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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도둑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글쎄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라고 들어오냔 말야.
앞집 아저씨는 아직 제 정신이 아니다.
―그러게, 그리고 요즘 현금 가지고 있는 집이 어딨어. 다 카드 쓰지. 거 돌대가리 아냐? 라고
거드는 피아노 교습소집 주인 말끝에 명절내가 난다.
한참 있다가 누군가 이랬다.
―여북 딱했으면 그랬을라고……
이웃들은 하나 둘 흩어졌다.
밤이슬 내린 차 지붕에 화석처럼 찍혀있는 도둑의 족적을 바라보던 나는
그때 허름한 추리닝 바람에 낭떠러지 같은 세상에서 뛰어내린
한 사내가 열나흘 달빛 아래 골목길을
죽을 둥 살 둥 달려가는 걸 언뜻 본 것 같았다.
(이상국·시인, 1946-)
🍒 내 삶을 기쁘게 하는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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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장
북적 북적
물건값 흥정하는 주인과 손님
코로나 잠시 잊고
서로의 얼굴에 웃음꽃 피었다
톡 보내고 나니 여명이 밝아와 고추밭에 약하러
집사람은 약하기 전 고추무름 하기 위해 연한 고추를 따겠다며 먼저 내려갔다
탄저병과 살충제 약을 평소보다 진하게 탔다
아침에 이슬이 많이 내려 약량을 평소 보다 더 타서 해주는게 좋겠다
여기에 영양제도 탔다
고추가 괜찮은 것 같아 영양제도 함께 해주면 고추가 더 커지지 않을까?
약을 타 가지고 내려가니 집사람은 이미 연한 고추를 다 땄다
고추에 골고루 약을 뿌려 주었다
탄저병이 왔지만 예전보다 더 심하진 않다
이 고추는 탄저병에 강한 품종이라 그런 것 같다
고추열매 하나가 탄저병이 들면 그 고추대 전체뿐 아니라 주변의 고추나무도 다 전염시키는데
올 고추는 탄저병 전염성이 그리 강하지 않다
고추나무 자체에 면역성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그래도 약은 이번 해주는 것으로 끝낼까?
고추밭에 약을 하고 남은 약을 배추밭에 뿌려 주었다
배추 몇 개가 벌레 먹었다
약을 뿌리는데 벌레가 기어 나오는 것도 있어 잡아 주었다
저녁 무렵 배추 무에 무름병 약도 해줄까?
동물 먹이주며 숫기러기를 잡아 발목을 묶어 놓았다
이 녀석 때문에 수탉이 크게 수난을 당한다
어제 이 녀석이 물어 버린 수탉은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일어서질 못하고 있다
얼마나 짓눌러 버렸으면 일어서지도 못할까?
저렇게 일어서질 못하면 수탉 구실을 할 수 없겠지
며칠 더 지켜 본 뒤 안되겠음 처리해 버려야겠다
씨 수탉으로 키우고 있었는데 기러기 때문에 틀려 버린 것 같다
숫기러기가 저리 공격적인줄 몰랐다
모이를 주는데 병아리들이 문틈새로 밖으로 나가 버린다
저런?
어미닭을 내주는게 좋을 것같아 어미만 몰아서 내보내려는데 다른 녀석들까지 함께 몰려 다녀 안되겠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어미닭이 닭장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병아리들이 밖에서 삐약거리니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었나 보다
수탉 한 마리와 다른 암탉도 같이 나갔다
그래 너희들은 오늘 밖에서 놀아라
나머지는 모두 가두어 두었다
오골계 두 마리가 알을 품으려 난리
며칠전부터 알만 보면 품고 앉아 있다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품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쫓아 내고 품고 있는 알 두 개를 끄집어 내 버렸다
그래도 또 품으려 한다면 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 버릴까?
고등어 구워 아침 한술
한바탕 일해서인지 밥맛이 좋다
집사람이 어제 딴 고추를 건조기에 넣잔다
쉬파리가 많이 생겼단다
보통 고추는 딴 뒤 씻어서 하루쯤 그늘에 두었다가 건조기에 넣는다
완전히 붉어지지 않은 고추가 있으면 그늘에 두면 붉어지기 때문
그런데 오늘은 쉬파리 때문에 오래 놔 둘 수 없겠다고
모두 채반 가득 가득 채워서 건조기에 넣었다
말리면 열근은 나올 것 같다며 좋아한다
다 되어 가는 고추나무에서 이렇게 많이 딴 것은 처음이라 더 기뻐 하는 것같다
한번 더 이렇게 딸 수 있음 좋겠다
오늘은 형제들과 미리 성묘다녀오기로 했다
집사람이 시간 딱 맞추지 말고 일찍 출발해 가잔다
미리 가서 기다리려면 지루한데...
