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09-09-13 15:33 조회 : 2088 |
| | | 구월에 구순잔치
임 재 문
지난 팔월에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이어지는 경사는 구월에 구순잔치다. 구십평생을 살아오신 처가의 장모님! 강진군 대구면 수동리에서 황부잣집 셋째 딸로 애지중지 자라셨던 장모님께서는 스무살때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에 시집을 와서 칠남매를 다 기르시고 결혼시켜 분가하셨다.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나던 해에 출생하셔서 8.15 해방과 6.25전쟁을 다 겪으시고, 그래서 구십년동안 우리나라 역사의 산 증인이신 장모님이 나는 너무나 자랑스럽기만 하다.
나는 딱 한 번 아들 결혼을 시키는데도 힘이 드는데 칠남매를 다 결혼시키셨으니 그 수고로움이 오죽했으랴? 처가는 아들 둘에 딸이 다섯이어서 딸부잣집이기도 하다.
나는 그 중에 넷째딸을 아내로 맞이 했는데 딸중에서도 아마 가장 아름다운 미녀로 데려오지 않았는가 한다. 다른 딸들이 이글을 읽으면 노발 대발 할찌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혼을 위해 지금의 아내와 맞선을 보는데 나는 보기좋게 장모님께 툇짜를 맞았다. 얼굴도 추남인데다가 몸이 너무 허약해서 비실시실하고 또 말단 공무원에 박봉이니 더 물어볼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완강하게 반대하는 장모님을 제치고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역할이 너무나 크다. 아내는 기독교인이고 심성은 고운 사람같으니 꼭 결혼 하고 싶다고 우겨서 결국 승낙을 얻어 결혼까지하게 되었다.
장모님이 결혼 승낙을 하면서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임서방이 머리털은 까맣고 좋더라 그러셨다는데 사실은 그 때 내 머리털은 흰 머리를 염색한 것이였기에 나는 장모님께 더 할 말이 없다.
비록 맘에 안드는 결혼이었지만, 나는 장모님께 남달리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다른 사위들은 다 사업을 하고 대기업에 간부로 다녀 재력도 든든하고 몸들이 튼실한데 유독 나만 그렇게 비실비실하니 행여나 쓰러지면 어쩌나 해서 더욱 더 노심초사 걱정거리였던 것이다.
거기다가 그토록 믿었던 맏사위가 갑자기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이제는 모든 정열을 내게 쏟아 부으셨다.
해마다 개소주를 해서 보내오시고, 개소주 뿐이 아니다. 장인 어른이랑 같이 산에 가서 약초를 캐어다가 한약을 달여보내주시고, 어떻든 내가 볼에 살이라도 좀 오르고 몸이 건장해졌으면 좋겠다고해서 아내도 함께 온갖 정성을 다해 보건만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실감할정도로 살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비실비실한 덕분에 장모님 사람을 더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장모님의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아직 맘편하게 못해드리고 효도 한 번 못해드린 것이 한없이 송구스럽기만 하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우리는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를 합창하는데 왜 그렇게 즐거워야 하는 그자리에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하고 말씀드렸지만, 자꾸만 회한의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지금도 새색시 같이 곱기만 하시고, 정정하신 우리 장모님! 같은 마을에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오시더니 " 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랐다. 장모님보다도 훨씬 더 나이 많아 보이는데도 언니라고 부르니 말이다.
우리는 식장에서 식을 마치고 콘도에서 장모님과 그 후손들이 모두함께 일박하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부모님 다 돌아가신후 형제들마져 고향을 떠나 이제 고향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는데, 고향의 장모님이 살아계시니 고향의 온기가 더욱 더 느껴오는 것이 아닌가?
장모님! 이제 임서방 걱정 그만 하시고 건강하게 사세요. 구월에 구순이신 우리 장모님! 이제라도 마음 편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라도 장모님께 달려가겠습니다. 장모님! 우리 장모님! |
| 박영보 | 09-09-13 23:03 |  | 장 모 님
봉지에 싸다 주신 열무 씨 한 움큼을 이랑을 일구어서 공들여 심었더니 사나흘 지나고 나니 삐죽삐죽 싹트네
물주고 거름 주고 잡초를 뽑으려니 생전의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대네 말없이 바라다보며 미소 짓던 그 얼굴
고추장 열무김치 참기름 고루 섞어 비빔밥 된장찌개 곁들여 차려주던 그 손길 언제 또다시 만나게 나 될는지
<저의 장모님은 여든을 채우지도 못하셨습니다. 저의 일상을 지켜보시던 장모님께서 미국 방문을 하실 때 한국의 무씨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정성껏 가꾸어 오며 종자를 받아가며 대를 이어온지 여러해가 되었습니다. 열무김치를 먹기위해서가 아닙니다. 장모님의 손길, 눈길을 느끼며 장모님의 사위사랑의 흔적을 간직하고 싶어서 입니다. 장모님의 손길로 시작되어 뒷마당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무는 제 의식이 남아 있을 때까지 대를 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 |
| | 임재문 | 09-09-13 23:50 |  | 박영보 선생님 좋은 시와 함께 감상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가는 그렇게 항상 분위기가 좋아서 찾아가면 갈 수록 고향의 의미가 느껴옵니다. 푸근한 어머니 우리 장모님 이제 얼마나 더 그 사랑 느낄 수 있을런지요.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임병식 | 09-09-14 07:40 |  | 이렇게 장모님을 생각하는 사위이시니 처가에서 사랑을 많이 받으시겠습니다. 아들 결혼에 이어 경사를 맞이셨군요. | |
