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째 암자 터
박 영 춘
가야산 용현계곡 숲속
용천고을 그윽한 고갱이에
침묵좌선 가부좌 틀었던
백 번째 절터가 있다는데
잡초만 을씨년스러울 뿐
석등조각하나 보이지 않네
심금 보듬는 개울물소리만
독경처럼 고요히 들릴 뿐
진리 찾아 수도하던 번뇌들
다 어디로 길 떠나가고
등 굽은 늙은 소나무만
깨진 바리때조각 머리맡에 엎어놓고
잡초만 무성히 키우는가
아흔여덟 번째 아흔아홉 번째
그리고 백 번째 암자 터
도대체 어디 어디인지 몰라
두리번두리번 서성이는데
푸나무더미가 법당자리인양
부질없는 바람 한 조각
기척을 풀잎에 올려놓고
허허실실 도량을 휘돌아나가네
첫댓글 주신글 감사 드립니다
인적이 끊어진 오랜세월뒤
지금의 우리가 사는 모습도 그러하겠지요
세월의 무상함에 인간은 그저 머물다 가는 삶
감사합니다.
아무 것도 없음으로 와서
아무 것도 없음으로 가는
인생
감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