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페르고의 단추전쟁
작가 ; 루이 페르고
초판 ; 1912
어린 시절 사내아이들 누구에게나 전쟁놀이의 추억은 존재한다. 시골의 산골 아이들은 산골 아이대로, 도시의 꼬방동네 아이들은 꼬방동네 방식으로 편을 갈라 뒷산과 골목길을 누비며 전쟁 흉내를 내며 신나게 놀던 추억을 말이다. 변변한 놀이와 장난감이 없던 그 시절, 동네 조무래기들을 이끌고 주어 든 나무막대는 총이 되어 입으로 공갈 총을 쏘던 놀이는 지금 다시 생각만 하여도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루이 페르고가 쓴 은 바로 이런 우리들의 어린 시절 전쟁놀이의 이야기이다.
앙숙으로 지내온 두 가문 몬태규와 캐플릿가(家) 이야기처럼 대대로 원수지간인 벨랑과 롱쥬베른느 두 마을 아이들이 벌이는 전쟁 이야기인 것이다. 라 뮈리란 전염병이 돌던 시절 숲에서 죽은 암소 시체를 묻는 일을 서로 미루다 시작된 벨랑 마을과 롱쥬베른느 마을 사이의 전쟁은 훗날 두 마을 아이들의 사이의 싸움으로도 번진다.
직접적 사건의 발단은 벨랑 마을 아이들이 롱쥬베른느 아이들에게 '물렁좆' 이라고 심한 욕을 하자 이에 격분한 롱쥬베른느 아이들은 복수를 결심하고 밤중에 벨랑 마을의 성당 문짝에다 '벨랑 놈드른 모두 거시기 터리나 글쩌기고 인는 놈드리다.(글자를 잘못 쓴 것이 아니고 어린시절이라서 )' 라고 욕을 써 갈기며 두 마을 아이들 사이의 전쟁은 시작된다. 서로는 상대방의 포로를 잡으면 옷에 붙어있는 단추와 단추구멍, 고무줄, 멜빵, 양말대님, 구두끈 등 하나 빼놓지 않고 몽땅 잘라내 돌려보냈다. 그러면 포로로 잡혔던 그 아이는 집에 가서는 단정치 못한 옷차림새 때문에 또다시 매타작을 당한다. 그래서 이런 매타작을 피하기 위해 롱쥬베른느 아이들은 단추와 군자금을 모으기 시작해 소설 제목이 '단추전쟁'이라 불린 연유를 알 것 같다.
1912년 발표된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욕설과 질펀하고 노골적인 대사 때문에 평론가들 사이에서 시비를 불렀다고 한다.(이 글을 읽는 동안 난 전혀 어색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저자는 "이 곳에 들어오지 말지어다. 선한 척하는 인간들, 원숭이처럼 교활한 놈들, 위선덩어리들…." 프랑수아 라블레의 말처럼 당시 왕당파와 공화파(혁명파) 사이를 빗대어 사회적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공화국에 살고 있고,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모두 친구고 형제라구, 자유, 평등, 박애! 우리 모두는 그렇게 되도록 서로 돕고 행동해야 해."
(본문 중에서 군자금 p136)
윗 글처럼 저자 페르고가 바라던 세계는 소설 속의 롱쥬베른느 아이들이 만들고자한 요새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배신자로 인해 그들만의 세계인 요새는 발각되어 파괴되고, 어른들에게 모두 흠씬 두들겨 맞아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들은 다음번 선전포고를 위해 군자금을 다시 숨긴다. 왜냐하면 롱쥬베른느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부모들처럼 그렇게 멍청해지지 않기 위해서...
첫댓글 루이 페르고
저자 루이 페르고(Louis Pergaud, 1882~1915)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프랑슈-콩테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자신도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으며, 1915년 서른셋의 나이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쟁터에서 삶을 마감했다. 시 창작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으나 곧 소설 창작으로 돌아서서, 처음 쓴 작품으로 대번에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거머쥔다. 1912년 발표한 『단추전쟁』은 작가 자신의 유년 시절과 시골 교사 경험을 되살려 시골 아이들의 활기찬 유년기를 따뜻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세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1962년 이브 로베르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는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프랑스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 가운데 하나로 기록돼 있다. 이후에도 『단추전쟁』은 만화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며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원수 처럼 지내오던 이웃 마을과 매일같이 싸움을 벌이는 아이들과 어른들 이야기이다.아직 초등학생밖에 안 된 롱쥬베른느 마을의 아이들이 벨랑 마을의 아이들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자금을 진지하게 모운다.
대체 얼마나 적에 대한 혐오가 뿌리 깊었으면, 배반자를 저런식으로 가차없이 폭력적으로 응징할까...
각 캐릭터 모두 뚜렷한 개성을 확립한 하나의 존재라기 보다는,그냥 적에 대한 악의와 증오로만 움직이는 한 덩이의 집단들 같다는 생각만 들었어. 이 책을 재 졸작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파리대왕' '하늘을 나는 교실' '15소년 표류기' 처럼 소년들이 무리지어 등장하는 성장기 소설의 대표작을 언급하라면 반드시 포함시켜줘야 할 명작이다.
코흘리개 시절 전쟁놀이를 많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계급장을 가슴에 달고, 골목 모둥이에서 상급자를 만나면 경례도 붙였지요.
그런 시절이 그리운 건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