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접경지역을 안고 있는 강원도내 자치단체들은 새로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좋은사회연구소는 강원도민일보와 강원도, 양구군, 강원발전연구원 후원으로 분단 70주년 기념 ‘남북관계 변화와 DMZ 심포지엄 및 평화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강원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를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北 경제 회복 촉진… 권력 엘리트 분화
주제발표 ┃ 김정은 체제 북한과 남북관계 : 진단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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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식
경남대 교수 |
김정은 체제는 장성택을 처형하고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임명,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군부 측근 배치를 완료해 세습권력에서 ‘홀로서기’작업에 들어갔다. 김정은식의 군부 엘리트 조정 작업이 진행되면서 김정일 시대에 비해 권력 엘리트 간 이합집산과 부침 등 내부의 알력이 증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시대는 중미 사이에서 안정성(security)을, 한중 사이에서 번영(prosperity)을 최대 확보하는 ‘선택적 병행 전략’으로 대외 전략 수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북미 협상 중단과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북러 협력을 증대하고 북일 교섭 재개카드를 전격 꺼내든 것을 다변화된 대외전략의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김정은 정책노선은 비대해진 군부의 역할과 권한을 제어하고 당중심의 정치적 지도와 내각 중심의 경제사업 지도를 제도화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자신감과 불안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장성택 처형 및 당정군 장악을 통한 정치적 안정과 경제상황 호전, 핵과 미사일로 안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자신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김정은의 젊은 리더십에서 나올 수 있는 무모함과 경솔함, 장성택 처형에 따른 공포정치와 엘리트 균열, 경제회복이 민주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 등은 북한의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해 향후 대북정책을 펼칠 때는 현재 북한이 과거의 북한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던 북한이 아니라 지난 2012년 강성국가로의 진입을 선언한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 회복이 이뤄지면서 정치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도록 전략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의 경제회복을 촉진해 권력 엘리트 분화와 정치 변동의 씨앗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우호적 대외환경을 조성해 북측의 ‘피포위 의식(under-siege consciousness)’ 약화, 수령제의 정치적 토대 완화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북한은 경제적 지원의 통로로서의 남북관계가 아니라 평화로운 대외환경으로서 관계, 정치적 대결 해소를 대화 의제로 강조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호전되는 현재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경제협력이나 지원이 아닌 평화로운 대외환경으로서 정치군사적 대결의 완화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아직도 기존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만을 제안하면서 정치군사적 의제 접근은 회피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우리의 드레스덴 구상과 8·15 경축사 등에 대해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정부가 북한이 올해 중대제안과 특별제안을 통해 정치적 대결과 군사적 대치의 해소를 주요 의제로 거듭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때다.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경우 이산가족 상봉뿐 아니라 북측이 제안한 정치군사적 의제도 포괄적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혀줘야 한다.
접경지 = ‘평화생명지대’로 개념 변화
주제발표 ┃ 남북관계와 접경지역의 발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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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
접경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은 통일시대에 걸맞는 접경지역 위상 강화에 발맞춰 짜여져야 한다.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관점이 아니라 통일정책을 주도하는 지역이라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강원도 접경지역은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생명지대(PLZ)’의 개념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남북분단의 유산 수복지구와 민북마을, 최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보유한 국방의 보루, 낙후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지역으로서 통일 1번지, 평화의 상징지대, 남북경협의 거점으로 그 위상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접경지역 지원정책은 재원조달 규정이 없는 접경지역지원법 상의 문제와 국토기본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하위법의 한계 등으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낙후지역개발 사업으로 추진하는 과거방식의 운영방향도 원활한 접경지역 지원을 막고 있다. 이같은 환경 속에 투자실적마저 저조해 사업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설물 등 하드웨어 중심의 발전 개념은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효과가 미비하다.
자원 보전 중심은 연관사업 발굴이 제한적이고 정주생활 환경개선을 중심으로 하면 지역경제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접경지역발전 개념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평화생명의 회랑(Corridor)’을 구축하는 것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상위개념으로는 북한으로 가는 게이트웨이(Gateway)로서의 북방전진기지화, 중위개념으로는 북한 관광의 발전기지, 대륙문화·산업클러스터 조성을 들 수 있다. 시설형 또는 보전형 사업을 부가가치형, 지역회귀형 사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접경지역 주민지원과 보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다른 지역보다 비교 우선적인 지위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생산손실 1조 7000억원, 자산가치손실 6조 4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재원 규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접경지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치와 경제, 관광과 문화를 아우르는 가치를 담아 소통의 통로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철원 평화산단과 고성 통일경제관광특구의 ‘시장’ 가치가, 관광 측면에서는 DMZ 및 백두대간과 종(種) 복원의 장으로서 ‘공원’의 가치가 두드러진다. 정치·외교적으로는 다보스포럼과 같은 ‘신 아고라’로의 발전가능성이 높으며 문화적으로는 태봉국 도성 터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반도성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다.
접경지역 시·군은 각자가 보유한 특유의 지역자원을 관광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분야별로는 문화자원 시설물(양구 박수근 미술관·방산자기박물관·화천 민속박물관)과 생태환경자원(양구 펀치볼·인제 대암산 용늪), 지역 축제(화천 산천어 축제·인제 빙어축제) 등으로 나눠 생각해 볼수 있다. 생태환경·동식물 테마 시설물(철원 두루미관·양구 생태식물원·화천 생태영상센터) 활용과 지역특색의 아이콘화(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인제 화진포 박물관)도 각 시·군이 생각해 볼 과제다. 정리/김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