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재에서 신불평원까지 쉼없이 물결치는 은빛 억새
산과 들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단풍 소식은 이제 막 설악산에서 시작되고 있지만 부산 가까운 곳의 산들도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이미 야생화는 물갈이돼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무성하게 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교의 산에서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는 억새라고 할 수 있다.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억새 물결만큼 가을 산을 잘 상징하는 것도 드물 것이다. 억새라면 부산 시내에도 승학산이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영남알프스를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다.
◇ 하늘억새길 3개 구간 이어서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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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신불평원 억새밭을 지나고 있다. 명불허전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으리만큼 신불평원을 지나는 동안 억새의 물결에 파묻히게 된다. 이곳의 억새는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산꾼이 꾸준히 찾는 산행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억새의 계절을 맞아 영남알프스 가운데서도 유명한 하늘억새길을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하늘억새길은 전체 5개 구간이 배내골을 가운데 두고 울산시 울주군 내에서 서로 연결돼 원형으로 순환하는 형태다. 여기엔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만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천황산 등 5개나 된다.
하늘억새길 5개 구간은 배내고개~간월재(달오름길), 간월재~영축산(억새바람길), 영축산~죽전마을(단조성터길), 죽전마을~천황산(사자평억새길), 천황산~배내고개(단풍사색길)로 나뉜다. 근교산 취재팀은 첫 번째로 배내고개에서 간월산과 신불산 영축산을 거쳐 죽전마을까지 3개 구간을 연결해 소개한 뒤 죽전마을에서 재약산~천황산~능동산~배내고개까지 2개 구간을 이어 걸을 예정이다. 5개 구간 가운데 도로와 접해 차량을 이용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배내고개와 죽전마을 두 곳뿐이므로 이곳을 기점이자 종점으로 해서 산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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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문산(오른쪽)과 천황산. |
이번 코스는 배내고개를 출발해 오두산 갈림길~장군평~배내봉 정상~선짐재~간월산 정상~간월재~신불산 정상~신불재~영축산 정상~단조성터~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를 거쳐 배내골 버스 종점에서 마무리한다. 총 산행거리는 16㎞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6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7시30분 안팎 걸린다. 다만 억새 구경에 한눈을 판다면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배내고개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터널 위로 올라가면 남쪽으로 바로 넓은 오르막길이다. 50m 정도 가면 하늘억새길 이정표(배내봉 1.4㎞, 간월산 4㎞)가 서 있고 침목 계단 길이 시작된다. 계단은 장군평 직전까지 1㎞ 가까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침목이 뜨거나 뒤틀린 곳이 많아 주의해서 올라야 한다. 200m가량 올라가면 왼쪽으로 오두산 가는 길이 갈라진다. 여기서 뒤돌아보면 뾰족한 가지산 정상부가 살짝 드러난다. 고도를 높이면 여기에 더해 운문산의 육중한 모습도 보인다. 억새도 차츰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나중에 만날 군락지에 비교하면 '예고편'에 불과하다. 갈림길에서 20분 정도면 사방이 탁 트이고 완만한 장군평에 올라선다. 여기서 정면에 보이는 배내봉은 완만한 길을 따라 5분 정도면 닿는다.
◇ 간월재 전후한 구간엔 포장하듯 데크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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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에서 내려다본 신불평원. 뒤로 신불산이 우뚝 서 있다. |
키 큰 나무가 없는 배내봉(966m) 정상에서는 사방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뒤로 고헌산과 가지산 운문산 억산 천황산 재약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좌우로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간월산과 신불산이 가까이 서 있다. 배내봉뿐만 아니라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정상에 설 때마다 조망의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숲 속과 능선을 오가는 길을 따라 30여 분이면 안부에 내려서기 전 마지막 봉우리를 지난다.
탁 트인 바위에 '간월산 249지점'이라는 119표지목이 있다. 바위에 서면 언양 방향으로 천질바위가 내려다보인다. 5분 정도 내리막을 가면 널찍한 바위가 있는 안부가 선짐재다. 왼쪽 길은 천상골을 거쳐 알프스산장 앞으로 내려간다. 직진해서 오르막에 접어들면 나무 계단을 지나 이정표(간월산 0.3㎞)가 선 삼거리다. 이정표에 표시되지 않은 오른쪽 내리막은 내리정 방향이다. 10분이면 간월산(1037m) 정상이다.
간월산 정상에서 10시 방향으로 이정표(간월재 0.8㎞) 지나 길이 이어진다. 잠시 뒤 간월재 억새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가량이면 전망데크에 닿는다. 데크 끝은 간월공룡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억새가 좌우로 무성한 계단을 내려서면 곧 간월재다. 간월재엔 휴게소와 대피소 두 동의 건물이 새로 들어서 있다.
