기 꺽어 킁킁 향기 맡던 홀엄씨.
시동생들 시집 장가 보내고. 유복자 하나 이끌고
광주로 가서 파출부 노릇하며 대학엘 보냈는데. 금
남로
피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돌아오지 않자.하루도 빠
짐없이 세 끼 밥지어 차려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
다가. 가슴에 든 푸른 멍이 피고름 되어 죽어.
시동생들이 그녀 유골 가루를. 산 다랑이 묵정논에
뿌리고 남은 것 몇 줌을 꿀벌 잉잉거리는 황금색 쑥
국화 송이송이에 뿌리주고 있었습니다.
- 한승원 시집[달긷는집]중에서 -
첫댓글 왠지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되는데 왜 그라요?
유복자를 잃고난 어미의 한...... 지금이순간 저도 눈가에 이슬이 나도 모르게 맺혀있습니다.
인생역정이 한 줌의 재로 소진되는 ,,,,비로소 쉴 수 있는 곳이군요.
5.18 의 ......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고깊은곳까지 스며들어 도려낼수도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