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역사다. 이 지구가 탄생하고 한반도가 생길 때부터 한강은 만들어 졌을 것이다. 우리 민족 역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한강은 함께 하고 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한강변에서 살았는가. 2010년 한강물을 마시며 지금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으니 남북 약 3천만 명의 인간들과 수많은 나무와 꽃 풀 벼 과실 농작물 이름모를 각종 식물들과 다양한 동물들과 가축들 멀리 시베리아에서 온 철새들까지 이 모든 생명들의 삶은 한강과 함께 역사의 일부로서 살아간다. 구석기, 신석기,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대한민국, 이북. 이 땅 한반도의 역사는 한강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강물은 이렇게 작게 시작된다.
한강은 삶이다. 25년 전 처음 서울을 왔을 때에도 한강은 거기에 있었다. 그냥 한강은 한강이었고 그렇게 나와 한강과의 만남은 시작 되었다. 한강은 서서히 나의 생명이며 삶이 되어갔다. 한강은 내 삶의 양식이 되기에 충분했다. 낯설고 척박한 서울살이에서 삶의 원천은 한강이었다. 춘천 가는 기차에도 한강은 함께했고 화천가는 버스에도 한강은 함께 했다. 파로호에서 함께 지샌 한강은 나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한강은 힘들고 외로울 때면 언제나 나를 위로하고 안아주고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존재였다. 그렇게 십여 년을 한강을 보면서 거닐면서 느끼며 한강과 함께 숨 쉴 때면 한강은 살아 온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동해에서 한강을 만나다. 자연과 분리된 인간들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울산바위가 있는 설악이 나를 불렀다. 서울을 떠나 한강을 잊고 거의 3년을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보이는 속초에서 동해와 함께 살았다. 설악산과 금강산이 만나는 곳에서 남북을 오가는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와 파도가 전해주는 소식을 들을 때면 인간들의 탐욕으로 인한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놓은 철의 장벽으로 생긴 생태계의 단절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그 가시달린 철망을 없애겠다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는가. 그런데 그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풀게 한 것이 한강이었다.
비가 만나서 개울이 되고 도랑이 되어 마을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한강은 만남이다. 한강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크고 작은 만남들로 인해서 만들어졌다. 수많은 작은 개울과 도랑들이 만나고 시내가 되어 내가 되어 만나고 가람이 되어 만나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되어 두물머리에서 만난다. 그리고 DMZ 남북을 오가는 많은 개울들이 만나서 임진강이 되고 한탄강이 되어 만나고 만나서 두물에서 온 한강이 만나 하나의 한강이 되어 서해로 흘러간다. 이렇게 남북을 오가며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마시는 한강이 하나가 된다면 이것이 생태계의 통일이자 지구촌 현대사의 마지막 이데올로기의 통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강은 통일을 원한다. 한반도 역사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처절한 분단의 현실을 가슴에 담고 만남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강이 나를 다시 불렀다. 2000년 압구정 한강문화축제 행사의 한 부분으로 남북한강이 하나 되는 음악제를 한강에서 열자고 제안하면서 한강은 나를 다시 서울로 오게 하였다. 한강통일음악제는 자연생태와 환경을 통한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문화행사로서 한강을 사랑하는 문화인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하면서 실질적으로 한강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멀리 북녘 땅을 거쳐서 한강은 또 만난다.
한강에서 살다. 남한강이 있는 양평 옥천의 석간수를 만나게 되면서 한강과 한마음이 되는 생태적 삶을 사는 한강살이의 삶이 양평에서 시작되었다. 양평 옥천수에서 남한강과 함께 사는 한강살이의 삶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연의 일부로 특히 한강이 나의 일부분이 되는 삶이었다. 매일 한강을 보면서 한강과 함께 호흡하면서 체험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바탕으로 대학 전공인 건축을 기초삼은 생태적 삶이 담긴 옥천수 생태마을을 기획하였다. 그런 중 지역 풀뿌리 환경단체인 양평생태연구회라는 시민단체와의 만남으로 혼자만의 한강살이가 아닌 한강을 위한 새로운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한강은 이렇게 살아간다. 그 동안 한강은 무지한 인간들로 인해 그 자연순환의 한계를 넘어선 힘든 현실을 살아간다. 생활하수, 축산폐수, 공업용수, 농약, 축분비료, 화학비료로 오염된 토양을 지나는 다양한 물들이 여과 없이 한강으로 들어가며 여기저기 난개발의 토목 건축공사들로 인해 한강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살아가기에 힘든 심각한 현실을 살아가며 몸살을 앓고 있다. 생태계를 단절한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한강과 한강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와 콘크리트 장벽들로 인해 한강은 그 아름다움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한강을 위해 살다. 한강 가까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한강의 고마움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고 살아간다. 대한민국 생태복지가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에서 162위라는 수치에서 보듯 대한국민들의 무관심에 힘들게 살아가는 한강의 안타까운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몸부림의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2008년 5월 22일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에 양평 두물머리에서 한강보상음악회를 진행하였다. 이 행사는 유엔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자연 생태계 특히 한강에 보상하는 음악회로서 한강살이들의 하나 됨을 축하하고 한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어울림의 역사를 펼친다는 의미로 3막으로 진행되었다.
한강을 위한 3막. 1막 “하나되는 한강”은 남한의 5개 유역으로 나눠진 한강유역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하나로 통합하며 사회통합을 남북통합을 세계의 평화적 통합을 촉구하는 것이다. 2막 “漢江에서 한강으로”는 한강의 어원을 되찾자는 뜻에서 사대주의입장에서 나온 漢江이 아니라 두물이 한물이 되는 하나 크다 거룩하다는 뜻을 담은 한강으로, 굳이 한문으로 표기할 때는 그 뜻을 담은 韓江으로 불러 달라는 한강의 말없는 항의를 전하는 것이다. 3막 “한강에 보상하자”는 우리 민족이 한강에 진 빚을 보상하는 자연보상 홍익자연을 주장하며 유엔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유엔 생물다양성총회 한강 유치를 건의하였으며 한강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의 소리를 함께 들으며 노래하는 자리가 되었다.
두물머리를 바라보고 있는 운길산은 한강에 쌓여있고 외로이 기러기는 어딜가나.
한강을 위한 3막 시즌2. 1막 “유엔 물의 날” 기념행사로 2009년 3월 22일에 서울 선유도에서 50여명의 아이들이 각자가 떠온 물에 대한 소망을 담은 합수와 생태음악회를 가졌으며, 2막 “유엔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행사로 2009년 5월 22일에 양평 두물머리에서, 5월 24일에는 파주 DMZ 임진강에서 세계적인 생태음악가를 모시고 후지산의 물과 한강물을 합수하는 거룩한 물에 대해 보상하는 인간들의 의지를 담은 한강생태음악회를 다시 가졌다. 그리고 대망의 3막 “DMZ 생태띠잇기” 행사로 2010년 10월 23일에 임진강이 흐르는 파주 평화누리 공원 주변에서 인간에 의해 멸종되어진 생물들에 대한 묵념과 한강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강은 공기이고 인간이다. 한강물의 40% 이상이 증발하여 공기가 되고 그 공기를 인간들이 마시고 한강물을 먹고사는 인간들의 70%가 물이라면 한강은 공기이자 인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강이 있기에 인간이 있고 대한민국이 있고 한반도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들에 의해 사라져가는 그 옛날 아름다운 한강을 되살리기 위한 한강살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이제 한강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삶의 방식과 한강에 대한 의식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래서 한강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아야 할 것이며, 남북이 하나 되는 통합의 한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한강에게 부족한 글을 올린다.
첫댓글 소종한 자료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은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