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산이라 함은,
커다란 나무와 울창한 숲이 있고,
때로는 다람쥐와 고라니가 뛰놀며,
멧돼지의 흔적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편안한 등산로와,
조그만 오솔길도 있어야 하며,
탁 트인 공간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
풍경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시작부터 암벽이고,
편안함이란 "1"도 없는 곳은,
과연 산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암튼,
술도 안깼는데,
네 발로 기어서,
암벽 등반부터 시작 해보고...
암벽이 힘들어서,
잠시 쉬어 갑니다.
나무 그늘에는,
바람도 솔솔 불어 오는데...
쪽동백나무는,
지난 밤에 내린 비로 인해,
물을 머금고 있는 나뭇잎과,
막 피려고 하는 꽃이,
너무 좋네요.
암튼,
꽃 아래에서,
이온음료 한 병을 들이켜고,
발길을 재촉 했습니다.
조그만 봉우리,
팥배나무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꽃 뒤에는,
흐릿한 날씨와 함께,
서울 도심이 자릴 잡았고...
그리고,
가파른 암봉을 오르느라고,
내 몸에서 배출되는 땀의 양과 비례하여,
알코올 배출도 빨라지고...
알코올 수치가 떨어 짐으로 인해,
정신을 돌아오는데,
몸은 힘들어 지기만...
걸어온 길은,
바위산을 하나 넘었고,
둘째 봉우리를 넘는 중입니다.
일부 계단이 있어,
걷기는 수월했지만,
가파를 경사로 인해,
한없이 힘들기만...
힘든 순간에,
문득 생각 나는 것은...
이럴때,
막걸리 한 병 마시고,
힘을 냈으면 하는...
내 머리가,
새대가리도 아니고,
또 술 생각을... ㅠ.ㅠ
멀리,
관악산 봉우리는,
구름 속에 가려있고...
여력이 된다면,
정상을 가고 싶으나,
현재의 컨디션은,
어림 없네요.
그래서,
조금 쉬운 곳으로 방향을 잡아서,
쉽게 가려고 합니다.
바람이 불면 송화가루가,
붉은색을 띄고 있는,
소나무 꽃에서 날리는데...
꽃가루는,
솔방울 찾지 못하고,
허공으로 날릴 뿐이고...
암튼,
발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므로 인해서,
비로소 소나무가 눈에 보이고...
정신이 멀쩡해서,
죽자사자 걸었다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위쪽 붉은 소나무 꽃은,
미국에서 건너온 리키다 소나무 이고,
아래쪽 연노란 소나무 꽃은,
토종 소나무 입니다.
둘이 나란히 살면,
다른 소나무가 생길 수도 있을 텐데...
신기하게도,
같은 소나무 인데,
섞이지 않고 있네요.
인간이라는 동물은,
잘 섞이던데...
산의 칠부능선을 지나고,
정상이 다가오니,
철쭉이 있기는 하네요.
그나마,
남아있는 꽃들도,
내일이면 땅으로 떨어질 듯하고...
암튼,
올 봄에는,
관악산 철쭉이,
정말 멋진 모습으로,
나를 반겨 줬네요.
게으른 녀석들은,
이제야 피고 있지만,
풍성하거나,
화려하지는 않고...
그래도,
늦게나마,
철쭉 꽃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길가에는,
조그만 애기나리가,
지천으로 꽃을 피우고...
나리 종류는,
참나리,
하늘나리,
중나리,
말나리,
솔나리 등등이 있는데...
이 녀석도,
꽃의 크기가 너무 작지만,
엄연한 나리꽃 중 하나 입니다.
아쉽게도,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에는,
철쭉 꽃으로 뒤덮여 있고...
이 길을 걸으면,
꽃길을 걷는다고 하려나??
아님,
꽃을 즈려밟고 간다고 해야 하나??
우째튼,
떨어진 꽃이,
아쉽기만 해서...
길 뿐만 아니라,
철쭉나무 아래에는,
온통 지는 꽃으로...
이 또한,
자연의 섭리 임으로,
내년을 기약하고,
묵묵히 정상을 향해서...
그런데,
꽃은 내년에 다시 피지만,
나의 봄 날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오지 못한다면,
지금이 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정상 가는 길에는,
길이 엄청 험하지만,
수많은 상춘객으로 인해,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합니다.
정상이 멀지 않아서,
천천히 뒤따라 올라가는데,
점점 조급함이 밀려오고...
올라가는 길은,
한 곳 뿐이라,
조급함을,
꾹꾹 눌러가며 올랐고...
정상 부근이라,
이제야 피는 철쭉이 있어,
이 녀석 보는 즐거움에,
쉬엄쉬엄 올랐습니다.
만일,
이 녀석마저 없었다면,
다시 내려 갔을 지도.. ㅎㅎ
결국,
내려가는 동안에,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산속에서 길을 잃었지만... ㅎㅎ
구름에 가린,
바위 봉우리는,
대한민국 지도를 닮았다고 하는데...
나름,
그렇게 보이기도...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바위 보다는,
바위 아래에 있는,
조그만 터널에 관심을...
그나저나,
이렇게 험한 길에도,
사람들은 차고 넘쳐 나네요.
코로나로 인해서,
그동안 외출을 못한 사람들은,
모두가 산으로 왔나 봅니다.
그나마,
젊은 친구들이,
나이트클럽이 아닌,
산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고...
몹쓸 전염병은,
산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밤에 밀폐된 공간을 좋아한다고 하니,
많은 젊은 친구들이,
산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이...
