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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주차장 → 소요산 산림욕장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 나한대 → 의상대 → 공주봉 → 구절터 → 일주문 → 관리사무소'의 8.5km 구간을 5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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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逍遙山]
높이: 559m
위치: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서화담, 양봉래와 매월당이 자주 소요하였다 하여 소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소요산은 규모는 작지만, 산세가 특이하다. 하백운대(440m), 중백운대(510m), 상백운대(559m), 나한대(571m), 의상대(587m), 공주봉(526m)의 여섯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주봉은 상백운대(559m)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을 이루며, 여름의 녹음과 폭포, 계곡, 가을 단풍 또한 유별나서 예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일컬어진다. 인적 뜸한 겨울 정취도 낭만이 그윽하다.
뾰족뾰족한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봉우리를 이루어 놓아 만물상을 연상케 한다. 자재암이 있는 백운대를 오르는 계곡은 암봉과 바위 능선 사이로 골짜기가 협곡을 이루고 있으며 청량폭포, 원효폭포 등의 명소가 산재하여 있다.
수도권에 있어 거리도 가깝고 교통편도 좋다.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과 눈썰매장, 수영장 등이 있어 수도권지역의 일일 관광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산자락의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도를 깨친 곳. 원효가 요석공주와 인연이 있고 난 뒤 심산유곡인 이곳을 찾아와 수행하다가 절을 지었다. 수행 도중 관세음보살과 친견, 자재무애의 수행을 쌓았다 하여 자재암이라 했다.
자재암 주변엔 아담한 물줄기의 폭포가 널려 있다. 원효폭포 옥류폭포 청량폭포 선녀탕 주변엔 여름철마다 피서객들로 북적댄다. 자연 석굴인 나한전과 산 중턱의 금송굴도 신비롭다.
인기 명산 [48위]
예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어 오던 소요산은 소요산역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 가까워 여름이나 봄나들이 코스로 인기 있다. 가을 단풍 또한 볼만하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규모는 작으나 상백운대, 하백운대, 중백운대 등 경관이 아름답고, 등산인의 선호도가 높아 '81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점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원효폭포, 청량폭포, 선녀탕 절벽과 가을철 단풍이 유명하며, 신라 무열왕 1년(65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자재암이 있다. - 한국의 산하
7월 20일 목요일은 경기도 동두천의 소요산에 오를 예정이다. 애초 7월 21일 금요일 한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문경 도장산에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비를 두려워한 취소자가 속출해 9월 22일로 연기되는 바람에 근교에서 갈 만한 산을 찾다가 선택한 산이다. 어차피 금요일에 하려고 했던 산행이라, 평일이 아닌 휴일에 가도 되나, 기상청의 중기예보에 의하면 수·목·금 잠깐 멈춘 비가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다시 내릴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토·일 중 한 번, 주중에 한 번 해서, 주에 두 번 산에 갔으나, 최근 장마의 여파로 7월 8일 괴산의 신선봉, 마패봉 연계 산행[산행기] 후 산에 못 가고 있어,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가 급하다. 와중에 정기 산행 일인 셋째 주 토요일인 7월 15일 또한 캠핑을 겸해 괴산의 군자산, 남군자산 연계 산행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이 산행도 폭우로, 우중 트레킹으로 변경했다.
소요산은 2017년 9월 30일 대학 동기 셋과 처음 방문해 환 종주를 했고, 다음 해인 2018년 10월 28일 등산방 정기산행으로 다시 찾았으나, 폭우로 중간에서 하산했었다[산행기]. 고로 이번에 방문하면, 5년 만의 방문이다. 애초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려고 산행 계획을 찾아봤으나, 초행의 산이 없고, 그나마도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해 초행의 양평의 중원산이나, 인제의 매봉산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차를 몇 번씩 갈아타고 가는 게 귀찮아, 최소한의 환승으로 갈 수 있는 산을 찾다가 소요산이 떠올랐다. 정기산행을 다녀온 지 5년이나 지났으니, 다시 갈 때도 됐다. 그리고 올해 단풍철 정기산행지 답사의 의미도 있다. 올해 단풍철 정기산행으로 소요산에 가게 되면, 2018년 끝내지 못한 산행을 마감한다는 의미도 있다.
