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립산행에 참석하고 오랜만에 만난 산사랑 멤버들이 마치 나에겐 동창들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런 좋은 느낌으로 뭉쳐서 해외원정 가자고 말을 던졌는데 그것이 정말 실행이 되어 알프스의 자연 속으로 함께 떠났다.
샤모니에 먼저 도착을 하여 일행이 버스에서 내리는 영상을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기대와 다른 영상이 되고 말았다.
샤모니 좁은 캠핑장에서 둘러 앉아 즐겁게 식사를 하며 들뜬 기대감과 우려를 늘어놓아본다.
레우슈에서 출발 기념 사진을 찍고 곤도라를 타고 벨뷰로 이동하여 TMB 첫발을 내딛는다. 처음 2,000m 이상의 위치에 선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까? 예전의 나는 한발 한발이 내 생애 최고의 고도라는 느낌으로 감격이 밀려왔었다.
둘째날, 레샤피유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일행 모두가 일정 중 가장 높은 고개를 넘었다. 오후에 날씨가 흐려지면서 약간의 비가 왔으나 진행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태양은 뜨거운데 고개마루에 서면 추워서 일행을 기다릴 수 있는 여건이 안되었다. 본옴무 고개에서 레콩타민으로 내려가지 않고 조금 질러 가는 코스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위쪽 고개를 넘었고, 시간이 늦어져서 나름 좋은 위치에 야영을 하였다. 이날 밤 비와 바람이 잠시 몰아쳤지만 탈없이 하룻밤을 보냈다.
셋째날, 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를 넘었다. 날씨가 흐리고 추워서 일행을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나마 바람이 적은 것에 자리를 잡고 간단하 요기를 하고 모두 함께 산을 내려갔다.
엘리자베타 산장 근처에서 모여 물을 끓이고 오트밀과 가져온 음식을 먹은 후 콩발 호수 쪽으로 향하였다. 원 계획은 이곳에서 남여 나누워서 진행하려고 하였는데 날씨가 흐리고 해서 산 중간에 자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모구 꾸르마이어로 버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호텔에서 3일동안의 힘겨웠던 일정 후 기분 좋게 휴식을 취했다.
넷째날, 이날 일정은 배레토네 산장까지 가서 몽드라삭스에서 하룻밤을 자는 짧은 일정이라 호텔에서 여유있게 출발을 하였다. 남자들은 산에서 여자들은 꾸루마이어에서 하루 더 묵은 후 출발하여 다음날 만나기로 하였다. 전에는 폭우속에서 올랐던 길인데 이날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산장에 도착을 하여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적당한 시간이 되어서 물주머니에 3리터의 물을 담아 몽드라삭스로 향하였다. 위의 식수 상황을 몰라서 선택한 방법이었는데 올라가니 물이 있었다. 몇 개의 웅덩이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깨끗한 물이 있었다.
몽드라삭스에서 바라보는 그랑조라스의 멋진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다섯째날, 석모가 몸 상태가 높은 고도에 적응이 안되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 다른 일행들과 합류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때부터 나와 범수형 둘만으로 TMB는 계속 진행 되었다. 둘이 진행을 하다보니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고 우리는 이날 24km를 걸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인 페렛 고개를 넘어서 라폴리에 있는 캠핑장까지 앞거거니 뒷서거니 하며 힘들었지만 계확했던 캠핑장에 무사히 도착을 하였다.
라폴리에서 샹팩스 호수 구간은 버스로 이동을 하고, 일반적인 코스인 보빈 산장 쪽이 아닌 페넷 라펫(Fenetre d'Arpette, 2665m) 고개를 넘어갔다. 어르는 고갯길 정말 다채로운 길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쉽지 않은 길이었다.
힘겹게 오른 고개는 장관을 품고 있었다. 빙하를 가까이 볼 수 있고, 그 빙하를 품고 있는 웅장한 산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고개를 내려와 Chalet du Glacier에서 맥주를 구입하고 그 근처에서 고된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일곱째날, 무거운 배낭을 매고 장거리를 이동한 범수형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침을 먹지도 못하고 산을 오르는 형의 모습이 안스러웠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도 형의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인 발무 고개에 도착을 하여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형에게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고 일단 샤모니로 가서 쉬고 다음을 계획하자 하여 우리의 연속 일정은 여기에서 멈추었다.
샤모니에서 헤어졌던 일행들을 만나 새롭게 소쉬르와 발모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로 우리의 TMB 뱃패킹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두번째 걷는 길이라서 그런지 첫번째 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모를 때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얼마나 오르고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지 감이 없어서 힘겨웠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가 이번에는 정말 날씨가 좋았다. 누가 3대의 덕을 쌓은 날씨요정인지는 알아내지 못하였지만 우리 일정 전체에 비때문에 애를 먹을 날이 없었다.
이 길을 다시 걸을 기회가 올지 어떨지 모르지만 두번을 걸었지만 여전히 좋고 기회가 되면 다시 걷고 싶다.
이렇게 나의 이번 여정의 막을 내렸다.
TMR과 마터호른, 그리고 TMB까지 급하지 않고 여유있게 해낸 일정이었고, 이 즐거움으로 열심히 살다가 또 어느날 훌쩍 배낭을 매고 떠날 그 날을 기다려본다.
첫댓글 벌써 7년전 추억이네.
즐거운 시간 보낸것같아 좋구만.
풍경은 아름답고, 인물은 자애롭다. 단체 사진은 행복이 넘쳐나고 개인 사진의 얼굴들은 씩씩한 표정이다. 풍경과 사람이 어울려서 길을 걷는 모습들이 자연스럽다. 함께 길을 떠날 수 있다는 것,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면면이 대를 이어오는 덕이 아니고서야 어찌 가능하겠는가. 축복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