길은 맞은편 신불산 방향 침목 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좌우로 억새밭이다. 잠시 돌길을 걷다가 예전 길을 폐쇄하고 새로 만든 데크 계단을 한참 오른다. 이어 이정표(신불산 0.9㎞)를 지나면 곧 전망데크다. 탁 트인 바윗길을 잠시 걸으면 또 다른 전망데크 삼거리다. 오른쪽은 신불산휴양림 방향이다. 왼쪽으로 가면 곧 신불산(1159m) 정상이다.
◇ 1000m봉 3개 지나지만 억새에 취해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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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에서 신불산 오르는 길의 억새밭. |
신불산에서는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불재 방향으로 50m 정도 내려가면 삼남면에서 세운 빗돌이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신불공룡능선으로 간다. 답사로는 직진 내리막이다. 목재 데크 계단 길로 신불재에 내려섰다가 다시 맞은편으로 오른다. 영축산 정상까지는 완만한 길이다. 30여 분이면 금강폭포 갈림길을 지난다.
금강폭포 아래는 군부대 사격장이 있어 출입을 통제한다. 직진해서 10분이면 방화선과 만나는 지점에 이정표(영축산 0.3㎞)를 지난다. 이 지점에서 영축산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길은 하늘억새길 이정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자칫 길을 헤맬 수 있다. 왼쪽 끝의 능선 길로 올랐다가 다시 방화선으로 되돌아 내려오면 된다. 이정표에서 영축산(1081m) 정상은 10분이면 된다.
영축산 정상에서 내려선 뒤 계속 방화선을 따라 내려간다. 도중에 로프로 막혀 있지만 무시하고 끝까지 내려가면 하늘억새길 이정표(신불산휴양림 3.1㎞)가 있다. 습지의 억새 사이를 지나면 곧 단조성터를 지나고 안내판 앞에서 20m가량 내려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단조샘이 있다. 되돌아 나와 계속 내려간다. 배내고개에서 신불재 사이와 달리 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대신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샘에서 4~5분 가면 Y자 삼거리다. 왼쪽 길은 백팔등과 청수골 방향이다.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20분 정도 몇 차례 작은 물길을 건넌 뒤 조금 넓은 계곡을 건너 맞은편으로 올라서면 이정표(신불산휴양림 2.3㎞)가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 오르막은 신불재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완만한 흙길을 걷다가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을 10분 정도 가서 데크 계단을 내려서면 임도다. 오른쪽은 파래소폭포로 이어지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곧 휴양림 야영 데크를 지나 입구다. 파래소교를 건너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10여 분 내려가서 하늘억새길 이정표를 따라 죽전마을 방향으로 다리를 건넌다. 이어 왼쪽으로 꺾어 콘크리트 도로를 걷는다. 도로 끝에서 스테인리스 난간이 있는 길을 지나 다시 넓은 콘크리트 도로를 잠시 걸으면 베네치아산장 앞에서 다리를 건넌다.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죽전마을이지만 포장도로를 1㎞ 이상 걸어야 한다. 이번 답사는 왼쪽으로 100m가량 가면 나오는 배내 버스종점에서 마무리했다.
# 떠나기 전에
- 5개구간에 대중교통 닿는 곳은 두 곳뿐
하늘억새길은 고개와 봉우리에서 시작과 끝을 맺는 구간이 많다. 이번 하늘억새길 답사에 나서면서 세 개 구간을 한 번에 묶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늘억새길 5개 구간의 기점과 종점 가운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죽전마을과 배내고개뿐이다. 나머지는 간월재와 영축산, 천황산으로 한 구간의 기점으로 잡기 어려운 곳이다. 이처럼 구간을 나눈 것은 구간별 거리를 안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구간에 따라 나눠 답사에 나서려는 사람을 망설이게 한다. 그 때문에 접근이 쉬운 간월재 전후의 두 구간에 사람이 몰린다. 등산로 정비도 유독 간월재를 전후해 집중해 있다.
영축산과 천황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이면서 양산시나 밀양시와 경계를 접한 구간은 등산로 정비는 물론이고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듬성듬성하다. 특히 '억새바람길'로 영축산 정상을 올랐다가 '단조성터길'을 통해 죽전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이정표와 안내도가 제각각인데다가 정상에는 방향을 알리는 어떤 안내도 없어 주의해서 지날 필요가 있다.
# 교통편
- 언양서 배내골행 오전 7시50분 버스 타야
이번 코스는 차편이 많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부산에서는 노포동터미널에서 언양까지 간다. 이어 언양터미널 옆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석남사를 거쳐 배내골로 들어가는 328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7시50분과 9시55분에 있다. 배내에서 언양으로 가는 막차는 오후 6시10분에 있다. 이를 놓쳤을 땐 원동역으로 가는 오후 7시55분 막차를 타고 열차로 부산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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