점심은 계곡에서 라면으로 먹을 예정이라, 라면을 위한 도구 외에 다른 산행과 준비가 다른 건 없다. 다만, 종일 구름 한 점 없고, 기온은 29를 넘나드는데, 1m/s도 채 안 되는 바람으로, 대단히 덥다는 예보라, 9시부터 산행을 시작해 가능한 한 일찍 하산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2023년 7월 18일 화요일 오후로, 모든 걸 확정하고 나니, 당당 내일 즉 수요일 가도 되는데, 굳이 목요일까지 기다려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해서 산행 계획을 하루 당긴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근교 산행이라 가능한 일이다.
2 – 1
9시부터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평일 소요산 기준 8시 51분 도착 열차를 타야 하는데, 불광역 출발 7시 14분 열차를 타고, 종로3가에서 갈아타면 된다. 해서 6시에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꽤 묵직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도착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마을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로 연신내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역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연신내역 기준 7시 8분 열차가 들어와 그걸 타고 보니, 대화 기점 차인지 빈자리가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나, 생각보다는 붐벼, 불광역에서 내려 구파발 기점이라 생각되는 다음 차를 탔다. 하지만, 아니었다. 앞차가 구파발 기점이고, 불광역 기준 7시 14분 차가 대화 기점인지, 빈자리는커녕 거의 발 디딜 틈 없는 만원이다. 잔머리 굴리다가 망했다. 그나마 다행은 종로3가까지만 가면 된다는 거!
어쨌든 종로3가에서 갈아탄 소요산행 열차는 빈자리가 많아, 배낭을 옆자리에 벗어두고 책을 보며 가고 있는데, 어느 시점부터 승객이 늘어나기 시작해, 배낭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리고 몇 개 역을 더 지나자, 빈자리는 아예 없고 서서 가는 승객이 늘어난다. 상식을 깨는 상황이라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의정부로 출근하는 승객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하지만, 의정부역에 도착했음에도 내리는 승객보다 타는 승객이 더 많다. 응? 동두천? 그런데, '다음은 덕정역'이라는 안내 방송에 내릴 준비를 하는 승객이 거의 다다! 덕정역이라는 말 다음에 '~~대학'이라는 게 들렸는데, 정확한 대학명은 못 들었다. 출근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등교하는 학생이다. 해서 이 글을 쓰며, 구글로 찾아보니, 서정대학교다. 덕정역을 지나자, 열차는 텅텅 비어, 종착역인 소요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탄 칸에는 나를 포함 두 명에 불과했다. 이게 정상이지!
8시 59분 소요산역에 도착해 출구로 나가며 보니, 열차 시간표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하산주 마실 생각은 없으나, 언제 생각이 변할지 모르는 거라, 혹시나 마시게 되면, 열차 시간에 맞춰 일어서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며 보니, 한 시간에 두 대라. 하나 놓치면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역을 빠져나오니, 벌써 내리쬐는 햇살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역 주변을 둘러보니, 왼쪽으로 안내도가 보여 가까이 다가갔다. '소요산'이 아니라 '마차산'이다. 마차산? 처음 듣는 산이라, 안내도를 유심히 봤다. 환 종주는 아니나, 보산역에서 시작해 소요산역에서 마감하는 코스라, 답사해 볼 가치가 있어 보여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반대편에도 안내도가 보여 그리로 갔다. 소요산 등산 지도가 맞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거리에 관한 정보는 없다. 어쨌든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과거 기억을 더듬어 들머리로 향했다. 물론 그 전에 등산 앱을 기동하고.
