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문제를 보면서 경기장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경기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몇가지를 이야기기 해보기로 한다.
얼마 전 어떤 야구 감독이 축구장을 개조해서 야구장으로 만들자고 해서 씨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도 가능성여부에 대해서 한참 왈가왈부했었다. 우선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축구경기장과 야구경기장은 근본적으로 형태가 다르다. 그러므로 경기장 전체를 완전히 개조하지 않고는 야구장으로 개조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차라리 헐고 새로 짓는 것이 경비면이나 경기장 구조적 안전문제에 있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축구장과 야구장을 같이 쓰는 경기장이 전세계에 한 군데 있다. 일본의 사포로돔인데 야구장과 축구장을 같이 쓰기 위해서 축구장 규격의 잔디밭을 밖으로 내놨다가 축구경기이 있을 때 안으로 들여오고 좌석도 가변석으로 뺐다 넣다하면서 경기장을 변화시킨다.
이것도 처음부터 겸용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야구든 축구든 기존 경기장을 다른 경기용 경기장으로 개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경기장은 운영비가 많이 들어 엄청난 부자지자체나 바르셀로나 수준처럼 엄청난 운영비를 감당할 부자구단 아니고서는 운영하기 조차 힘들다.
여기서 잠시 돔구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야구하는 사람들이 돔구장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 돔구장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공사비도 문제지만 개폐식 돔으로 운영될 경우 운영비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도 많은 경기장이 운영비 때문에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교체하고 아예 개폐식으로 운영하던 것을 포기하고 있다. 폐쇄형 돔으로 만들어도 일반 운동장보다 냉난방과 환기 때문에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원래 대전월드컵경기장도 개폐식 경기장으로 계획하였다가 포기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돔구장을 짓는 돈이면 같은 규모의 일반야구장을 2개는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노후화 된 야구장 시설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면 돔구장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일반 야구장 신축에 더 매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비슷한 경기에서는 경기장을 같이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축구와 미식축구이다. 미국월드컵 경기장 중 몇 곳은 미식축구장을 개조하여 사용하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장 규격이 축구장과 비슷하기 때문에 객석부분만 조금 조정하면 축구장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실내경기장에서는 이런 경우가 더 많다. 실내에서 하는 경기의 경우 구장의 크기에 상관없이 대부분 직사각형의 경기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경기를 한곳에서 치룰 수 있는 것이다. 실내에서 하는 경기 중 가장 큰 경기장은 40m*20m의 규격을 가진 핸드볼 경기장이다. 그 다음이 농구장으로 28m*15m이고 다음 배구장으로 18m*9m이다.
각 경기마다 주변에 안전지대에 대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핸드볼을 기준으로 하여 경기장을 만들면 농구나 배구 경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내체육관을 설계할 때는 핸드볼을 기준하여 만들면 모든 경기가 가능하게 된다. 이런 경기장의 경우는 몇 가지 경기는 경기장 개조없이도 경기가 가능하다.
기타 레스링, 유도 같은 경기는 실내체육관 어느 곳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 체육관 아니면 대부분 다른 실내체육관을 이용한다. 올림픽에서도 이렇게 경기를 진행한다. 역도는 더 자유로워서 88올림픽 때는 코엑스를 개조해서 역도경기장으로 쓰려 검토한 적도 있고 고양세계역도 선수권 같은 경우는 킨텍스에서 임시로 경기장을 만들어 진행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국제규격에 맞는 경기장으로 설계했을 때는 국제경기를 거행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과 같은 큰 경기에는 그 경기를 개최하기 위한 조건이 붙는다. 경기장 좌석수,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공간, 경기를 중계하기 위한 시설 등이 조건으로 붙는다.
