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저녁께
달맞이꽃 두 송이
식당에서 살빛 밝힌다
ㅂ
ㅏ
ㅂ
마주보고 앉아
서로에게 숟가락 입에 물려준다
밥알 씹으며
입안에서 마닐마닐 굴린다
언젠가 닿았던 서로의 혀끝이다
사람은 매일 자기 반쪽을 씹어야
숭늉 같은 하루가
맛있다
아제아제바라아제
향완 빛 아버지 사십구재 회향 날이다
극락왕생 빌고 비는
어머니 염불
나무 물고기 부레 마냥 부풒어
수심 깊은 절간 마당 헤엄친다
목울대 먹먹하고
잿빛 구름 한 자락 울컥 쏟아진다
백팔 그리움 산그리메 먹울음으로
부처에 공양하듯 의탁한다
늙은 탱화도 삼도천 건넜는지 낯빛도 잃어가는데
슬픈 저녁 법당으로 사주하러 찾아들 때
불전에 놓인 12문 아버지 고무신에
찹찹한 흰 나비 날아든다
<어젯밤 꿈에 찾아온 너그 아버지 헌신인 갑다>
좌복 한 어머니
연꽃 같은 얼굴로
옷깃에 묻은 시름 한자락 털어버린다
천국으로 택배
물류 센터 토한 택배 배송 승강기 없는 건물 하루 수십 번, 주인 없는 집 다시 서너 번 방문하고 닳은 어깨 무너질 즈음 파손된 물건 보상하라는 고객 성화로 막 내린다 포장마차 앉아서야 운동화 밑창도 숨 돌리는데
소주병 비친 푸르데데한 건 산 얼굴인지 죽은얼굴인지 순대 삼키는 목구멍엔 오 년간 산소마스크 낀 채 반신불수로 입원한 아내 병원비 가시처럼 걸린다
아내 죽은 지 삼 년 된 동료 이제 그만큼 했으니 마음 내려 놓으라며 푹 익은 술지게미 말투 어물거리는데 크레졸 냄새 짙은 목소리 간호사 전화 천국으로 날라야 하는 배송물
주름 치마처럼 칸 칸 절개된 아내와 시간 방향지시등처럼 깜빡일 때 무광택 울음으로 배송 박스에 수신인 없는 스티커 붙인다 고된 길 이리 돌아서 왔으니 하늘도 쉬 문 열어줄 거야, 택뱁니다
시집 『천국으로 택배』커뮤니케이션 볼륨, 2026.2
이채율 시인
2024 투데이신문 신춘문예 당선
2025 독도문예대전 대상
2025 한용운문학상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