2 – 2
등산 앱의 고도 정보에 의하면 소요산역의 해발은 82m다. 오차를 고려하면 60m 내외고, 소요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의상대가 587m니, 표고차가 520m가 넘어, 무시할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소요산역에서 길을 건넌 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깐 망설이다가 일단 산이 보이는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이라기에는 꽤 넓은 이면 도로로 좌우는 식당으로, 주차장으로 직진하는 길은 아니나, 주차장이 멀지 않은 건 확실하다. 좌우 식당의 메뉴를 감상하며, 계속 가니, 왕복 2차선 도로와 만나고, 건너에는 산으로 올라가는 갑판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그 입구에는 '동두천 소요산 등산코스' 지도가 서 있다. 저 계단이 2018년 올랐던 들머리로, 산림욕장 능선 산행의 기점이다[산행기]. 그리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로 계획한 계단이나, 입구에 있는 지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 계획은 번잡한 구간을 피해, 등산 지도에는 있지도 않은 오로지 산으로만 이루어진 산림욕장 능선 산행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도가 소개하는 3코스 모두 일주문에서 시작해, 하백운대까지는 같고, 거기서 하급, 중급, 상급으로 코스가 나뉘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2017년 처음 소요산에 왔을 때 지도에서 소개하는 3코스(상급자 코스)의 환 종주를 한 거 같은데, 정확하지 않아, 확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일주문에서 자재암이 계곡 길로 폭포와 선녀탕으로 갈 수 있는 코스다. 평소라면 마른 계곡일 확률이 높으나, 얼마 전 비가 내렸으니, 폭포다운 폭포와 선녀들이 목욕하고 싶은 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자재암까지 가기로 했다. 그 후 상급자의 큰 원을 그릴지, 선녀가 목욕하는 탕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하급자나 중급자 코스의 작은 원을 그릴지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코스를 변경했으니, 왼쪽의 갑판 계단을 버리고, 오른쪽의 주차장으로 향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으나, 사실 원효폭포까지는 포장도로라, 산행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게 많다. 소요산의 인기를 반영하듯이 넓디넓은 주차장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일주문으로 향해, 처음 지도에서 8분가량 가자, 아래에서 본 것과 같은 지도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현재 위치' 표시와 지도의 방향이다. 그런데 두 지도다 코스 정보는 있으나, 지도상 각 지점 간 거리만 있지, 전체 거리에 관한 정보가 없다. 당연히 소요 시간도. 해서 핸드폰 계산기로 가장 큰 원의 각 지점 간 거리를 더해봤다. 7.65km! 작은 산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8km도 안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창피해서 거리와 시간 정보를 빠뜨렸나?
두 번째 지도에서 다시 8분가량 위로 가니, 과거 입장료를 받던, 매표소다. 과거에 입장료를 냈던가? 기억이 안 나지만, 돈을 안 받고 보냈을 애들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매표소를 지나자,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벌써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부지런한 주민도 보인다. 그 계곡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올라가, 9시 39분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에서 10여 미터 거리의 약수터도 보인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약수라기보다는 상수도에 가까워 보이는 물맛을 봤다. 물맛이 좋으면, 두 번 이상 받아 마시는 습관이 언제부턴가 생겼는데, 이 물은 그나마도 반 정도 마시다 말았다. 이걸 약수라 마시는 주민과 관광객을 가련하게 생각하며, 다시 길을 재촉해, 9시 42분 원효굴, 원효폭포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이라 하지만, 원효굴이 갈림길에서 30여 미터에 불과하다.