| | 임재문 | 09-09-15 12:26 |  | 임병식회장님! 이번에 구순잔치에 장모님 후손들이 다 참석했는데, 아주 대 부대가 다 모였습니다. 장모님께서는 저를 그렇게 극진하게 사랑하시는데, 저는 효도도 못해드려 마음 아픕니다. 이제부터라도 맘 편하게 해드리고 효도 하고 싶어집니다. 구순에 구순잔치는 경사임에 틀림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윤행원 | 09-09-14 10:51 |  | 임재문 전 회장님, 장모님 구순을 축하합니다. 장모님의 은혜를 잊지않고 마음 쓰시는 임 선생님의 정성이 갸룩해 보입니다. 워낙 마음이 여리고 고운 분이니 알만합니다..ㅎㅎ..거듭 축하를 드립니다. | |
| | 임재문 | 09-09-15 12:30 |  | 윤행원 이사님 축하 감사합니다. 이번 모임은 또 언제 어떻게 될 찌도 모르는 장모님을 위한 모임이라서 더욱 더 눈물났습니다. 기뻐야 할 곳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답니다. 앞으로 더 효도하며 열심히 살아서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김종선 | 09-09-14 15:21 |  |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는데 장모님 오래 살아 계셔서 사랑 많이 받아 좋겠네요. 알고 보니 사모님이 미녀이신가 본데 아름다운 여인과 인연이 되었으니 그일도 얼마나 좋을 까요. 세상 복많이 받아 축하드립니다. | |
| | 임재문 | 09-09-15 12:33 |  | 김종선 선생님 축하 감사합니다. 장모님이 아직도 살아계시니 고향의 의미가 더해집니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시며 씨암탉 잡아주시던 장모님 이제 구순잔치를 해드렸지만, 장모님 사랑에 비하면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아내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어쩌지요? 또 한번 팔불출이 되었습니다. 맞아요 미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일만성철용 | 09-09-15 02:00 |  | 임 작가님의 장모님 자랑을 보니, 우리 장모님 생각이 납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내에게는 유감이 있어도 장모님에게는 유감이 없거든요. 자식을 서울대에 2, 고대에 2씩 보낸 분이시거든요. 모시고 음식점에 가면 맨발로 달려가서 싸움싸움 하시며 그 음식값을 치르시는 90세의 건강한 장모님이시거든요.저도 그렇게 늙으리라 생각합니다. 임작가님, 만약 만약 에 그 장모님 돌아가시거든 연락 주세요. 저도 연락 드릴께. | |
| | 임재문 | 09-09-15 12:38 |  | 일만 성철용 선생님 ! 선생님께서 저에게 베푸신 사랑을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아무 것도 못해드려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아들 결혼식에 사진도 찍어 주시고, 또 제 회장할때 사진과 조경희 회장님 영면하실때 사진까지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께서도 처가의 어머님이 생존해 계시는 군요, 장모님 사랑은 정말 푸근하고 애틋한 사랑입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최복희 | 09-09-17 09:37 |  | 행복한 사위십니다. 첨엔 반대하셨지만 지내면서 보시고 심성이 그리 착하심을 아셨겠지요. 그래서 장모님의 사랑 많이 받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장모님의 건강과 임선생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 |
| | 임재문 | 09-09-18 07:26 |  | 최복희 이사님 감사합니다. 항상 노심초사 걱정하시는 장모님께 이제는 맘편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위사랑은 장모님이고 사위는 백년손님이라시는 장모님이 더 건강하셔서 오래 사시기를 저도 바랄 뿐입니다. 이제라도 효도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
| | 정진철 | 09-09-18 10:26 |  | 그러고 보니 저는 아버지 어머니도 일직 돌아가신데다가 장인어른이나 장모님도 안계시는군요. 임선생님의 장모님 100수까지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구순잔치~~ | |
| | 임재문 | 09-09-18 13:24 |  | 정진철 선생님 저도 부모님이 안계시기 때문에 더 장모님께 애틋한 정이 가는지 모릅니다. 이제 고향을 지키시는 분은 우리 장모님 뿐이거든요. 언제라도 달려가보고 싶은 그리운 고향 그곳에 인자하신 어머님이 살아계시다는 것 그래서 고향이 그립습니다. 저도 오래오래 사시도록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 | |
| | 김창식 | 09-09-20 15:37 |  | 임재문 선생님께서도 꼭 구순잔치하셔야 합니다. 저도 꼭 참석하겠습니다. | |
| | 임재문 | 09-09-20 17:15 |  | 김창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인생 억울해서도 오래 살아서 한 번 잔치 해보았으면 합니다. 꼬옥 참석해주세요. ㅎㅎㅎㅎㅎㅎ | |
| | 민문자 | 09-09-28 13:54 |  | 아드님 결혼식때 처음 뵌 사모님 정말 미인이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 하신 임재문 선생님일 줄로 믿습니다. 미인이시면서도 그 자태가 푸근하니 솜이불과 같을 것이기게 말입니다. 구순의 장모님 사랑도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지요. 임재문 선생님 더욱 행복시기를 기원합니다. | |
| | 임재문 | 09-09-29 00:41 |  | 민문자 선생님 아들 결혼식에 바쁘신데도 불구하시고 찾아오셔서 축하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저는 행복에 겨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더 좋은 축제가 올것이라 믿어봅니다. 민문자 선생님께서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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