집사람 성화에 일찍 출발해 금호리에 도착하니 이미 작은 형님네와 인경이네가 왔다
모두들 일찍 오는 것을 꼭 나만 시간 맞추려 한다
산에 올라가 묘소를 둘러 보았다
묘소 주변으로 펜스를 다 쳐 놓았다
멧돼지들이 산소를 마구 파헤쳐 버려 어쩔 수가 없단다
이 산엔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고 있단다
군 훈련장이라 포수들이 출입할 수 없어 멧돼지 세상이라고
이들이 먹을 게 부족해서인지 묘들을 파헤쳐 버린다고
작은형님께서 벌초를 깨끗하게 잘 해 놓으셨다
참 힘드셨겠다
이제 연세 많으셔 앞으로 벌초하기가 만만치 않을 건데...
형제들 나이가 많아 선뜻 벌초하러 나서기 어렵다
산소 벌초하고 관리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운 일
큰형님께서 어떻게 조치 하시겠지
큰형님과 동생도 왔다
제단에 차려 놓고 성묘
조상님들과 부모님 모두 편안한 곳에 잘 계시라고
어머님 생전 모습이 불현듯 스친다
항상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는데...
아버님 일찍 떠나시고 남겨진 8남매를 키우시느라 그 고달픈 삶의 질곡속에서도 여유를 잊지 않으시며 뭐든 있으면 이웃에 나누어 주시던 모습이 떠 오른다
시부모님 잘 모시고 동기간 우애하며 지역사회 모범이 된다하여 장성 유림에서 추천해 열녀비문을 받으셨다
나도 어머님처럼 살다 가야할건데...
우리도 언젠가 소풍 끝내면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겠지
삶을 이어가는 동안 부모님이 바라신대로 잘 살아 갔음 좋겠다
음식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
큰형수님께서 많이 아프시다고
대장 괴사증이 왔다신다
아무래도 병원에 입원해 치료 받으셔야할 것같다고
변비가 오래되면 그런 증상이 생길 수가 있단다
변비는 만병의 원인
항상 장관리를 잘해야한다
사람은 잘먹고 잘싸고 잘자면 건강하다지 않던가
그 중 한가지만 잘못되어도 몸의 균형이 무너져 아프기 시작한다
빨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 받으시라고
나이들어도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처럼 모였으니 점심을 할까 하다가 음식을 나누어 먹고 보니 모두들 밥생각이 없다고
이도 나이드니 양들이 작아진 탓이겠지
다음에 보기로 하고 헤여졌다
집에 오는데 작은 형수님 전화
황룡장에서 동생네와 만나기로 했다고
그럼 우리도 가겠다며 차를 돌려 황룡장으로
장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양쪽으로 차가 파킹되어 막힌다
어? 장날 이처럼 막힌 적 있었나?
차들이 쉽게 빠지질 않는다
작은 형수님이 전화와 예약이 있어 그냥 가시겠다고
우린 장 구경이나 하고 가겠다 했다
겨우 장 안으로 들어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헤매다가 마침 국밥집 주차장에서 차 한대가 빠져 나오길래 실례
식사를 안해 미안하지만 이리 복잡할 땐 어쩔 수 없다
주차해 놓고 대목장 구경
오늘은 참 북적인다
황룡장이 이리 북적일 때가 있었을까?
사람 많으니 기분도 좋다
웬지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기분
오늘 기분 좋게 장보는 시골 노인들
국민 재난지원금 받았기 때문일까?
언제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돈을 지급해 준 적이 있었을까?
노열동생은 지원금 받으니 옛적 봉급 받을 때 기분이 들더란다
정부가 이런 일을 잘했음 좋겠다
어떤 분들은 이게 포풀리즘이라 하던데 그럼 그게 어때서
금방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망발 떠는 보수언론과 보수 논객들이 문제 아닐까?
정부가 백신 확보 못해 정부가 자신있게 추석까지 접종률이 70%를 넘긴다 했던건 물건너 갔다고 떠들어대던 언론과 야당
그런데 지금 70%를 넘겼다 하지 않는가?
OECD 국가중 70%를 넘긴 15번째 국가란다
이러면 정부를 믿고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하지 않을까?
에이 모르겠다
성준이 실내화가 떨어졌다고 어제 노열동생이 얘기했던게 생각난다
시장안 신발 가게를 들러 애들 실내화가 있냐고 물어 보니 딱 두컬레 있다며 내놓는다
요즘엔 애들이 없어 실내화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그러기도 하겠다
시골엔 한반이라도 겨우 10명을 넘지 못한다
애들이 없는 시골은 곧 사라지지 않을까?
