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가지 <토지>를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인간희극>과
비교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어요. 등장인물이야 인간희극에 나오는
2,000명이 600명 보다 많지만 온갖 시름이 농축된 생생한 캐릭터는
토지가 더 위라 여겨집니다. 비슷한 것도 많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작가정신에 있답니다.
발자크가 성공과 출세의 도구로 소설을 썼다면 박경리 작가는 도덕적
엄격함과 의연한 기품으로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요.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후배 작가들을 위해 손수 푸성귀를
가꾸어 밥상을 차려내신 노작가의 품격이 위대한 작가정신이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작가를 더 자랑하고 싶은데 이렇게 내팽개쳐진
옛집을 볼 때마다 서글픔을 누를 길 없는 이 마음 이해 되시나요?
오가는 이 없는 골목에 대학생 한 명이 카메라를 움직이며 마지막 풍경을 기록합니다.
얼마전까지 <발도로프>라는 대안유치원이 들어서
아이들 웃음소리며 흙놀이 하는 정경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는데
이제 유치원은 간판만 놔 둔채 근처로 이사를 했답니다.
아마 재개발과 출산율 저하로 운영이 힘들어서겠지요.
바로 뒷골목길부터는 서울과는 딴판인 재개발 지역입니다.
아직 철거하지 않은 스레트집들이 공가로 남아있지만
주민들은 거의 떠나고 골목길이나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개나리 명자나무 복숭아나무만 슬그머니 마지막 꽃잎을 휘날립니다.
다시 오지 못할 쓸쓸한 봄날의 몽환이라니...
정릉천을 거슬러 올라 옛청수장에 닿았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요정으로 세워져 해방 후에는 민간이 사용하다 6.25전쟁
중에는 특수부대 훈련장이 되어 강의실과 숙소로도 활용되었다지요.
음식점이며 호텔로서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은 적도 있지만
그 꽃같던 시절도 다 가고 이제는 외형구조만 보존하고 개축하여
<북한산탐방안내소 > 로 탈바꿈을 했군요
화가 이중섭은 적십자병원에서 숨지기 전
근처 박고석 화가 집에서 함께 산 적이 있답니다.
박고석 화가는 이중섭 화가의 뼛가루를 일부는 망우리 공원에 묻고
조금을 덜어 이 곳 청수장 근처에 뿌렸답니다.
그리고 또 조금은 따로 모아 일본에 있던 부인에게 전했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며 시린 가슴을 모아 허공으로 보냅니다.
쉬엄쉬엄 느릿느릿 이것도 강행군일까요?
곧 식당 <산장두부촌> 2층에 자리를 잡습니다.
해물두부 전골에 녹두빈대떡,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가 먹음직합니다.
“꽃이 피는 저녁은 하고 안내자가 잔을 높이 들면
웃고 싶어라 로 웃으며 화답해 주셨습니다.”
꽃피는 봄 4월이라는데 엊그제까지 화사하던 벚꽃도 지고 개나리도
목련도 연두빛 앞에서 스러집니다. 복숭아꽃도 지고 있네요.
그래도 명자나무꽃 수수꽃다리 영산홍 박태기꽃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달음박질해오니 꽃의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니 조지훈 시인의 시 <낙화>의 한구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에 빗대어
“꽃이 피는 저녁은 웃고 싶어라”로 소리친들 어떻겠습니까?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진 봉사하느라 애쓰신 안태숙 부회장님, 이영례총무님 고맙습니다.
부상으로 입원하셨던 윤삼가 회원님이 퇴원하셨다니
빨리 쾌유하셔서 함께 걷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668회 주말걷기는 4월 21일(일) 오후 3시,
4, 9호선 "동작역" 8번 출구(지하)에서 만나 박화서 회원님의 안내로
'현충원둘레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많이 참석해 주세요.
-<
영춘화 (迎春花) & Sometimes When It Rains (때때로 비가 올 때) / Secret Garden>-
* 편집 : 西湖 李璟煥
첫댓글 한편의 수필, 걸작의 후기,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릉 토지길"이라는 명작 수필을 읽었습니다.
이순애 시인님, 멋진 작품을 게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기쁨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