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농구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들을 쓰는 것이니 허접하고 주관적이라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의상 경어체를 생략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번 드래프트의 최고승자는 단연 오리온스다.
당초 혼혈 드래프트 제도 때문에 1라운드 픽을 두개씩이나 행사하고 11, 12픽까지 가지고 있었던 동부와 SK가 짭짤한 소득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팀컬러와 다소 안맞는 선수들을 픽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SK가 김우겸을 픽하고, 동부가 김명훈을 "다른 팀에 내주지 않은건" 분명한 성과다. 특히 김우겸 픽은 상당히 잘한 것 같다. '부산 중앙고의 서장훈'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고교농구 백보드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었던(서장훈과 실력이 비슷하다는게 아니라 경기에서의 비중이 그랬다는 것) 김우겸을 한양대가 소위 "깽판쳐가면서 데려왔다"로 회자될 정도로 매달려서 스카웃 했던걸로 아는데, 얼리로 내보내는거 자체가 일단 좀 이해 불가...
각설하고, 오리온스는 올해와 작년의 드래프트를 통해 팀의 2,3번 체질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악의 드래프트, 흉작 드래프트라는 말이 정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대어급 선수는 없는 드래프트라고 생각하지만(로터리픽은 역대최하라고 본다) 예상외의 얼리 드래프트 선수들이 많았고 예년의 천대현, 이지운, 우승연, 이중원, 김도수 등과 같이 에이스급이 아니지만, 팀의 활용여부에 따라 소금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포워드들이 꽤 있었다.
김강선, 전건우, 김명훈, 송수인, 김우겸, 차지우, 박진수 등이 그러한데...
오리온스는 이들 중 허일영을 포함하여 4명을 건졌다. 2명은 2군이지만, 전정규의 군입대나 김병철의 노쇠화를 생각했을 때 10인 로테이션으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은 선수들이다. 더군다나 이미 작년 드래프트를 통해 건국대에서 허일영과 쌍포를 이루던 이상수와 05학번 포워드 1,2위를 다투던 2007년 농구대잔치의 득점수위 김용우를 싼 값(?)에 데려다 놨다.
허일영(197):
엄청난 각도의 포물선으로 꽂아넣는 3점슛 정확도가 최강점인 선수로서, 키가 포워드치곤 큰 편이라(197) 외곽에선 미스매치가 많이 날 것이다. 특히 스크린을 받아서 원투 드리블 후 던지는 미들점퍼가 상당히 정확하다. 용병 1인제 하에서는 대학무대에서 보여준 포스트업 공격도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김용우(195):
김용우가 있기 때문에 오리온스가 송수인을 버린게 그리 아깝지만은 않다. 허일영보다 포스트업은 약하지만, 대신 페이스업 공격의 볼핸들링이 좀 더 낫고, 슛셀렉션이 다양하다(3점, 미들, 돌파)는 장점이 있다. 또한 미들포스트에서 좌우로 피딩을 할 줄 알기에 허일영과 동시에 나와서 2대2 게임을 하면 신장 우위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강선(190):
"김종근표 난장판 농구"의 대경정산고 시절이나 동국대 초년생 때는 허슬플레이를 갖춘 '퓨어슈터'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만큼 한번 감을 잡을 때 폭발하는 것이 무서운 선수였다. 그에 비해 돌파와 점퍼, 패스플레이에 약했던 기억이 있었고... 그러나 3학년 이후 기승호와 더불어 내외곽의 타이트한 수비력과 깔끔한 슛셀렉션(빠른돌파와 외곽슛)으로 팀을 정상권에 이끄는데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나온 선수중 김강선을 최고의 2번으로 생각하는데, 단 한가지 이유가 볼을 돌릴 줄 안다는 것 때문이다. 슬래셔형 선수가 킥아웃 능력을 갖췄느냐의 여부는 팀플레이에 있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이상수(189):
이상수는 허일영보다 더 퓨어슈터에 가깝지만, 중학교 때 4번을 본 적이 있어서 스텝을 이용한 공격에도 능하다. 단순히 슈터의 백업으로 썩히기엔 아깝다는 것이다. 돌파시의 볼핸들링도 허일영보다 부드럽다. 전정규나 오용준처럼 스팟업 슈터나 스코어러의 이미지가 강한건 사실이지만, 이 장점을 활용하여 허일영과 함께 공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닥치고 슛하는 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지우(187):
양형석 감독의 톱니바퀴 조직력으로 몇 년째 단신라인업으로도 고교농구의 4강권을 지배하고 있는 삼일상고 출신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대경정산 시절의 김강선보다 조직적인 플레이가 더 돋보이던 슈터였다. 물론 당시 삼일의 기둥은 이곳게시판의 이충희 포에버님이 한 때 '한국판 올라주원'이라고 평가하셨던 단신센터 전연식이었지만, 그 톱니바퀴의 한 축이 차지우였다는건 부인할 수 없다. 슈터임에도 속공가담과 빠른 돌파가 상당히 돋보이는 선수고, 스텝을 이용한 공격도 능하다. 중앙대의 넘치는 엔트리 운영 탓에 얼리로 나와서 저평가 받고 있지만, 김강선과 더불어 작년의 LG가 알짜픽을 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전건우(183):
작년의 김용우를 주웠던(?) 것처럼 혼혈 드래프트 덕에 건진 또 하나의 알짜라고 생각한다. 전건우는 다소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상대편의 포워드를 수비하는 데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온 선수다. 연세대와의 매치업에서는 박형철을 전담마크 했을 정도로 수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또한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패스플레이도 좋다. 경희대가 지난해에 4가드 시스템을 돌리며 엄청 선전했는데, 전건우의 득점력과 수비를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정리를 좀 해본다면..
