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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을 넘어, 세상의 차별을 넘어 탈선하자’는 취지로 활동하는 이들의 주요 활동 지역은 대구시 8개 구군 가운데 장애인거주시설의 생활인이 50명 이상인 지역으로, 남구청, 북구청, 동구청, 수성구청, 달성군청이 여기에 해당한다. 탈선 활동가들은 오는 17일까지 해당 구청을 찾아다니며 △더 이상 수용시설 짓지 말 것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올 수 있게 지원할 것 △장애인이 시설로 안 가게 자립정책을 확대할 것과 같은 요구안을 전달하며 탈시설 권리보장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러한 탈선의 활동이 5박 6일차에 이른 가운데, 전근배 대구주재기자가 14일 저녁 8시경 당일 숙소인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에서 탈선 활동가 최관용, 박상숙 씨를 만났다. 최관용 씨는 대구 동구 신천동에 사는 27세 남성으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이다. 박상숙 씨는 뇌병변장애 1급인 34세 여성으로, 대구 달서구 신당동에서 산다.
대구에서 장애인들의 '탈선'을 권장하는 중증장애인 그룹이 생겨나, 4월을 맞아 집중 활동을 벌이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40명에 이르는 '탈선-탈시설투쟁 선봉대'를 꾸려 지난 4월 10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대구 지역 '순회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비마이너 : 지역 투쟁단 이름이 ‘탈선’이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탈선 투쟁단의 기획 의도도 알려달라.
박상숙 : 내가 바로 '탈선'이다. 시설에서 직접 살아왔고, 자유롭지 않으며 억압적인 상황 속에서 로봇처럼 움직이라는 대로 먹으라는 대로, 자라는 대로 자며 살았다. 그래서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동하러 왔다. 세상에서 내가 겪었던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시설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가지고 자립 의사가 있으면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에서 자유롭게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악마로 변해서 탈선(탈시설)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최관용 : 장애인들만 시설에서 살면 안 된다. 시설을 없애기 위해서 탈선하는 거다. 더 이상 시설을 짓지 말고 그냥 장애인들이 원하는 공간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마이너 : 탈선 투쟁단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최관용 : 나는 처음으로 활동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다. 울산(시설)에서 못 했던 말을 대구에 와서 하고 싶었다. (인터뷰 하단 [못 다한 이야기] 참고)
비마이너 :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박상숙 : 각 구청에 다니면서 우리가 활동하는 것을 알리고, 민원을 넣고, 더 이상 시설을 짓지 말 것을 요구한다. 시설을 더 지으면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장애인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설을 축소시키고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활동한다.
비마이너 : 오늘은 어디에서 어떤 활동하셨나?
최관용 : 동구청에서 공무원들과 면담하고, 구호 외치고, 탈선 회의하고, 노래도 배우고... 여긴 놀러온 게 아니다. 나는 진지하다. 그냥 놀러온 게 아니다.
비마이너 : 찾아간 곳에서 특별한 반응이 있는가?
박상숙 : 예상치 않은 반응이었다. 공무원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이전까지는 구청에 들어가려고 해도 못 들어가게 했는데... 오히려 친절해서 무서웠다.
최관용 : 찾아간 곳 중에서 탈시설을 약속한 곳이 있다. 그런데 약속을 안 지킬 것 같아서 걱정된다. 약속을 어길 시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비마이너 : 탈선엔 몇 분 정도가 함께하고 계신지? 참여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박상숙 : 40명 정도 참여한다. 실제 탈시설한 사람들과, 가정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다가 자립하거나, 자립의 의사가 있는 장애인들이 모여서 활동한다.
비마이너 : 활동보조가 많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분들이 야외에서 숙박하며 며칠씩 지내고 계신 건데, 지낼 만한지 궁금하다.
박상숙 : 지낼 만하다고 하면 이상할 것 같다. 나는 왜 우리가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우리가 고생하는 것 같다. 고생하는 의미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이런 고생을 하면서 느낀 것은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고자 할 때,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가 이상해서 이런 지원들이 잘 되지 않는데, 많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집을 벗어나서 몸과 모든 것을 버리고,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밖에서 고생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도 재미가 있고, 이번 기회로 시설이 더 없어졌으면 좋겠다.
비마이너 : 내일부터 어떤 활동하시나? 이후 계획이 궁금하다.
최관용 :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9시 반쯤에 빨리 준비해서 모일 예정이다. 9시 반부터 10시에는 수성구청으로 이동하고, 수성구청 가면서 범어역 네거리에서 쭉 한 바퀴 돌면서 선전전을 하기로 했다. 17일까지 탈선 활동을 하고, 17일에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집회를 한다. 16일에는 세월호 참사 1년 집회에 참여한다.
박상숙 : 구청을 다니면서 탈시설을 알리고, 민원을 넣는 활동,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는 공연, 거리행진 등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예정이다. 기대된다.
비마이너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박상숙 : 시설에서는 이용인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자립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다. 또 다른 시설을 짓지 말고, 제도를 똑바로 바꿨으면 좋겠다.
[못 다한 이야기] '탈선' 활동가 최관용 씨의 탈시설-자립생활이란?
-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울산의 한 아동시설에 있을 때에는 자립을 생각한 적 없었어요. 일반 사람들, 어린 사람들이랑 있었어요. 그 다음에 살게 된 언양에 있는 시설에서도 그랬구요. 그렇게 스무 살이 되었어요. 그때쯤 되니까 아버지가 “이제 스무 살 되었으니까, (장애인)시설 가볼래? 가면 좋다”, “맛있는 것도 주고”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거기만 가면 좋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바로 시설에 짐을 싸서 갔어요.
결국 그냥 집 나왔어요. 시설 선생님이 원장님한테 일렀어요. ‘잡아와라’했나 봐요. 시설 선생님 두 명이 잡으러 오는 거예요. 저는 빨리 나왔죠. 근데 결국엔 잡혀 들어갔어요. 다시 집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날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다음 날 화나서 울면서 또 (집을) 나갔어요. 근데 그걸 창문으로 또 봤어요, 시설 선생님이. 또 원장님한테 이른 거예요. 계속 그러다 3년이 지났어요. 그러다 원장님이 대구에 아는 분이 있다면서 거기로 가라고 해서 여기(자립생활 체험홈)에 오게 되었어요. - 자립이 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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