직진하면 앞에 보이는 원효굴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원효폭포가, 우회전하면 자재암으로 향하는 등산로다. 원효굴에서 길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산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돌아 나와 우회전해야 한다. 오늘 코스를 바꾼 이유가 비 온 후의 제대로 된 폭포를 보기 위함이니, 당연히 직진해 들어갔다. 그리고 원효폭포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고 원효굴로 들어가, 초에 불을 붙이려고, 초를 찾아 주변을 둘러봤으나 없어, 향을 피우는 거로 만족했다. 이후 원효굴에서 나와 자재암으로 향해 올라가자, 다시 갈림길이다. 직진은 공주봉, 좌회전해야 자재암이다. 상급자 코스의 큰 원을 그리면 공주봉 방향에서 내려와야 한다. 고로 2017년 우리가 큰 원을 그렸으면, 앞에 보이는 길로 내려왔을 텐데, 전혀 기억이 없는 거로 봐선 이리로 하산한 건 아니다. 그럼, 어디로? 사실 이런 부분이 석연치 않아, 그걸 확인하기 위함도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갈림길 한쪽에는 지금까지의 안내도와는 다른 지도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지금까지 지도와 다른 점은, 비록 퇴색돼 잘 보이지는 않으나, 거리와 시간에, 고도와 산세 정보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지도에도 소요산 정상에 관한 정보는 없다. 이름으로 봐서는 ‘상백운대’가 정상으로 보이나, 높이로 봐서는 587m의 의상대가 정상이다. 의상대가 상봉은 맞는데, 정상은 소개하는 글마다 차이가 있다. 지도로 산세를 확인하고, 자재암 방향으로 좌회전하니, 금강문이다. 그리고 금강문을 통과하면, 첫 번째 전망대다. 물론 거기서 사진을 찍은 후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 절길을 따라가며 아래를 보니, 보기 힘든 모습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동영상도. 그리고 계곡 위 갑판을 설치하는 거로 보이는 공사장을 지나며, 멀쩡한 길이 있는데, 계곡을 망치며 길을 하나 더 만드는 행태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9시 59분 자재암에 도착해 먼저, 입구에서 내부를 둘러봤다. 오른쪽은 종무소, 왼쪽은 공양간이다. 아래 원효굴에서 찾던 초가 여기 있다. 초에 불을 붙이기로 했으니, 좀 있다가 하기로 하고 먼저 대웅전으로 가 본존불에게 신고, 후 주변을 둘러보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청량폭포와 석굴암인 나한전이 있다. 먼저 폭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나한전으로 들어가 신고하고 나와, 종무소를 돌아갔다. 그리고 초 두 개를 들고 와 등산객이 손을 대 망가졌다는 원효샘 옆에서 초에 불을 붙여, 촛불 공양대에 두고, 나한전 옆 돌계단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그 시각이 10시 14분이니, 대략 15분가량 자재암에 머물렀다.
돌계단으로 자재암을 떠나 하백운대로 향해, 10시 17분 선녀탕 갈림길에 도착했다. 한참을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이정표에 의하면 고작 50m다! 어쨌든 여기서 선택해야 한다. 선녀탕은 왕복 1km가 넘어, 선녀탕 왕복은 소신에 반하는 행위다. 그리고 탕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산꾼이 할 짓이 아니다. 더욱이 선녀가 목욕하는 탕이라는 데, 고로 선녀탕은 하산길에 들러야 한다. 해서 능선을 따라 큰 원을 그리는 중에 선녀탕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몇 곳 있으니, 거기서 선택하기로 하고, 0.6km 거리의 하백운대를 향해 계속 직진했다. 그래봐야 과거에도 올랐던 계단이다. 그 계단으로 힘겹게 정상을 향해 가는데, 간간이 울창한 숲사이로 계곡 건너의 봉우리가 보이나, 그 정체가 명확하지 않아, 추측만 하며, 위로 올랐다. 그리고 계단이 끝나는 암릉 구간에는 바위 전망대도 있었으나, 숲 사이로 보이는 것과 다른 게 없어, 기록으로만 남기고 길을 재촉했다. 다만, 위치로 봤을 때 건너편 직벽 아래가 선녀탕이다!
