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물길 따라(첫 번째-1)
(용소∼관방제, 2022년 4월 23일∼24일)
瓦也 정유순
영산강(榮山江)의 발원지 용소(龍沼)는 용추산 가마골생태공원 안에 있다. 용소계곡 위에는 출렁다리가 아침 햇살을 머금고, 연초록 녹음으로 물들어 가는 가마골 숲도 새롭게 단장을 한다. <영산강시원 용소> 표지석도 낯선 나그네에게는 아주 친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용소는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방울로 작은 못을 이루어 영산강의 역사를 매일매일 새롭게 써내려간다. 이에 맞춰 오늘부터 새롭게 ‘영산강 물길 따라’약 150㎞를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평안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정성들여 올린다.
<용소표지석>
담양군 용면(龍面)에 있는 <가마골생태공원>은 담양군의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담양읍내에서 29번 국도를 따라 추월산과 담양호를 끼고 용치삼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약 3km만 가면 가마골생태공원 입구다.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로 지정된 담양가마골은 예부터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았던 곳으로 알려졌는데, 1998년 용추사 주변 임도공사를 하던 중 기와가마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용소-영산강 시원>
가마골은 원래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어느 날 새로 부임한 부사(府使)가 이곳 경치를 구경하고자 날짜를 정하고 전날 밤 잠을 자는데 꿈에 나타난 백발선인이‘내일은 승천하는 날이니 오지 말라’는 부탁을 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이튿날 가마골에 도착하자 갑자기 그 못의 물이 소용돌이치며 황룡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러나 황룡은 승천하다 떨어져 피를 토하며 죽었고, 이를 본 부사도 기절하여 죽었다. 그 뒤 사람들은 이곳을 <용소>라 하였고, 용이 피를 토한 계곡이라 <피잿골>이라고도 하였다.
<가마골출렁다리>
또한 용연폭포는 여름날 뜨거운 햇볕을 피해 계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는 가마골계곡은 한국전쟁 당시 낙오한 인민군들이 노령지구사령부를 만들어 1955년까지 5년 동안 국군과 경찰에 맞서 치열한 무장투쟁을 하다 약 1,0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최후를 맞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다. 당시의 치열한 전투는 계곡 상류의 용추사 등 수많은 암자와 자연을 폐허로 만들었다.
<용소폭포>
목 아프게 뒤로 젖히며 올려다 본 출렁다리는 눈인사만 나눈 채 발걸음은 이미 물여울소리에 발맞춘다. 길옆에는 최근 원산지가 중국과 함께 한국으로 밝혀진 금낭화(錦囊花)는 잎 사이로 고개를 숙인 채 얼굴 붉힌다. 봄마다 논바닥에 흔하디흔하게 피던 자운영(紫雲英)은 옛날에 우리 선조들이 퇴비용으로 논에 많이 심었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붙어 있고, 꽃은 중요한 밀원(蜜源)식물이며, 해열·해독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금낭화>
<자운영>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으로 가는 삼거리 길 아래 어느 농장입구에는 등(藤)나무가 아치를 그리며 꽃이 활짝 폈다. 꽃말이 ‘환영’인데, 정말 지나가는 나그네를 환영하는 모습 같다. 갈등(葛藤)의 주인공인 칡과 등나무는 다른 나무들을 칭칭 휘감고 올라가는데, 칡은 오른쪽으로 감아[우갈(右葛)]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좌등(左藤)] 올라가기 때문에 이들 두 식물이 얽히고설킨 모습에서 ‘갈등’이란 말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등나무꽃>
요즘 보기 힘든 토종인 하얀 민들레는 우수한 한글이 있음에도 국적불명의 외래어에 묻혀 있는 것처럼 외래종인 서양민들레에 포위 되어 있다. 토종 민들레는 꽃이 흰색이고 잎의 톱날이 부드러우며 꽃받침이 꽃을 감싸 보듬은 반면, 서양민들레는 꽃이 노랗고 잎의 톱날이 날카로우며 꽃받침은 뒤로 발랑 뒤집어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었더니 탱자가 되었다[남귤북지(南橘北枳)]’는 탱자나무는 하얀 꽃이 가시를 앞세운다.