일단 키크고 외곽공격이 가능한 선수를 2명 보유하게 되었고, 이들의 롤도 겹치지 않는다. 허일영은 높은 타점의 슛이 더 특기고, 김용우는 돌파와 미들슛이 더 나은 선수다. 오리온스가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는 김강선, 차지우, 전건우가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앞선수비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3명은 외곽슛 정확도가 높은 선수인데다가 스피드가 모두 빠르다. 특히 김강선과 차지우는 돌파공격도 주무기다.
상당히 많은 선수를 뽑은 편이지만 롤이 겹치는 선수가 거의 없고,
1. 앞선 수비강화
2. 돌파와 2:2게임을 위주로 하는 공격패턴
3. 신장 미스매치를 이용한 공격 등등
새로운 롤플레이를 만들어낼 여건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정규의 군입대와 김병철의 노쇠화를 생각했을 때 젊고 각자의 장점이 다른 선수를 여럿 데리고 있는건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10인 이상의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빠른 템포의 경기운영을 가져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내년 시즌부터는 용병 1인 출전이기 때문에 국내선수들의 패턴플레이와 다양한 공격루트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올시즌 오리온스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는데, 단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면..
지난 4라운드 KCC와 연장승부를 한 적이 있는데, 이미 브랜드가 파울아웃 당한 후에도 역전패한 적이 있다. 신명호마저 파울아웃 당하면서 정선규가 나오는 듯 했으나, KCC는 높이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스매치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추승균이 김승현을 마크하는 극단적인 전술을 택한다. 스니드가 파울아웃된 후 오코사가 여전히 잘했지만, KCC는 공격시에 하승진을 내보내면서 오코사를 수비에 묶어놓고, 미첼-추승균 or 추승균-강병현의 미스매치 2:2게임으로 손쉽게 경기를 역전시킨다. 이때 오리온스의 앞선수비는 김승현(vs강병현)-김병철(vs추승균)-전정규(vs미첼)였고, 마지막 작전타임에서도 외곽슛 작전을 짜지만 미스매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졌다.
만일 내년에도 단순한 단신라인업 패턴만을 반복한다면, 국내선수 활용폭을 넓히는 팀에게 체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밀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국내 에이스나 외국인 정통 빅맨 없이도 앞선수비를 강화한 로테이션 농구가 어느정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KCC가 어느정도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리온스에는 김승현, 김영수, 정재홍의 가드라인이 갖춰져 있지만, 가드-용병의 단조로운 2대2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 포워드진으로 연결고리를 형성한 후 전술의 다변화를 가져온다면 순위상승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ps>
지금의 성적을 봤을 때 오리온스는 2010 드래프트에서도 빅4를 낚을 수 있을 듯 한데...
역시나 선결조건은 제대로 된 활용뿐이다.
첫댓글 김우겸 픽은 정말 sk에서 잘한거 같은데 아쉽다면 사이즈가.....
힘이 좋고 훅슛과 박스아웃에도 능하기 때문에 사이즈는 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죠^^
오리온스 얘기나올때마다 타팀팬으로서 얘기하는게 좀 그렇지만 이상수는 이렇게 벤치에서 썩힐선수가 아닌데..하물며 백업으로라도 몇분씩 뛰게 해야되는데..안타깝습니다. 어쨋든 작년 올해 오리온스 드래프트는 순번에 비해 대박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상위픽으로 김강선 데려왔으면 했는데 다행이네요 ㅋ 허일영도 뽑고 김강선도 뽑다니 ㄷㄷ
글 내용은 매우 좋은데 노쇄화->노쇠화 로 수정하심이..;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김용우-이상수를 기용하지 않는 현 시점이 안타까울뿐입니다.