암릉을 우회하는 계단이 있으나, 그걸 무시하고 바위 능선으로 계속 오르자, 10시 43분 등산 앱이 하백운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갈까 하다가, 일단 위험 구간을 지난 다음에 찍기로 하고 계속 오르니, 정상 반대편으로 암릉이 숲을 뚫고 계곡으로 튀어 나가고 있는 게, 최고의 전망대로 보인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 반대, 절벽으로 향했다. 예상대로다. 직전의 하백운대를 제외한 이름을 가진 나머지 봉우리와 능선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물론 그 모습을 기록으로도 남겼다. 이후 전망대를 떠나, 동영상을 찍으며 하백운대로 향해 10시 50분에 도착했다. 이미 알고 있는 바지만, '하백운대 안내도'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어, 그걸 배경으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인증을 남긴 후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에 이정표가 있으나, 2018년 올라온 직진 방향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아무래도 돈이 되는 등산객을 자재암으로 유도하기 위한 거로 보인다. 직진해 내려가면 매표소를 거치지 않는 산림욕장이다. 물론 지금은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0.4km 거리의 중백운대로 향해 11시 5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등산 앱이 반응이 없다. 작은 산에 이름 가진 봉우리가 많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몇 개는 인증 대상에서 빼 버린 거 같다. 해서 나도 인증을 남기지 않았다. 삼각대를 꺼내고 설치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중백운대를 떠나 300m를 가자, 갈림길로 이정표가 있다. 그런데, 이정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왼쪽은 '덕일봉 07km, 그 아래에 '동광교(종주 끝) 21.6km'라 표기하고 있다. 종주 끝? 그럼, 시작은? 직진은 '상백운대(소요산) 0.3km', '일련사(종주 시작) 25.7km'다. 둘을 더하면 47.3km, 정맥은 아니니 지맥이다. 한북정맥에서 뻗어 나온 지맥이다. 혹시 소요지맥?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구글에서 검색했다. 겨울에 가려고 미뤄두고 있는 왕방산의 이름을 딴 왕방지맥에서 분기한 소요지맥이다. 물론 한북정맥에서 나왔다. 이번 산행으로 두 가지를 알았다. 미뤄두고 있는 왕방산이 지맥을 이룰 정도로 중요한 산이라는 것과 주요 지맥은 아니나, 소요산 또한 지맥을 이루고 있다는 거. 소요지맥이라는 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몇 곳의 선녀탕 갈림길 중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위험 안내문'이 서 있다. 안내문 이전에 급하게 떨어지는 등산로만 봐도 겁이 날 지경이다. 물론 벌써 선녀탕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어 계속 전진하니, 등산 앱이 상백운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그 50m의 암릉이 만만치 않다. 물론 우회로가 있으나, 그걸 버리고 암릉으로 가 11시 20분에 상백운봉에 도착했다.
상백운대 또한 이정표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의상대에는 정상석이 있고, 상백운대에는 없다는 건, 의상대가 정상이라는 얘기다! 이제부터 남들이 뭐라든 소요산의 정상은 의상대다. 물론 하·중 백운대와 같이 '상백운대 안내도'도 있다. 그런데 여기를 떠나는 순간부터 칼바위 능선 구간이다. 실은 이미 칼바위 능선은 상백운대 직전 시작되지만,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어쨌든 배도 고프고 해, 점심 먹을 만한 너럭바위를 찾으며, 우회로를 버리고 칼바위 능선으로 가, 11시 35분에 의외의 이정표를 만났다. 소요지맥 갈림길로 왼쪽이 소요지맥 분기봉인 '국사봉'으로 간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리본이다. 역시 대간꾼이다! 여기서부터는 소요지맥이 아니다. 어쨌든 이정표를 지나 계속 가, 11시 38분 산책로 갈림길에 도착했다. 아예 '산책도로'로 명명한 우회로다. 그런데 반대쪽에서는 갈림길을 못 봤는데?
갈림길에서 10m 정도만 가면, 다른 봉우리와 같이, 칼바위 정상 표지목이 서 있다. 정확히는 정상은 칼바위 능선상에 있는 최고봉이나, 접근이 쉽지 않아, 칼바위 능선의 끝이자 시작 지점의 평지에 설치한 거다. 정상이야 어디든 여기가 혼자서 점심을 먹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게 중요해, 땀에 흠뻑 젖은 웃통을 벗어 안내문에 걸어 두고 약간은 평평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11시 42분부터 12시 15분까지 33분 동안 배를 채운 후, 모든 인적을 깨끗이 지우고, 명목상의 칼바위 정상을 떠나, 다음 봉우리인 나한대로 향했다. 그리고 12시 35분에 선녀탕 갈림길에 도착했으나, 일단 정상인 의상대까지는 가기로 하고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12시 40분에 칼바위 정상 기준 두 번째 선녀탕 갈림길에 도착해, 역시 이정표만 기록으로 남기고 갈 길을 갔다. 그런데 나한대 직전 핸드폰 알람이 울려 꺼내 보니, 등산 앱의 만보기가 목표를 달성했다는 메시지다. 만보기야! 널 기동한 적이 없다. 고로 넌 네 멋대로 해킹하는 중이야!