예를 들어 올림픽의 경우는 반드시 선수 준비를 위한 웜업경기장이 꼭 있어야 하고, 경기별로 최소좌석수 기준이 있고, 중계를 위한 중계석의 숫자, 중계에 필요한 조도를 맞추어야 하는 등 세세한 조건이 붙어 있다. 문학경기장 뿐만 아니라 최근 짓는 종합경기장에 보조경기장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조건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수영장의 경우도 대부분 사람들은 메인 풀과 다이빙 풀 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경기를 치루는 경기장에는 주경기장에 있는 규모와 똑같은 경영풀과 다이빙 풀이 바로 옆에 별도로 있고 올림픽 경기 종목 중 관람석를 많이 요구하는 경기장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존 시설을 다시 사용할 경우에도 IOC, FIFA,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02년 월드컵에서 메인 경기장 관람석 수가 6만 이상이었는데 이번 월드컵부터 메인 경기장은 관람석 수가 8만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월드컵을 상암에서 개최한다면 현재 6만6800석인 객석수를 8만 이상으로 늘여야 한다.
아시안 게임을 하기 위해서 메인스타디움의 최소 규모가 5만 5천이상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문학경기장이 이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는 4만 9천인 수용인원을 6천명 정도 늘여야 한다. 그 외에 경기시설은 아마도 중계시설 등 그리고 국가원수급을 경호하기 위한 시설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문학경기장에서 월드컵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에 관람석을 늘리는 것 외에 기본시설을 보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경기 시설자체도 처음부터 아시안게임 유치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크게 보완할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만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면 앞서 있었던 경기장 논란도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댓글 (코엑스 -> 킨텍스 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클랜드가 그렇게 사용하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우선 이렇게 사용이 가능한 것은 미국은 야구와 미식축구가 시즌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관람석 6천석을 늘리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관람석 자체를 뒤로 밀어야하고, 거기에 맞게 트랙도 조정해야 합니다. 또한 문학경기장은 월드컵 후 여러차례 시설에 손댄 결과 월드컵 때의 시설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습니다. 경기장이란게 시야 문제도 중요하고, 아시안게임 후 나빠진 시야를 보강하기 위해 또 추가적인 관람석 철수나 시설개설이 필요해집니다.
관람석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6천석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람석을 늘린 예는 많이 있습니다. 시야문제 역시 설계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시설을 개수하는 것 역시 월드컵때 중계방송이나 전자적인 시스템을 전제로 설계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근간으로 시설만을 최신의 것으로만 교체하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것도 없을 것입니다. 비용은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하여 쓴 글에 제시된 금액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입주해있는 웨딩홀이나 사우나 시설 등을 아시안게임 기간동안에만 폐쇄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내보내고 그 부분을 다시 리모델링 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이 남는데 영업비용 보상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으나 다시 리모델링 한다면 공사상으로는 별로 어렵지 않고 조금 더 비용이 상승할 것 같지만 전체 공사비에 비하면 그것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돔구장에 목숨걸든데 -_-;;; 네이트 기사에 돔구장에 목숨걸지말고 지금 오래된 경기장 개보수하는게 낫지 않냐고 댓글 남겼더니 반대가 장난아니더군요.
네이트는 뭐 월드컵 한경기가지고 아직도 국가대표를 욕하는데 말이죠. 거기 댓글쓰는 양반들 글은 별로 신경쓸 거리도 안됩니다. 차라리 개소문이 약간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야구는 비가오면 전혀 경기를 못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죠. 반대로 축구는 오히려 수중전의 즐거움이 따로 있으니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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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이냐 새로운 곳에 새로운 시설을 짓느냐는 5에서 10이냐 0에서 10이냐 겠죠. 물론 5가 새시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새로 짓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긴 한데, 문제는 이 시설을 짓기 위해 주변에 아파트를 지어주게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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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동산 시장이 개판인건 누구든 인정하실 것이고, 특히나 그쪽에 사시는 분들이 잘못생각하는 부분이 '재개발'하면 자기한테 득이 될거라는 거죠.
하지만 원주민이 30%도 안되는 재개발입니다. 결국 '다른사람들 돈벌게 해 주세요' 가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