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7일 대구지역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표나고 동선이 공개되면서 몇 주간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대구 시민들의 일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손상되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에 더욱 철저히 했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상은 일상이 아닌 걱정이 되어버렸다.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당장에 예약되어 있는 모든 교육 일정을 취소하고 직원들과 동선을 체크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직접적인 만남을 줄이고 우리가 감염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건강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을까? 지역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바로 이웃을 살피는 일. 갑작스런 확진자의 증가로 인해 마스크의 필요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그 필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여서 면마스크를 제작해서 나눔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직원들과 함께 어떻게 동참을 하면 좋을까?..고민하다 각자 집에서 잠자고 있는 손수건을 모아 면마스크를 제작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보통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터라 우리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함께 모여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기획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해서 청소년들 4명과 함께 우리 직원들이 면 마스크를 만들기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손수건을 기부해주시고, 집에서 잠자고 있거나 차곡차곡 모아두셨던 원단을 기부해주셨다. 처음엔 100장을 만들어 기부하자~ 하고 생각했던 손수건은 이번 주로 300장이 넘어가고 있다. 대구 쪽방 상담소와 경산·경북 이주노동자 센터에 마스크를 전달하면서 현장상황을 보고 들었다. 그 상황이 나에게 두 가지의 배움이 되었다.
우선은 쪽방 거주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의 필요를 아시는 현장 활동가들이 계시기에 마스크를 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분들이 먼저 걸음하신 그 걸음에 감사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감수성이 우리에게 큰 배움이 되었다.
또 하나의 배움은 바로 권리에 따른 책임이었다.
무리가 만든 마스크에 2/3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눠졌다. 주민등록번호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정책이 실행되면서 비교적 질서있고 공평하게 마스크가 나누어진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가질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느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일을 포기하고 줄을 서더라도 살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 또한 우리에게 공정한 정책이 누군가에게는 기회조차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기에 당연한 권리를 가진 우리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살피고, 돕는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에는 늘 이런 단어와 마주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와 공감하고 우리가 먼저 움직이며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사회적 감수성, 그리고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을 상실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살펴보는 마음. 내가 늘 그 경계에 서 있으면서도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생각을 자꾸 이어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거창하진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변화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첫댓글 공감~~멋진 사람들이 많아서~~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