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의 전남행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충남도가 3년 동안 쌓아온 공든탑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제2 국립수목원 유치는 기름유출사고로 도탄에 빠진 서해안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 사업이다. 지역민들이 허탈감을 토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잔뜩 기대를 부풀렸던 산림청의 갈지(之)자 정책결정 과정 역시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산림청과 전남도는 지난 18일 완도수목원을 국립수목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상호협력을 골자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충남도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한 순간이다.
산림청이 국립수목원 분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2005년 이래 줄곧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이 충남 서산 신진도리 일원이기 때문이다. 당시 서산시장이 산림청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을 만큼 신진도리는 손색없는 적지로 꼽혔다.
물론 입지 선정은 순전히 산림청의 몫이다. 신진도리를 외면했다고 해서 무작정 나무랄 수 는 없을 것이다. 당초 산림청은 전국 각 시도와 지방산림관리청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서부·동부·남부권 각 1개소씩 분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과다지출과 유치 과열 등을 이유로 2년 만에 사업을 백지화하고 분원이 아닌 제2수목원 자체 선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혼선만 가중시킨 셈이다.
산림청의 말을 빌리면 신진도리내 수목원 건설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 원인은 서천 국립생태원과 행정도시 수목원 때문이라고 한다. 행정도시 수목원은 산림청의 필요에 의해 추진된 정부부처간 협의의 산물로 여겨진다. 국립생태원은 더욱 가관이다. 국립생태원이 장항산단 대안사업으로 결정된 것은 수목원 조성 계획 이후의 일이다. 그것도 18년 숙원사업을 수포로 돌려세운 강권 성격이 짙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립생태원과 국립수목원이 근접한 곳이라 입지에서 배제시킨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
충남도는 이번 제2국립수목원 유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확한 입지 여건도 자세히 파악하지도 않아 결국 행정력만 낭비하고 말았다. 그간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돌아가는 상황도 모른 채 막연한 기대감만 부풀렸다면 화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충남도정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