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이 큰소리 못치는 나라
수오지심을 갖고 사과하는 나라
범죄는 지위고하·권력유무 무관
처벌하는 나라가 제대로된 나라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잘못된 일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는게 인지상정이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수(羞)’와 타인의 잘못된 점도 모른체하지 말고 바로 잡는 미워할 ‘오(惡)’가 바로 수오지심(羞惡之心)의 마음이다.
이런 인간된 도리를 거부한채 범죄자가 되레 큰소리를 치는건 비정상의 극치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은 지난주말 1심 판결후 참회는 커녕 환하게 웃었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 기부금품범 위반 등 8개 혐의중 유죄선고는 1개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죄처분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이 5년을 구형했는데, 의원직을 지킬수 있는 벌금형에 그쳤으니 승소한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SNS 메시지를 올렸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윤 의원이 고통을 받았다는거다.
윤미향이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주장이다.
자신도 검찰이 없는죄를 만들어내 핍박을 받는 억울한 동병상련의 처지라는걸 호소하고 강조하고 싶었던것 같다.
아무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듣는 확증편향이 고질병 수준이라지만 기가 찰일이다.
윤미향이나 이재명 모두 본질과 팩트는 애써 외면한채 커다란 착각에 빠진듯하다.
1심서 대다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건 사실이지만 유죄를 받은 1개 범죄가 윤씨 재판의 모든걸 담고 있는 핵심이다.
그게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가야 할 후원금을 빼돌린 횡령범죄다.
그 후원금이 어떤 돈인가.
말로는 표현조차 할수 없는 지옥의 삶을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이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데 사용하라고 뜻있는 국민들이 십시일반 낸 돈이다.
이런 후원금을 빼돌려 쇠고기·삼계탕을 사먹고, 발마사지를 받는 용도로 썼다는건 일반인은 결코 엄두조차 내지 못할 파렴치한 범죄다.
다른 모든 혐의가 무죄라고 해서 위안부 할머니 돈을 가로챈 윤미향의 파렴치한 범죄가 덜 파렴치해지는건 결코 아니다.
범죄 혐의에 비해 판결이 과도하게 관대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 1심 재판부도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위안부 할머니 돈에 손을 댄건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막장범죄다.
죄의식이라는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있다면 횡령죄 유죄에 대해 석고대죄하는게 상식이다.
민의를 대변할수 있는 도덕적 자격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 자리를 스스로 반납하는게 최소한의 도리다.
이재명도 윤미향에게 미안해할게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국민에게 미안해하는게 정상이다.
횡령한 사실이 인정됐고, 1심서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죄가 난 부분들도 다툼의 여지가 커 검찰 보강수사로 2심에서 뒤집힐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미향 재판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30년간 할머니들을 이용만 해 먹었다”는 폭로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해자인 윤미향한테 미안하다고 하는건,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안중에도 없는 일방적인 가해자 관점 시각이다.
이처럼 이재명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욕보이니 김두관 같은 사람도 부하뇌동하듯 ‘윤미향 에게 드리는 사과문’을 올렸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니, 한심하다 못해 기가 찰 일이다.
하기야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까지 범죄자를 감싸도는 세상이니 “내편의 죄는 죄가 아니다”는 강고한 진영논리 몰상식이 사라지지 않는것이다.
문재인은 조국이 입시비리 혐의로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도, 그의 책을 버젓이 소개하며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비정상 부조리가 횡행하니 범죄자들이 되레 큰소리를 치는 이상현상이 고착화될수 밖에 없다.
압권은 지난 10일 이재명이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개발 혐의로 검찰에 2차 소환됐을때 한말이다.
막상 검찰에 가면 진술거부만 반복하는 그가 입장문을 통해 “정적 죽이기 칼춤을 춘다”며 “이게 나라냐”고 했다.
그의 말에 100% 동의한다.
지금 우리 나라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정상이 아니다.
범죄자들이 적반하장식으로 큰소리를 치지 못하는 나라,
지은 죄에 대해 스스로 수오지심을 갖는 나라,
죄를 범했으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범죄행위는 지위고하·권력유무를 떠나 반드시 처벌하는 나라가 제대로된 나라다.
박봉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