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우리의 붓끝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권대근
수필가, 문학평론가 한국PEN부산지역위원회 회장
가을이 나비춤을 추며 걸어오고 있는 만추의 계절입니다.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카페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낸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익어가는 결실과 충만의 시기에 <영호남문학인교류한마당> 행사를 준비하시며 영호남문학인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멋진 프로그램을 짜주신 광주PEN 박신영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 참으로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장소와 좋은 프로그램으로 우리 부산PEN 회원들을 따뜻하게 초대를 해주시고 편하게 쉬고 갈 수 있게 배려해 주신 데 대해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영호남문학인교류한마당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세미나에서 수준 높은 연주와 발표를 해주신 연주자와 발제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흔히 80년대를 문지시대, 90년대를 문동시대라 합니다. 저는 오늘 여기서 2000년대는 영호시대라 말하고 싶습니다. ‘영호’는, ‘영남과 호남’을 말합니다. 돈도 밥도 되지 않는 문학을 위해 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영호남PEN회원 여러분들은 인생의 승리자들입니다. 오래 살아남을 것입니다. ‘적자생존’이란 말은 생물의 생존 경재의 결과,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지금은 적자의 삶을 사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런 뜻으로 쓰입니다. 우리 문학인들이야 말로 그런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권대근 회장의 꿈은 작금의 이 세상, 라캉의 이 상징계를 문학언어생태계로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최고의 열정과 노력을 쏟아내며 오랜 기간 ‘언시’를 통해 언어생태계를 바꾸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언어를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고, 언어를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예술을 심적 불만의 승화라 했고, 앙드레 지드는 ‘신의 세계는 예술이 없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의 문화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문화를 강한 의미를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했고, 영국의 문화비평가 레이몬드 윌리엄스는 문화를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그 지역 주민들의 총체적 생활방식”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불만과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켜내고, 우리 삶에 자연을 맞아들이는 생활방식, 즉 본향으로 돌아가서 자연과 친화적으로 지내는 것이 진정으로 문화를 제대로 누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전시학의 가르침인 ‘시궁이후공론’을 통해 팬데믹 시대의 ‘궁’을 문학의 씨앗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메타버스라는 신대륙이 발견되고, 지금 시대는 AI가 소설을 쓰고 시도 쓰고, 드론이 하늘을 날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작전을 수행하는 첨단과학시대지만, 지구의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붓끝이 어디를 지향해야 할지 명백해졌습니다.
‘ 우리가 날씨다’, ‘우리가 기후다’, 우리 모두가 툰베리가 되어야 아름다운 지구유산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영호남PEN 회원들이 이렇게 일 년에 한 번 서로 장소를 바꾸어가며 교류대회를 여는 것은 아름답고 소중한 문학정신을 우리들의 삶 속에 담아 화합의 정신을 계승시키는 데에 그 뜻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동시대의 모든 현대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문명사회의 병리현상들을 극복하려는 사회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봅니다. ‘세계일화’, 세계는 하나의 꽃입니다. 우리 영호남도 하나입니다. 영호남문학인교류한마당은 우리가 친구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영호남문학인교류한마당을 통해 우리는 더 밝고 향기로운 기운 속에서 더 크게 문학적으로 발전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리라 확신합니다.
광주PEN 회원 여러분, 그리고 부산PEN 회원 여러분! 팬데믹 이후 우리는 경제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에 오니, 꽉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고, 이상향의 세계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일찍이 민족지도자 김구 선생님의 꿈은 첫째도 둘째도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연례 문학행사의 개최는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수준 높은 세미나 발제를 통해 우리 사)국제PEN한국본부의 위상을 드높여주신 발제자 여러분과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1박 2일 행사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더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권도 자연의 생명권도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 나와 문학정신으로 빛을 발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