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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감독의 인상여강쇼
제주도의 한라산처럼 리장 어디서든지 북쪽으로 고개를 들면 아버지같은 옥룡설산(5596m)이 눈에 들어온다. 햐얀 도포자락를 휘날리며 읍내를 다녀오신 아버님을 연상케할 정도로 위엄이 묻어 있다. 아직까지 신이 인간의 발자국을 허락하지 않는 산이기도 하다. 설산 아래는 어머니같은 대평원이 펼쳐진다. 깊은 수림이 띠를 두르기도 하고 마치 제주도 중산산지대를 내달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시원스럽다. 부모님 같은 산..그래서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이 산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간다.
희끗희끗한 설산은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로 덮혀있어 발을 대면 돌이 부서지기 때문에 오저히 오를 수가 없다고 한다.
나시족의 성산. 수많은 민초들이 이 산을 바라보며 산을 칭송하고 노래했다. 한편 고달픔과 애환 그리 고 실타레 뭉처진 한을 풀어내는 의식이다. 세상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한곳에 모아 스펙터클한 공연을 만든 분이 바로 거장 장예모 감독이다.
극장은 3100m 초원에 천연스크린 설산을 배경으로 거대한 원형경기장을 만들어 놓았다. 붉은 수수밭을 연상케하는 현란한 무대. 힘겹게 산을 오르며 소수민족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코디언처럼 좌우로 늘렸다가 좁혔다가~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관객 뒤로 말들이 달려 360도를 회전하면서 폭넓게 무대를 사용하는 기교를 발휘한다.
참가인원은 무려 500명. 말은 100필이나 나온다. 윈난성에 살고 있는 10개 소수민족들로 그들은 전문배우가 아니라 말을 몰고 밭을 갈다가 기꺼이 장예모감독의 부름을 받고 달려와 1년동안 힘겨운 합숙훈련을 거쳐 오늘날 무대를 빛내고 있다. 색채 마술사답게 노랑, 하늘색, 검정색, 등 알록달록한 움직임이 시야를 즐겁게 해준다. 주인공 500명, 관람자 1천명이 함께 호흡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산중에 살아야 하는 고단한 나시여인들의 삶, 길 떠나는 남편, 음주가무와 노래를 즐기는 소수민족, 시집보내는 딸~~~우리네 정서와 잘도 맞아 떨어져 우리 일행 거의다가 눈물을 훔칠 정도로 감동적이다.
억압과 굴종의 역사를 경험한 범아시아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에 가슴이 짠해진다.
극의 시작은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광주리를 등에 이고 산기슭을 오르게 된다. 삶의 무게 때문에 평생 허리를 굽히며 살아야 했던 나시족 여인들.
난 다음날 호도협산길에서 만난 여인의 장작 등짐을 들어보았는데 어찌나 무거운지.....나 혼자 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매일 이 일을 해낸다.
작은 틈에서 나시족 여인들이 개미처럼 나온다. 평생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는 일상을 반복한다. 그들은 우리네 어머니처럼 하늘의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남자들은 차마고도를 걸으며 차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들일과 가사일은 여인들의 몫이다. 우리네 어머님의 모습을 본 것 같아 시작부터 울적해진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목숨을 담보로 떠나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 스트레스를 술 한동이로 풀고자 한다. 나시족, 티벳족 사람처럼 술을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고....우리네 품성을 빼닮았다. 혹시 고구려 유민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몸으로 흐느끼는 춤을 보면 안다. 낙천적이고 호방한 성격이 내 핏속의 유전인자를 들춰낸 것 처럼~~
그들은 술을 사발채 들이 마신다. 2~3차 가는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집단이 늘였다 줄였다....그들의 집단 가무의 움직임에 넋이 빠진다. 자신만의 몸짓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아무리 기차처럼 대열을 늘려도 설산만은 변함이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물론 앞으로도~~
히말라야를 넘어 먼길을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게 된다. 그 찢어지는 심정을 ~~ 제발 살아돌아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 어쩔 수 없이 설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몇개월후 남편들은 험난한 산길을 넘어 차를 팔고 다시 돌아온다. 관객들 뒷편 무대까지... 360도 휘젓고 다시 아내의 품으로 돌아온다. 목숨을 담보로 한 이별과 해우를 매년 반복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임을 말해준다.