등산 앱의 해킹 문제에 관해 제조사에서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해 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귀찮아서 그냥 사용 중이라,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가니, 나한대다. 중백운대와 같이 등산 앱이 반응하지 않는 게 역시 꼭 들려야만 하는 봉우리라 인증 대상에서 제외한 거로 보인다. 해서 나한대에서는 인증 대신 앞에 보이는 의상대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정상인 의상대까지는 남은 거리는 200m에 불과하나, 그야말로 암릉으로 일단 고개로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그 바위 능선을 즐기며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한북정맥? 왕방지맥인지 정확하지 않은, 맥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의상대로 향해 오르자, 1시 2분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가, 1시 7분 도착했다.
비록 2017년에는 없던 갑판으로 도배하기는 했으나, 당시 의상대에 관한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여기에 오른 건 맞다.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당시에는 없던 정상석이 갑판 위에 있다는 거. 물론 과거의 정상석도 바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먼저 두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새 정상석이 있는 갑판 전망대에서 보이는 소요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하백운대 직전의 전망대에서 남긴 기록과 합치면 완벽한 소요산의 모습이다. 그리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으나, 내리쬐는 햇살을 그대로 받는 위치라, 조금만 지체하면 쓰러질 거 같아(실제 약간의 현기증도 느껴 겁이 난 것도 있다), 인증의 품질 따위는 따지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도망치듯이 내려왔다.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거는 남기겠다는 의지로 지맥과 이정표, 도심의 모습은 찍었다. 물론 앞에 보이는 공주봉의 모습도.
머리에 김이 난다는 느낌의 의상대 정상에서 내려와, 공주봉으로 향해, 1시 29분에 샘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미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은 다 지나왔고, 물이 있는 마지막 갈림길이다. 이성은 차가운 물이 있는 샘터로 내려가라고 하나, 감성은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돌아보자고 주장한다. 이성이 이겼다. 그런데 이성과 감성의 쓰임이 맞나? 뭐든 계속 돌자는 주장이 이겨 샘터 갈림길을 무시하고 공주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공주봉으로 오르는 길이 과거에는 바위에 철봉을 박고 그사이를 밧줄을 연결한 안전 가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갑판 계단이다. 물론 과거 등산로의 흔적은 그래도 남아 있다. 그 계단을 오르는 중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쉬는 동안 왔던 길로 돌아보며,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계단 정상부터는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와 같아, 여전히 햇살은 따가우나, 그나마 경사가 아니라 가벼운 기분으로 정상을 향해 가는데, 등산 앱이 공주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 시각이 1시 42분으로 가장 뜨거울 시간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서둔다고 서둘렀으나, 실패했다. 앞으로 좀 더 일찍 시작해야겠다. 어쨌든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널찍한 갑판을 보니, 기억이 난다. 고로 여기도 왔었다, 그럼 2017년 처음 소요산에 왔을 때 주요 능선과 봉우리는 다 돌았다는 거다. 그럼 어디서 빗나갔을까? 정상에는 역시 '공주봉 안내도'가 잇고, 의상대와 같은 모양의 정상석이 있다. 2017년에는 기억이 없는 거로 봐서 그 이후에 세운 거다.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려고 정상석 뒤로 돌아가 보니, 정상석 위 양 끝이 봉긋이 솟아 있다. 혹시 공주봉이라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나? 생각하며 그 위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었다.
