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제1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전국공모전의 대학 · 일반부 응모작품들은 상(賞)의 연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응모작들과 만나게 하여 심사 자리를 들뜨게 만들었다. 주최 측의 세심한 준비가 바람직한 결실로 나타난 것이리라. 응모 작품들의 전반적인 수준도 높았지만, 수상에 든 몇몇 작품들은 주장을 시로 세공하는 솜씨가 잘 조련된 장인의 그것 같아서 달리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된 작품으로 읽혀졌다.
마지막까지 심사자들이 숙고했던 시편은「아버지의 빗살무늬」「달빛마당」「헌작」「세한도에 덧칠하다」등이었다. 「아버지의 빗살무늬」는 폐가로 남겨진 옛집을 둘러보며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추모한 작품이지만, 그것이 ‘울타리에 기댄 빗자루’의 ‘빗살무늬’로 그리움을 확산시키고 있어서 시의 설득력을 살려낸다. 한편, 「달빛마당」은 주체의 체험이 고스란히 작품으로 반영되어, ‘문헌서원’의 정경이 독자에게도 환하게 이전되는 듯한, 역사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고 보면 「헌작」「세한도에 덧칠하다」 또한 고전적 풍미를 제대로 살려낸 음미할 만한 수준의 시편들이었다. 심사자들은 「아버지의 빗살무늬」를 대상으로, 「달빛마당」을 최우수상, 그리고 「헌작」과「세한도에 덧칠하다」를 우수상으로 뽑으면서, 문장으로 배향하는 이러한 정성들이 ‘월포(月圃)’의 가르침에 가닿아, ‘최충문학상’의 정신으로 길이 새겨지기를 기대하였다.
심사위원장 김명인(시인)
<학생부> 심사평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울림이 있다. 때로는 시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도 청소년들을 위한 힘이 살아 있듯이 우리 청소년들이 쓴 시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함이 있다. 일상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청소년들만의 시는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표방한다.
제1회 최충 문학상에 응모한 학생부 225편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초등부 18편, 중등부10편, 고등부 14편이었다. 예심을 거친 초등부 작품 가운데 <멍멍 강아지풀>, <비행기를 타면>, <연필과 연필각기> 세 펀은 잘 생긴 동심의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가에 손색이 없다. 특히 <멍멍 강아지풀>은 발상 자체가 매우 독창성이 뛰어났고, <비행기를 타면>과 <연필 깍기>는 순수한 동심이 그대로 잘 표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심을 거친 중등부 작품 가운데 <느린 미학>은 자신의 체험적 소재를 진솔하게 형상화시킨 표현이 좋았다. 다만 부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중학생이기에 이를 순수함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특히 고등부 작품에서는 시작법의 틀이 보이는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토함산 아리랑>은 제목과 시상의 전개가 기성시인들이 보여주는 운문적 특성을 그대로 답습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웠으나 이는 습작의 과정이라는 생각에서 격려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보리밭에는>은 예리한 시적 관찰에 충실한 면과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직관이 시의 주제와 이미지를 명료하게 살려 낸 훌륭한 작품이었다. 다만, 부분적으로 산문적 진술로 인해 압축지향의 예술적 특성에서 조금 벗어난 점이 아쉬웠다.
지금까지 학생부 작품을 심사한 결과 편편마다 그 나름의 장점과 함께 맑고 생동감 있는 시들이 많아 미래세대의 우리 청소년들이 우리 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 심사평을 맺는다.
심사위원 최운선, 박효찬
*심사위원장 프로필
김명인 시인 , 전직교수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수여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출항제' 당선
고려대 인문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
러시아 극동국립대학교 객원교수
경기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7회 목월문학상, 제4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상, 제7회 지훈상 문학부문상
제1회 이형기문학상, 제13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제13회 이산문학상, 제45회 현대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