인상여강 장면중에서 가장 화끈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나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야.'
말등에 올라 그들만의 기쁨과 자유를 만끽한다. 가장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표현한다.
아내가 술에 취한 남편을 찾아 집으로 데려간다. 나시족 여인들은 가운데 x자 모양이 접혔으면 결혼한 여인이다. 인사불성 휘청거리는 남편의 손을 부여접고 집으로 돌아간다.
언덕을 넘어 지그재그 길에 들어서자 드디어 남편은 정신을 차리레 되고 사랑스런 아내의 얼굴이 보인다. 이 힘든 산길의 동반자에서 스스로 말이 되기를 자원한다. 이 장면에서 평소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한 남자들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에휴~~정수엄마"
나시족은 배필을 부모가 정해준다고 한다. 다시 만남은 내세가 정해준다고 믿는다. 그러니 시집간다는 것은 영원한 이별을 의미한다.
먼 산으로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 그 찢어지는 심정을 설산은 함께 울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도 모놀여인들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왜냐하면 내 이야기이기 때문에~ 뒤돌아섰다가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안긴다.
질긴 혈육의 정을 떼어 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사랑스런 남동생은 누나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올라간다. 그리고 내세의 만남을 위해 기원하며 흐느낀다.
이제 부부는 설산으로 들어간다. 언제 다시 나올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왜 옥룡설산으로 무대를 만들었은지 연출자는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관객석으로~
가무를 즐기는 소수민족들
각 종족들이 각자 노래를 부르다가~~대자연을 칭송하는 화음. 인간의 목소리가 이리도 고울줄은 몰랐다.
개성 넘치는 복장. 그들은 손을 붙잡고 혈연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끈끈함이 얼마나 오래갈까? 소수민족은 이제 그 명백을 보기 힘들다. 그 아쉬움을 감독은 이렇게 늘리고 줄이고.....표현하고 있다.
과연 그들만의 세상은 존재하고 있을까?
그 종족들은 설산 아래서 하나가 된다. 그리고 한몸이 되어 북을 울리고 합창을 하며 하늘을 숭상한다.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나시족 종교인 동파교다. 신을 향한 인간의 그림 글씨인 동파문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감동은 북소리의 여운만큼이나 오래간다. 먼 이국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30여년전 내 어머니의 이야기다.
마지막 피날레는 옥룡설산을 향해 두손을 모아 하늘에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의식이다. 모든 사람들이 기립한다. 바로 지금 배경 음악인 '回家'란 음악이 흘러퍼지면서 내 '마음의 집'과 헤어지는 의식이다.
정막을 깬 소수민족 하나가 관객을 향해 절규한다. "우리는 농민입니다. 우리는 빛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에 마음을 바쳤습니다. 꼭 다시 와주세요." 양팔을 벌리고 설산을 바라보고 있는 중국인들은 물론 모놀식구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설산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한숨을 푹푹 내쉬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실컷 울고 난 후의 후련함이라고 할까
거대한 스케일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장예모감독을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말을 탄 출연배우
장예모 감독 과 스텝진
사실은 입장료가 중국돈으로 190원으로 3만원이 훌쩍 넘는다. 운사평까지 합치면 거의 5만원이 넘는 큰 금액이지만 리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할 공연이 아닐까 싶다.
그날 저녁 화려한 무대의 여수금사를 보았다. 어느 공연이 더 좋은가 물었더니 단연코 인상여강이다. 여수금사는 워커힐호텔의 전통춤으로 보면 된다. 역시 화려함보다는 한으로 다져진 스토리가 더 깊은 감동을 주었나보다.
아직도 '回家'노래가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수십 번도 더 들었다. 할머니 음성이 들릴 때까지~~
출처 : http://cafe.daum.net/monol4/45S/2267 게재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첫댓글 인상여강 쇼 사진 자료 보며 공부 잘 하였습니다. 곁들인 아름다운 설명도 함께,,, 감사합니다.
장예모감독은 자연을 무대로 해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큰 스케일의 공연을 만들어 내더군요.
장가계에서도 스토리는 틀리지만 계곡을 무대로 공연을 연출해 내는걸 보았습니다
멋지네요, 꼭 한 번 봐야하는 공연으로 생각하고 죽기전에 실천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