공주봉을 마지막으로 소요산 능선 위에 있는 모든 봉우리에 올랐다. 이제는 내려가면 된다. 공주봉의 높이가 528m, 소요산역이 60m가량, 고로 460m 이상을 내려가야 하니, 보나마나 급경사다. 공주봉을 떠나 급경사 너덜로 하산해, 1시 52분 주차장 갈림길에 도착했다. 소요산 내의 안내도에는 없는 갈림길이다. 그리고 기억이 났다. 2017년 여기서 일주문이 아니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왔던 길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산행 습관에 정확하게 맞는다. 당시에는 알고 있던, 이 갈림길을 왜 잊었을까? 그럼, 당연히 오늘도 주차장 방향으로 가야 하나, 지금은 물, 즉 계곡으로 가는 게 더 중요한다. 살려면! 해서 계속 급경사로 내려가자, 앞에 경고문이다. 보호구역이라, 바위에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바위를 파고 말뚝을 박아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무엇 때문에 경고문이 있음에도 등산객이 위험한 짓을 해, 안전시설을 설치했는지 궁금해 가 봤다. 전망대다. 나한대와 의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다인. 그 전망대에 실망하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급경사 갑판 계단으로 내려가며, 옆을 보니 과거 등산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는 초행이라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흔적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구간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나마 햇살을 막아주는 숲속이라, 살만한 가운데 아래로 내려가 기도터라는 곳에 도착하니,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라 생각했는데, 오늘 바람이 안 분다는 걸 깨달은 후 계곡의 물소리라는 걸 알았다. 고로 조금 더 내려가면 물에 뛰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뛰다시피 내려가, 2시 14분 계곡에 도착했다.
계곡에 도착해 보니, 기다란 나무 의자가 있어, 뭐지 하고 유심히 살펴보니, 계곡 옆 약수다. 당연히 먼저 그리로 달려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두 번이나 받아 미신 후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뜨거운 열기를 차가운 계곡물로 식히고 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게 돌탑이다. 처음에는 계곡 건너 하나만 보였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하나가 아니라 여기저기 있다. 돌탑을 기록으로 남긴 후 계곡에서 나와 약수로 돌아가 다시 두 바가지를 마시고, 빈 물병을 약수로 채운 후 다시 하사해 100여 미터를 가자, 이정표다. 그냥 보면 잘 알 수 없으나, 이정표를 보니 갈림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샘터와 공주봉으로 나뉘는 길이다. 고로 이 계곡은 예상대로 샘터에서 내려오는 물로 만들어진 거다. 갈림길을 떠나, 다시 100여 미터를 내려가니, 이번에는 널찍한 공터다. 지도의 구절터다. 그 옆에는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싸 온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와중에 정체가 궁금한 흑염소도.
그들을 뒤로하고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4분가량 내려가니, 9시 50분 떠난 자재암 갈림길이다. 현재 시각 2시 38분, 고로 갈림길을 기준으로 큰 원을 그리는데, 4시간 48분이 걸렸다. 물론 그중에는 자재암에서 머문 시간, 점심 먹은 시간, 알탕 수준의 씻은 시간 등도 포함된다. 여기서부터는 아침에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는 거라 새로운 건 없어, 그 사이 뭐 변한 게 없나 빠르게 스캔하며, 내려가는데, 원효폭포 아래 섬에 노년의 부부가 마주 앉아 있다. 뭘 하나 궁금해 살펴보니, 동양화 삼매경에 빠져 불볕더위를 잊은 모습으로 진정한 신선놀음이다. 그 모습이 부러워 기록으로 남기고 내려가, 2시 42분 일주문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의 소요산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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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42분 일주문을 통과하는 거로 산행은 끝난 것과 다름없으나, 소요산역에서부터 소요산역까지를 기록하는 게 다음 산행의 자료로 더 중요해, 왼쪽으로 보이는 식당의 메뉴를 훑어보며 역을 향해갔다. 물론 댕기는 안주가 있으며,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배도 고팠고. 그런데 마음에 드는 안주가 없다. 더 중요한 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계곡 주변에는 더위를 식히는 피서객이 많음에도 식당은 텅텅 비어 영업 중인지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라, 들어갈 마음이 더욱더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주변 식당과 등산 때 미처 보지 못한 걸 기록으로 남기며 가, 결국 3시 16분에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이대로 역 구내로 들어가면 산행이 끝인데, 배가 고픈 게 무언가 아쉬워 고개를 돌려보니, 건너편의 순댓집이 눈에 띈다.
