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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법 개정 당론 채택하자 반발
“해외 투기 자본 공격·소송 남발 우려”
사실 아닌 가정·억지 논리로 공포 조성
속셈은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사수
지배주주 전횡 막는 게 상법 개정 핵심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필수
더불어민주당이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불균형으로 생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자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사에 대한 주주들 소송이 남발되고 혁신성장을 저해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의사결정시스템인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선해 총수 일가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권한을 일반 주주로 넘기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 지금처럼 이사들이 지배주주만을 위해 결정했을 때 책임지도록 했다. 또 자산총액이 2조 원이 넘는 상장사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감사위원 2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상법 개정안(CG) [연합뉴스TV 제공]
지배주주에 기울어진 운동장 복원이 증시 선진화
상법 개정에 이런 내용을 담은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대다수 상장사는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도 총수 일가와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다. 지배주주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재벌 구조가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와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최근에도 두산그룹의 이상한 사업구조 개편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기습적 유상증자 발표 등이 논란이 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과거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의 시급성에 대해 공감한 것이다. 그런데도 재계는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 이권 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달 초 세미나를 열어 ‘증시 선진화’를 반대하는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상장협 부회장,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중견련 본부장. 2024.10.16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연합뉴스
경제단체 “상법 개정은 기업 경쟁력 떨어뜨려”
경제단체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관련해 법에 ‘주주의 이익’ 개념을 추가하면 기업 경영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충실의무 내용이 막연하고 주주들이 이사의 책임을 과도하게 추궁하면 합병과 물적분할 등 중대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집중투표제를 확대하면 소액주주가 아닌 헤지펀드나 행동주의 펀드의 입김이 강해져 경영 판단이 왜곡될 수 있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강요하면 기업이 일부러 자산을 늘리지 않은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심지어 거버넌스 개선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경쟁국과의 경제성장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도입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분석 보고서도 지난 13일 발표했다. 요지는 30대 상장기업 중 8곳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범위를 10대 기업으로 좁히면 4곳, 100대 기업으로 넓히면 16곳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이름을 바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표지석. 2023.9.19. 연합뉴스
주주 소송 남발·혁신성장 저해는 지나친 우려
하지만 재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잘못된 가정에 기반을 둔 것이다. 무엇보다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한 한국 재벌기업의 현실을 무시하고 자본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거나 지엽적 사실을 침소봉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일반 주주로 확대하면 이사들이 혁신 사업 투자 결정을 꺼리고 주주들의 고소와 고발이 남발될 것이라는 주장만 해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재계 주장은) 이사의 충실의무와 주의의무를 혼동한 것으로 단순히 이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만으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것으로 주로 계열사 간 합병이나 회사분할 등 기업의 조직재편 또는 회사와 특수관계인 간의 상품과 용역거래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모험자본 투자나 혁신성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을 환영하는 논평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이사의 공평한 의사 결정은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계열사 늘리기가 아닌 기업의 본업에 집중하는 신산업 진출을 촉진하고 국내외에서 축적되는 자본시장의 풍부한 자금은 기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거버넌스포럼은 ‘22대 국회에 바라는 10대 과제’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과 더불어 이사회 독립성 강화도 주문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핵심이다.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이사회 독립성 강화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들에게 이사 수대로 투표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4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주주당 4표를 주는 것이다. 단순 투표제는 선임할 이사 수와 상관없이 1주 1표를 행사한다.
따라서 집중투표제는 이사가 늘어날수록 소액주주의 표가 늘어난다. 소액주주들이 표를 몰아주면 지배주주 의향과 상관없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소액주주의 권한이 커지는 셈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것도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효과가 있다.
거버넌스 포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증시는 배당수익률과 주가 상승률을 합친 총주주수익률(TSR)이 약 5%에 불과했다. 일본 10%, 대만 11%, 미국 13% 등 주요국은 대부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기업 실적과 지정학적 조건 등 다른 요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 수익을 극대화하는 의사 결정 구조 즉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에 쓰이는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지연돼 연일 주가가 폭락하는 것이나 트럼프 충격으로 한국 증시만 급락하고 있는 것도 근본 원인은 기업 거버넌스에 있다. 이런 점에서 증시 선진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재계의 행태는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와 한국 증시 회복을 방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출처 :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64
첫댓글 재계 이권 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는
‘증시 선진화’를 반대하는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증시는 배당수익률과 주가 상승률을 합친 총주주수익률(TSR)이 약 5%에 불과했다.
기업 수익을 극대화하는 의사 결정 구조 즉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근본 원인은 기업 거버넌스에 있다.
이런 점에서 증시 선진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재계의 행태
한국 증시 회복을 방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는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화되는데
한국의 기업들은 90년대에 빠져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