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国) 미군 기지 활주로에 KC130 공중 급유기 한 대가 착륙했다. 미군은 이를 시작으로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KC130 부대(15대) 자체를 8월 말까지 이와쿠니로 이동한다. '하늘을 나는 주유소'인 KC130은 전투기가 지상 급유 없이 지속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 한 대당 전투기 20대 전력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KC130의 이전 배치가 이와쿠니 기지 기능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미군은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쓰기(厚木) 기지의 항공모함 탑재기 59대도 2017년까지 이와쿠니로 이동 배치한다. 미 국방부는 차세대 주력 전투기 F-35의 첫 해외 배치 장소를 이와쿠니로 이미 결정했다. 2017년까지 16대가 배치된다. 이에 따라 이와쿠니에는 미군 항공기가 현재 50여대에서 2017년에는 127대로 늘어나 미군의 동북아 최대 기지가 된다.
그동안은 110대의 항공기가 배치된 오키나와 가테나 기지가 미군 최대 기지였다. 이와쿠니에는 현재 해병대 수송용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12대와 일본 자위대 항공기 30여대도 배치돼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기지인 이와쿠니에 첨단 항공기가 속속 배치되는 것은 한반도 전쟁 억지력의 비약적 증가를 의미한다. 오키나와는 평양까지 1500㎞ 떨어져 있지만 이와쿠니는 절반 정도인 800㎞에 불과하다. 한반도 긴급 사태 발발 시 이와쿠니에서 발진한 전폭기가 30분이면 평양을 강타할 수도 있다. 김성걸 국방연구원 연구원은 "6·25전쟁 당시 이와쿠니는 미군 전투기의 한반도 출격 기지였으며,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군은 이와쿠니를 거쳤다"면서 "이와쿠니의 전력 강화는 한반도 억지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이와쿠니의 미군 전투기들이 한국의 사격장에서 연습을 하고 한반도 주변 군사 훈련에 참가한다.
일본은 이와쿠니 기지의 기능 강화에 맞춰 이미 1600억엔을 들여 바다를 매립, 기존 활주로보다 1.5배 긴 활주로를 마련했다. 기지 면적도 1.4배 늘렸고 주변에 미군 거주용 주택단지도 건설하고 있다. 이와쿠니는 바다를 끼고 있어 상륙함의 정박도 가능하다. 이와쿠니에서 250㎞ 정도 떨어진 사세보(佐世保)항에는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제31해병 원정대의 수송을 담당하는 상륙함 4척이 배치돼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반도 긴급 사태 시 사세보의 상륙함이 이와쿠니로 이동하는 등 미 해병대의 전초기지 역할도 할 수 있다"면서 "이와쿠니의 기능 강화는 오키나와에 배치된 미 해병대 8000여명을 괌, 하와이로 이전 배치하는 데 따른 전력 축소를 보완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쓰기 기지의 함재기가 이와쿠니로 배치됨에 따라 사세보항이 항공모함의 준모항(準母港) 역할을 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는 항모의 한반도 전진 배치를 의미한다.
미군은 이와쿠니의 항공기 추가 배치가 미군 기지가 밀집된 오키나와의 부담 경감과 미군 전력의 재배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이와쿠니의 전력 강화에 긴장하고 있다. 기존에 함재기가 배치된 아쓰기 기지보다 이와쿠니 기지가 중국 베이징에 훨씬 가까운 데다 F35의 배치가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