어차피 소요산 주변에 지역 특성을 내세울 만한 특산물이 있는 것도 아니라, 더덕구이니, 묵무침이니 하는 것들은 내키지 않았으나, 정확히 원하는 게 뭔지 몰라, 역까지 왔다가, '녹두랑 순대'라는 간판을 보자, 찾고 있던 게 순댓국이라는 걸 깨달았다. 더 볼 것도 없이 다시 길을 건너, 그 식당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니, 텅 빈 다른 식당과는 달리, 근처 주민으로 보이는 등산객 두 팀이 하산주를 마시고 있다. 역시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배낭을 의자에 놓은 후, 얼큰 순댓국을 주문하고, 화장실로 가 다시 씻었다. 일주일 씻을 양을 오늘 하루에 다 씻는 거 같다. 땀을 씻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짝 마른 수건을 빨아 목에 두르고 테이블로 돌아오고, 조금 있으니, 먼저 빨갱이와 반찬이 나왔다. 이어 순댓국이 나온다. 그 순댓국을 테이블에 놓으며, '한우 육수로 끓인 거로,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긴다. 말인즉 맛이 없을 거니, 테이블에 있는 걸 이용해 맛을 맞추라는 얘기다.
당연히 아무것도 넣지 않고, 먼저 국물 맛을 봤다. 약간 싱거운 거 빼고는 훌륭해, 들깨와 새우젓만 추가했다. 먼저 빨갱이 안주로 고기를 먹은 후, 밥을 말아 깨끗이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시각이 4시경이다. 열차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어 왔으나. 식당 벽 여기저기에 열차와 연천행 셔틀 시간표가 붙어 있어, 따로 사진을 찾을 필요가 없었고, 다음 차는 4시 8분이라, 거기에 맞췄다. 역으로 들어가며 보니, 열차는 이미 도착해 시간에 맞춰 출발할 상태다. 당연히 텅 비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귀가하는 피서객으로 거의 빈자리가 없다. 물론 차비를 내지 않는 사람이 90% 이상. 올 때는 이른 시간이라 한가할 거라는 예상으로 서울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를 선택했으나(불광역에서 바로 판단 착오라는 걸 알았지만), 갈 때는 퇴근 시간과 겹칠 우려가 있어, 북한산을 끼고 도는 코스를 선택해, 가능역에서 내렸다.
가능역에서 북한산을 북으로 돌아 불광역으로 가는 버스가 34, 360 두 대가 있는데, 그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어, 시간을 맞춰야 하는 약속에는 이용할 수가 없다. 4시 48분경 가능역에 도착해 버스 정보를 보니, 두 차 다 차고지다. 고로 언제 출발할지 예측도 안 된다. 날은 푹푹 찌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정류장 의자에 가장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른 5시 3분경 360번 버스가 접근한다는 정보가 갑자기 나타났다. 34번은 북한산에 바짝 붙어 구파발로 향하나, 360은 노고산 뒤로 돌아가는 거라, 거리가 더 멀어 34가 먼저 도착하기를 바랐으나, 지금은 더운밥 찬밥 가릴 상황이 아니다. 해서 360을 타고 서울로 향해, 6시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폭염경보 아래 진행한 소요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처음 계획과 달리 상급자 코스라는 '소요산역 → 주차장 → 일주문 → 자재암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 나한대 → 의상대 → 공주봉 → 구절터 → 일주문 → 소요산역'의 10.09km(트랭글) 구간을 6시간 9분 동안 즐겼다. 이동 5시간 28분, 휴식 41분!
바람 한 점, 구름 한 점 없는 30도가 넘는 날씨에 열사병이나, 일사병이 걸리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자재암 본존불과 소요산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다음에는 샘터로 올라가 선녀탕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탐험할 생각이다. 물론 거꾸로 할 수도 있으나, 산행 중 흘린 땀을 선녀탕에서 씻어야 해, 샘터로 오르기로 했다.
소요산역 기준 8km가 조금 넘는 거리에 불과하나, 다양한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소요산으로 앞으로 자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