아^^;; 멍때리면서 쓰다가 엄청난 실수를 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이번시즌 6강진출이 불투명해서 신인들의 적극적인 활용이 어려운상황이지만 이럴수록 팀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고 봅니다. 코트에서 직접 뛰는것이 신인선수들의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어려워도 10분내외의 출전시간은 보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단신 라인업으로 유지하는 오리온스의 성적이 몇위인지 감독님과 구단이 절실히 느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다음 09-10시즌에는 김승현선수가 부상을 완벽히(?!!!) 회복하고 전술훈련도 소화해서 신인들의 선장에 큰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결론은 감독...이군요. 맞나요^^? 잘 몰랐던 선수들인데, 설명해주신 걸 듣고 보니 드래프트는 잘한거 같네요. 이제 정말 잘 "쓰는게" 중요한데 말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마는 아예 모르기 때문에 드래프트때마다 어떤 선수들인가 여기저기 뒤적거리면서 정보모으고 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그나저나... 김감독 제발.............
아, 그러고보니 전건우가 미지명이었군요. 2번으로 단신(183cm)이긴해도 상당히 좋은선수라고 봤는데... 2군이라도 지명됐으니 다행이네요.
감독이 바뀌지 않는한 회의적입니다. 허일영은 그래도 앞순번이라 감독이 좀 쓸텐데 김용우,이상수,김강선은 중용되기 힘들것같네요 전정규가 군대가도 오용준,이현준은 떡하니 버티고있으니깐요 차지우,전건우는 김상식감독한테 바라기 힘들고요..감독이 바뀌면 모든게 해결될문제지만요 안타깝네요 한명의 무능력한 감독때문에 선수5명,수많은팬들이 울고있고 팀성적마저 바닥을 치고있으니깐요..
잘봤습니다. 퍼갈께요^^
좋은글 잘봤습니다...일단 수집은 제대로했으나 활용의 문제네요... 그런데 김용우와 허일영이 2,3번 라인에 같이 기용된다 해도 팀전체적으로도 괜찮단 말씀이신지요??
김승현이 뛴다면 볼돌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특히 김용우는 패스가 포워드치곤 좋은 편이거든요. 오히려 2명의 장신 백코트 구성으로 미스매치 공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근데 너무 느려 속공팀한테 역관광 탈 위험도 있지 않을까요??? kbl이 워낙에 빠르니.... 허일영은 3번치고는 빠르 편도 아니고... 김용우는 상대 2번보다 확실히 느리니.... 공격시 볼 돌아가는거는 저도 공감합니다.....
2번에 김강선을 넣고, 허일영-김용우로 하이-로우게임을 해도 괜찮다고 보는데요^^ 물론 위에 썼듯이 정해진 주전멤버란 것이 없어야 오리온스 라인업이 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허일영, 김용우 동시출장도 전술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잘봤습니다.^^ 역시 문제는 말씀대로 활용이겠죠. 허일영이나 김강선은 어느정도 기용될것으로 보이나, 올해 김용우와 이상수 썩히는걸로봐서 차지우, 전건우의 장점을 전술로 녹여낼수 있을지 걱정인건 사실입니다. 어쨌건 올해 드래프트는 오리온스 리빌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헐값에 "제대로" 전력보강한거죠^^
부족하기만 동양의 2,3번 라인에 대해 군입대를 고려하더라도 돌려막기로 5년 이상은 버틸만한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문제는 김용우, 차지우, 허일영, 김강선 등의 젊은 선수들이 현재로써는 에이스급이 아닌 중상위레벨의 선수들이라 생각합니다. 첫번째로 향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전까진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만큼을 원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해야지 그 이상을 원한다다면 그만큼 성장에 어려울 수 뿐이 없다고 생각이 되네요... 두번째로는 함지훈만큼 해 줄 수 있는 주태수를 넘겼던 거와 같이 인내심 없이 당장에 급급해 기존선수들만 기용하는거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네요... 오리온스는 이번 드래프트의 승자인거 같네요
KTF가 김도수, 조성민 등의 조합으로 상당한 효과를 본 걸 벤치마킹했으면 합니다. 그들도 레귤러라고 하기엔 좀 아쉬우면서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으니까요.
좋은글 잘보구 갑니다..깔끔하게 정리를 잘 하셨네요.^^ 글쓴이분 말씀처럼..이제남은 과제는..서말의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지.
정말잘봤습니다~!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소됐네요^^
잘봤어요~ 제발 신인들좀 활용해주길 간절합니다~
잘봤습니다.. 제가 대학농구는 잘 안봐서 모르지만은, 이상수선수 건대시절, 파이팅과 수비력이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올시즌 6강 못들어간다해도, 잠깐 나와서 보는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