<토종민들레>
<탱자나무>
하류로 내려올수록 스님이 누워 있는 형상의 추월산이 더 가까워진다. 추월산(秋月山, 731m)은 전라남도 5대 명산으로 담양군의 최북단인 용면 월계리와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과 도계(道界)를 이룬다. 많은 수림과 기암괴석, 깎아 세운 듯한 석벽이 마치 성을 쌓은 듯이 둘러있고 오직 서쪽에 겨우 사람 하나 통행할 정도의 길이 트여 있다고 한다. 명산답게 각종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으며, 진귀종의 <추월산 난>이 자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경치와 일대장관을 이룰 것 같다.
<추월산>
물줄기를 따라 하류로 내려오면 담양호에 다다른다. 1976년 9월 건설된 담양호(潭陽湖)는 영산강유역종합개발 1단계사업의 일환으로 높이 46m, 길이 306m의 규모로 담양군 지역의 농경용수와 담양읍 일원에 상수도를 공급한다. 197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담양호는 가마골과 함께 추월산, 금성산성 등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볼 수 있으며, 또한 <용마루길(3.9㎞>과 인공폭포(24m)를 조성하여 담양호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담양호 인공폭포>
<담양호 용마루길>
담양댐 아래 첫 마을은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다. 당산목(堂山木)인 느티나무가 원율리 오평마을을 지키고, 길 가의 어느 집은 가마골을 상징하는 양 항아리와 파편들로 지붕을 구성하였다. 원율리(原栗里)는 들이 넓게 펼쳐져 있어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며 자연마을인 오평마을 옆으로 석현천이 흐른다. 마을 서남쪽 방향에 있는 산의 형태가 자라등과 비슷하여 자라골 또는 자라등으로 불리다가, 조선 시대에 자라 오(鰲)자를 써서 오평마을이 되었다.
<느티나무-당산목>
금성면에 있는 금성산성은 올라가지는 못했다. 사적 제353호로 지정된 금성산성(金城山城)은 전라북도 순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금성산(603m)에 위치한다. 외성은 6,486m, 내성은 859m에 이르며 돌로 쌓았다. 성안에는 곡식 1만 6천 섬이 들어갈 수 있는 군량미 창고가 있었으며 객사, 보국사 등 10여 동의 관아와 군사 시설이 있어 임진왜란 때는 남원성과 함께 의병의 거점이 되었으나, 대부분의 시설들이 동학농민운동 때 불타 없어졌다.
<금성산성-2014.8촬영>
담양댐 아래로 흐르는 영산강의 물줄기는 평화롭고 주변의 비옥한 대지는 더 살찌운다. 금성면 하천부지에 있는 경비행장(Dam Yang Airport)에는 비행기가 따사한 봄빛에 오수(午睡)를 즐긴다. 겹벚꽃이 만발하고,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하천 둑으로 마련된 <영산강종주자전거길>을 따라 내려오면 담양읍이고 이곳부터 영산강은 국가하천으로 승격한다. 즉 용소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전라남도에서 관리해온 지방하천 구간이었다.
<담양경비행장>
1943년 읍으로 승격한 담양읍(潭陽邑)은 영산강 상류의 작은 분지에 발달한 담양군의 행정·문화·교육의 중심지로 영산강을 따라 서남쪽으로 넓고 기름진 평야가 펼쳐진다. 이 지역은 대나무가 많아 부근에서 만드는 죽세공품의 집산지이면서 수박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읍내를 광주∼대구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그 밖의 국도 및 지방도가 지나 교통의 요지를 이루고 담양군청의 소재지다.
<담양향교>
담양군청 동쪽의 학동교차로에서 옛 24번 국도가 담양의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길>이다.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되었다. 그리고 도로 확·포장 공사 당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 길을 지켜냈고, 현재 담양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주민들이 관리한다.
<메타세쿼이아길>
잠시 메타세쿼이아 길에 잠간 들렸다가 다시 강둑을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으로 향한다. 관방제(官防堤)는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1648년(인조 26) 담양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축조하여 나무를 심었고, 그 후 해마다 장마철이 닥치기 전이면 다시 둑을 보수했다고 한다. 관방제는‘관비를 들여서 쌓은 둑’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관방제림 표지석>
그러다가 1854년(철종 5)에는 당시의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연인원 3만 명을 동원하는 큰 공사를 벌여 담양읍 남산리 동정마을에서 수북면 황금리를 지나 대전면 강의리 까지 6㎞에 이르는 지금의 관방제를 완성하고 둑 위에 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18그루), 벚나무(9그루), 음나무(1그루), 개서어나무(1그루), 곰의말채, 갈참나무 등을 심어 약 420그루가 지금까지 숲을 이뤄 자라고 있는데, 나무마다 관리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관방제림>
<나무 관리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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