실내화 칫수를 보니 성준이완 맞지 않는다
너무 작은 걸 사다 주면 신을 수 없겠다
이왕 나온 김에 읍내 들러 사가지고 가자고
집사람은 시장에서 콩나물을 산다
콩나물도 2천원어치 아니면 팔지 않는단다
이제 천원어치 물건은 없는가 보다
읍내 신발가게에 가니 우리가 원하는 칫수가 있다
한컬레 사고 상품권을 주었더니 상품권은 액면가 70% 정도 사야 잔돈을 내준단다
그런데 실내화가 5천원이라 현금을 달란다
그럼 카드로 끊겠다고 하니 그도 난감해 한다
오천원을 카드로 끊으면 수수료 때고 나면 남는게 없나 보다
장사하는 것도 이리 힘들겠지
차라리 실내화 한컬레를 더 사겠다고
지금 사 놓으면 내년에나 신을 것 같아 칫수를 큰 걸로 샀다
아산아짐 전화
송편반죽 가져다 송편 만들어 먹으란다
그럼 집에 들리겠다고
아산형님 집에 가니 오늘 송편 반죽을 방앗간에 가서 만들어 왔다며 한덩이 준다
고맙다
우린 매년 내동 아산 아짐집에서 송편 반죽을 얻는다
이젠 두 분 다 연세 많으시니 우리가 만들어 한번 드려야하는데...
아산형님이 막걸리 한잔 하고 가란다
배도 좀 구풋해 막걸리 한잔
아짐네 안주가 마땅치 않아 성묘하고 남겨 가져 온 전을 내놓았다
목도 마려워 막걸리가 꿀꺽꿀꺽 잘도 넘어 간다
아짐네 큰 딸네가 왔다
연휴라 부모님 모시고 고창 학원 농장에 해바라기 꽃이 피었으니 구경하러 가자고 왔단다
태추 단감을 사와 우리도 몇 개 나누어 준다
맛있게 잘 먹겠다며 술잔 비우고 일어섰다
노열동생집에 들러 실내화를 주니 성준이가 무척이나 좋아한다
실내화가 떨어지고 너무 작아 힘들었다며 고맙다고 인사한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노열동생이 신발값을 준다길래 이건 성준이 추석 선물이라고 했다
내가 해 줄 수 있으면 언제든 도와주고 싶다
노열동생에게 이따가 술한잔 하러 올라오라고
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4시가 다 되간다
닭장에 내려가 닭들을 풀어 주었다
해 질 때까지 한 두어시간 잘 놀아라
오전 일과를 대강 정리하는데
노열동생이 막걸리 한병 들고 올라 왔다
사거리 일보러 나갔다가 사왔단다
아직 술시가 빠른데...
그래도 한잔 해야지
돼지고기 굽는 사이 하우스 안 병아리 장을 들여다 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다리가 길쭉한 병아리였는데 자라는게 시원치 않았다
결국 크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이번에 태어난 병아리가 벌써 두 마리 죽었다
부화시켜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웬일일까?
가져다 대추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난 동물이 죽으면 주로 과일나무 밑에 묻는다
이게 썩으면 과일 나무에 거름이 되지 않을까?
닭들도 불러 모이 주면서 가두었다
묶어 놓은 숫기러기가 짠하다
저걸 풀어줄까 말까?
풀어 주면 나머지 수탉도 죽이려 들지 않을까?
넌 안돼
당분간 묶여 반성하고 있으렴
베란다에 앉아 막걸리 한잔
구운 돼지고기가 맛있단다
김가네에 부탁해 산 돼지고기 확실히 맛있다
김가네 사장이 사다 준 돼지고기가 왜 더 맛있을까?
고기를 잘 고르나?
복흥 쪽 뒷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이 아름답다
이제 내 나이도 넘어가는 햇살
저런 아름다움이 내 안에도 있었음 좋겠다
해지고 나니 노적봉위로 열사흘 달이 떠 오른다
어둠이 내리니 점점 밝아 진다
구름 한조각 시샘해 달을 가린다
그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또 다른 아름다움
아 좋다
구름 한점 없는 노적봉위로 여명이 밝아 오고
은은한 아침안개 조양뜰에 퍼진다
님이여!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여기저기 집단으로 코로나 발생했다는 우울한 소식에
고향찾기도 어려워 방콕하시더라도
마음만은 고향으로 달려가 따뜻한 정 나누었음 좋겠습니다
오늘도 둥글어지는 열나흘 달처럼 님의 하루가 알차게 여물어가시기를...
첫댓글 추석명절 잘 지내고 계신지요
담담한 일상의 기록이 재미있네요
삶이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가끔 이벤트가 있어 지루하지않고 긴장하기도, 감사하기도 하지요
늘 건강하시고 펑화로우시길 기원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