정상 바로 아래인데,
뿌연 안개로 인해서,
꽃을 즐길 수가 없네요.
평소라면,
안개가 좋다고,
폴짝폴짝 뛰었을 텐데...
오늘은,
안개가 꽃에 밀려서,
푸대접을 받는 상황이... ㅎㅎ
잠시 바람이 불어,
안개를 날려 보내나 했지만...
바로 뒤를 이어서,
다른 안개가 밀려오고...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안개로 인해서,
묘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데...
묘한 느낌이라 함은,
어디선가,
어여쁜 처녀귀신이 불쑥 나타나서,
같이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할 것 같은 느낌... ㅋㅋ
다시 밀려온 구름은,
정상을 희미하게 지워 버렸고...
흐릿한 형체가,
산이 있음을 알려줄 뿐,
올라갈 계단마저도,
시야에서 지워 버렸네요.
어렵게,
정상에 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할 일이 없네요.
구름이 거치길,
한동안 기다려 보지만...
오늘 날씨는,
아무래도...
그래서,
식사도 하지 않고서,
내려 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일행들이,
멀지 않는 곳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산주나 같이 하려고... ㅎㅎ
그래도 왔으니,
정상석 인증이나 하고서,
그곳으로 가려고...
사실,
구름을 기대하고서 왔는데,
이런 모습이었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오늘은,
설렁설렁,
꽃구경이나 하려고 해서,
밀려오는 안개 구름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고...
근래,
산속에는 이런 술집이,
부쩍 늘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 한 사발에,
목을 축이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고...
사실,
음주 산행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모습에 부정적이지는 않네요.
내려가는 길에도,
안개는 변함이 없고...
술 먹을 동료가,
멀지 않는 곳에서 기다린다고 하니,
조급함이 발동하여,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서,
후다닥 내려 가려고 했는데...
이런 조급함이,
소소한 불상사를... ㅎㅎ
이 꽃을 마지막으로,
올해 관악산 철쭉은,
마지막 인사를...
정말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면서,
희뿌연 구름을 벗어나,
속세를 향해 내려 갑니다.
중요한 점은,
점심 식사도 않고서,
오로지 술 생각하면서,
바쁘게 서둘렀습니다.
서서히 안개가 거치고,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 오는데...
조급함이 최고조에 달해서,
멀쩡할 길을 버리고,
가장 짧은 곳을 찾아서,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내려 갔는데...
옛말에,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건만...
빨리 갈 욕심에,
길도 없는 숲에서,
방황의 시간을...
아무리 둘러봐도,
길은 보이지 않고...
떨어진 낙엽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푹푹 꺼지고...
뿐만 아니라,
빗물에 촉촉해진 바위와,
미끄러운 낙엽은,
중심 잡기도 어렵게 하고...
그래도,
눈대중이 있어서,
요리조리 피해가며,
산을 내려 가는데...
다리에는 힘이 너무 들어가고,
비틀 거리며 걸었더니,
너무 허기가 지네요.
그래서,
조그만 바위에 앉아서,
가방에 있는 라면과,
막걸리 한잔 들이켰습니다.
하산을 완료하고,
지인을 만나서,
같이 먹으려 했지만...
먹지 않으면,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걸을 수가 없는 관계로,
길도 없는 산속에서,
막걸리 놀음을 즐겼고...
막걸리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길을 찾아 보지만...
이제는,
수풀이 우거져서,
발걸음은 더디기만...
그래서,
천천히 걸어가며,
버섯이 있는지,
혹시,
도라지라도 있는지,
요리조리 살펴가며,
산을 내려 갑니다.
관악산에는,
도라지도 없고,
더덕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악산이라 그런지,
이런 너덜겅은 지천으로 널려있고,
식용이 가능한 식물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네요.
암튼,
멀리서,
차량들의 소음이 들려오는 것이,
학교가 멀지 않았고...
드디어,
조그만 오솔길이,
눈앞에 나타나고...
술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다른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서,
산속을 조금 더 둘러 봤습니다.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고,
주변 상황이 어떤지,
사람의 왕래가 많은지,
계곡에 물은 흐르는지 등등에 대하여,
한 시간 남짓 둘러보고,
다음에 오기로 다짐하고,
산을 내려 왔네요.
내려오는 길에,
마지막 철쭉꽃이,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에...
내가 속으로,
이 표시를 기억했다가,
여길 꼭 다시 오리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계곡은 깊고,
사람의 왕래는 적고,
널찍한 공간도 있어서,
여름철 피서지로는 최고의 장소인 듯해서...
암튼,
여름에 여길 찾아와서,
꽃이 있는 곳 주변에 자릴 깔고서,
망중한을 즐길까 합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꽃이 있겠지요?
혹시나,
꽃잎이 바람에 날려 갈 까봐,
입구 사진을 한장 더...
여길 찾아가면,
그곳을 갈 수 있고...
그곳에 자릴 펴고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ㅎㅎ
암튼,
조급함에 길을 잃고서,
여름철 피서지를 얻어서 돌아 왔습니다.
산에서 만나지 못한 지인은,
산을 내려와서...
어디서든,
언제든지,
삼겹살에 소주는,
정답입니다.
거나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서,
하루를 마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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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생일을 축하해주고,
피곤한 몸을 이끌며,
산속을 헤맸지만...
올 여름 피서지를,
덤으로 알아냈고...
그 장소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소박한 꿈을 키워 봅니다.
친구도 좋고,
지인들도 좋고,
시간이 된다면,
기꺼이 그 장소를 공유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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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을 만나러 연주대를 다녀 왔는데...
윤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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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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