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8시 반.
갑옷과 투구를 쓰고, 저마다의 손에는 각자의 무기를 하나씩 들고 건장한 군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50~80대 모두 11명의 완벽한 무장을 갖춘 빈틈없는 오금동성당 천국의 문 Cu. 소속 증거자들의 모후
Pr.(단장 박재도 프란치스코, 지도신부 박희원 보니파시오) 단원들이다. 이 명칭은 1989년부터 신천성당에서 쓰던
명칭을 분당할 당시 여성 레지오와 중복되어 순교자들의 모후 Pr.으로 쓰다가 2008년 1월3일 분단하면서 되찾은
이름이란다. 주회합이 은총이라며 이구동성 말하는 단원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뭔가가 다른 Pr.이라는 입소문을
들은 터라 과연 무엇이 다른지 찾아보기로 했다.
뜨개 옷처럼 잘 짜인 조직 활동
주회가 되면 이인원 가브리엘 부단장은 연락을 맡아 하고, 제대 초를 항상 깨끗이 정리를 한다. 서기 이경주
세르지오는 88세 최고령 단원을 주회 때마다 차로 모시고 온다. 각자 누구랄 것도 없이 제 역할을 맡아 하고
있었다.
박재도 단장은 “저는 늘 미리 연락하고 제대를 차립니다. 단원들에게 들려 줄 교리상식이나 시사 거리, 훈화할 내용을
신문이나 잡지, 책 그리고 교양프로그램들에서 발췌하여 미리 글로 정리하여 옵니다. 그러면 얘기가 풍성해지고 단원들이
모두 한마디씩 발언할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소재를 얻으려 고민하다가도 어느새 준비가 돼있는 걸 보면 신비같이
느껴져요. 아마도 단장이 받는 은총이라 생각해요. 레지오 주회를 준비하면서 그 많은 시간들에 정성을 쏟을 수 있었던
것들이 기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젊은 단원들도 레지오 활동으로 신앙체험을 하였다며, 레지오가 아니었으면 냉담했을
거라는 말들을 공공연히 한답니다”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열성이 드러나는 것은 활동에서이다. 활동 날짜와 시간을 아주 상세하게 보고한다. 보고가 끝날 때마다 모든
단원들은 격려와 덕담을 주고받는다. 단원들의 활동대상처를 보면 그리 쉽지 않은 활동들이 많음에도 모두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여럿이 함께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인 듯싶다.
서초구립요양센터는 치매 어르신이 계신 곳으로 청소봉사를 하는데 방이 19개다. 방마다 옷장을 들어내고 닦기도 할
만큼 온 힘을 다한다. 어떨 땐 가족들도 와서 세탁과 바느질을 돕기도 한다. 프란치스코의 집에서는 350~400명의
식사 봉사를 돕고, 아산병원에서는 미사 안내와 뒷정리, 성가봉사를 하는 시각장애우를 늘 차로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는
활동을, 그밖에도 노약자 및 환자방문교리와 연도, 중환자실 청소를 한다. 성모자애복지관에서도 청소봉사를 하는 등
함께 하면서도 또다시 각자의 역할들을 찾아 나서는 방법으로 유기적인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다.
쁘레시디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 제안
매년 단원들이 영성 심화와 친교를 위한 1박2일 피정을 다녀온 후 많은 은총을 받았음을 느끼고 분단 4년 차에는
가족 동반 친교 행사를 갖는데, 가족들로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협조와 이해, 지원도 가능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Pr.을 잘 운영하려면 단장의 운영 마인드가 중요한데 단장의 확실한 Pr. 운영방법은 단원들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기에 충분하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교리를 익히고 성경읽기나 미사예절에 대해서도 매주
토론을 하고, 활기찬 주회를 위해 전단원이 발언할 기회를 골고루 마련하고 교본연구 발표 때 단원들은 모두 토론에
참여한다.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휴가철인 7월에도 다섯 번의 주회 중 네 번의 출석률이 100%다. 기본에 충실하며 활기찬
주회, 늘 선서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주회를 이끌어 가니 모든 단원이 신앙대화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성화가 되어 끈질기고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단원들은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단장님을 보면서 “단장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말한다. 부단장은 “예전엔 앞만 보며 살았는데 매일 새벽미사를 드리고 성체조배를 드리고 집에 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단장님을 보면 청소도 무척 깔끔하게 하시고 배울 점도 많아요” 라며 서로를 칭찬하기에 침이 마른다.
실패한 활동도 활동이다
레지오의 중요한 활동인 입교권면을 보면 결과가 참으로 놀라운데, 올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8월 현재 영세자가
10명이다. 입교대상자를 찾으면 놓치지 않고, 가족과 친척, 거래처 직원, 30년 보살이셨던 장모님 등 가리지 않고
세례 받을 때까지 권면하며 돌본다. 심지어 입교자의 본당으로 달려가, 마칠 때까지 함께 하다 보니 새 영세자들이
레지오의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단다.
주목할 점은 활동보고 시간에 실패한 활동도 왜 실패했는지 실패한 활동들에 대한 얘기들을 서로 나눔으로써 서로 조언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용기를 준다. 그리고는 내일 또다시 힘을 받아 활동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으로 활동보고를 마무리
짓는다. 과연 증거자들의 모후 Pr.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이유를 알겠다.
병원 입원 환자를 20년 간 매주 방문, 위로와 기도를 해 고 김수환 추기경님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송용우
그레고리오(88세) 초대 단장은 연령회장과 선교봉사단 활동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레지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누구못지
않은 분이시다. 열성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어르신 단원들을 보면서 젊은 단원들은 그분들의 모범을 본받고, 레지오의
봉사가 은총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성모님의 깃발 아래 모인 주회합이 단원들을 돌보고 감싸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업보고서 활동사항에 레지오 확장 부분에 동그라미를 치고, 가장 미흡한 활동이란 표시를 해 놓은 것을 보니 다음
목표는 레지오 확장을 중점적으로 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기도와 활동이 조화로운 단원들. 주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멋진 성모님의 군사들을 보면서 성모님은 얼마나 기뻐 웃고 계실까 그 미소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