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경영 '최강시사'
고별방송
오프닝
최경영의 최강시사는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네요.
왜 갑자기?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kbs도 떠날 생각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들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서 독립적인 공영방송 언론인의 삶의 시간표가 결정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공분할 사안에 제대로 공분하지 못하는 퇴행적 언론상황에도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노를 품으며 살지는 않겠습니다. 분노를 품고 사는 건 힘든 일이지요. 무엇보다 본인의 삶도 망가집니다.
숨이 막혀 죽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나가는 겁니다.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애청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10월 27일 세상에 이익이 되는 방송 최경영의 최강시사 출발합니다. 저는 kbs 최경영 기자입니다.
클로징
21세기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언론의 미래는 예견됐습니다. 이미 90년대에 미국 대학원들이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으로 이름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정부, 언론사에 있던 정보의 전달 경로가 하향식에서 쌍방형 네트워크로 바뀌었습니다.
정치,경제권력의 편에서 정보를 독과점했던 언론은 정보의 전문성, 속보성, 심층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전문가, 일반 시민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인터넷은 대중 민주주의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진실을 감추기는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무도회에서 춤 추다보면 국민들도 대충 속아 넘어가 자신들에게 투표해주길 바라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그런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겁니다.
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되기 위해서 유권자는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저널리즘의 기본 사명은 유권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보는 투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권자가 평등한 조건에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 요소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가면무도회에 몰두하는 기득권 집단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법조,언론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나마 이런 마지막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고 싶은 말로 끝낼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입니까. 여러분과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KBS안녕.
마지막 출근길. 20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