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독일과 잉글랜드,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넘어 우리에게는 너무나 가까운 대한민국과 일본까지.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서로에게 지극히 지기 싫어하는 '라이벌'이라는 것이다.
역사나 지리적으로 혹은 축구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 들은 '총성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으며 "그 어느 팀에게 져도 이 팀에게만은 질 수 없다"라는 강한 적대 의식은 경기 안에서의 격렬한 몸싸움은 물론이고 그들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유럽에서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팀이 있으니 바로 2006년 독일 월드컵 A조에서 또 다시 한 조에 편성된 체코와 네덜란드이다.
요한 크루이프 시절의 토탈사커로 대변되는 오렌지 군단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자신만의 컬러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는 축구 강국이며 체코 또한 유럽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타크호스로 성장해오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유럽 강국중 하나로 꼽히는 팀이다. 이러한 팀들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끈질긴 악연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들의 첫만남은 1996년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유럽선수권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93년 1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독립 국가로 재탄생된 이후 "체코"라는 이름을 걸고 출전한 첫 메이저 대회였으며 네덜란드 또한 세대교체를 감행, 1988년 이후 또 한번의 유럽 최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대회였다.
그들은 노르웨이,벨라루시,룩셈부르그,말타와 한조를 이룬 5조에 편성되었으며 언론은 네덜란드의 조 1위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체코와 노르웨이가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이 줄을 이었다. 당초 네덜란드는 94-95시즌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으로 이끈 아약스 선수들을 대거 합류시키며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나 자신들의 아름다운 수도 프라하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공격을 펼친 체코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체코는 비록 룩셈부르그에게 일격을 당하였으나 6승 3무 1패를 기록, 특히 조 수위를 결정지을 노르웨이,네덜란드와의 맞대결에서 각각 1승 1무의 우위를 보이며 조 1위로 본선에 합류하였고 네덜란드는 노르웨이와 함께 6승 2무 2패를 기록, 동률을 이루었으나 골득실에 우위를 보이며 플레이오프에 합류하였고 아일랜드와의 승부끝에 가까스로 마지막 잉글랜드행 티겟을 얻어냈다.
이후 본선에 합류한 두 팀의 명암은 확연히 달랐다. 네덜란드는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하에 1승 1무 1패로 8강에 합류하긴 하였으나 프랑스에게 승부차기끝에 패배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고 잉글랜드전의 대패와 함께 대회중에도 끊이지 않은 선수와 감독간의 불화로 인해 팀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있었다. 허나 체코는 탄탄한 3백과 함께 포보르스키,베르게르,네드베드가 큰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으며 비록 독일의 비어호프에게 연거푸 골을 허용, 골든 골로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체코라는 이름하에 역사를 새로 쓰는 업적을 남겼다.
허나 그들의 그러한 첫만남은 그 시작에 불과하였다.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공동개회한 유로 2000에서 그들은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1992년 대회 우승팀 덴마크와 한 조를 이루며 또다시 죽음의 조를 형성하였고 네덜란드는 자국이라는 프리미엄아래, 체코는 예선 10전 전승이라는 성적과 1996년 준우승 멤버들이 건재하다는 자신감을 가진 채 대회를 맞이하였다.
그들의 두번째 만남이 이루어진 유로 2000 첫경기는 종료 직전 터진 프랑크 데 보어의 페널티 킥으로 승부를 갈렸으나 경기를 지배한 것은 체코였다는 의견이 오고가는 가운데 네덜란드는 승승장구하며 8강 토너먼트에 합류하였고 체코는 죽음의 조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네덜란드는 유고 (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또한 6-1로 완파하며 우승의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갔으나 4강에서 승부차기끝에 탈락, 현재 네덜란드의 불운했던 4강전은 너무나도 유명한 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라이벌 구도는 유로 2004를 계기로 극에 달하였고 조별 예선 3조에 편성, 또 다시 진검 승부를 펼쳐야하는 상황이였으며 모두 2002년 한,일 월드컵 탈락으로 인해 자존심 회복에 혈연이 되어 있는, 그 어느 팀들보다 목적 의식이 뚜렷한 두 팀이였다.
그러나 결과는 유로 1996의 재판이였다. 체코는 로테르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무승부를 제외하고는 네덜란드와의 3:1 승리를 비롯, 전승을 기록하며 포르투갈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네드베드가 지휘하는 체코는 유럽 최정상으로 평가받으며 강력한 유로 2004 우승국 후보중 한 팀으로 거론되었다.
그에 반해 네덜란드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나 체코와의 승부에서 1무 1패를 기록, 또 다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으며 스코틀랜드와의 1차전까지 패배하면서 실족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허나 반 니스텔루이의 해트트릭과 아약스의 신예 미드필더 슈나이더의 활약으로 힘겹게 유로 2004에 합류한 네덜란드는 본선에서 역사적인 라이벌 독일을 비롯해 다크호스 라트비아와 함께 또 다시 체코와 한 조를 이루는 지긋지긋한 경험하여야 했다.
한 조를 이룬 두 팀은 나란히 4강의 문턱에서 각각 포르투갈과 그리스에게 패배하며 우승의 꿈을 미뤄야 했으나 대회가 끝난 후 그들에 대한 여론은 극과 극을 달렸다. 체코는 유로 2004를 네드베드가 이끄는 대표팀의 강인함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각인시켜주는 계기로 만들었다. 허나 네덜란드는 4강이라는 표면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전술등을 펼치며 경기를 펼친 아드보캇 감독이 비난을 피할 수 없었으며 결국 감독 교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기나긴 악연을 지니게 된 두 팀은 독일로 가는 월드컵행 티켓을 두고 A 조에 편성, 전 세계 팬들을 경악하게 하는 사건을 만들어냈고 또 다시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또한 루마니아,핀란드등 만만치 않은 팀들이 한 조를 이루고 있으며 A조의 모든 팀들이 지난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동기부여로 인해 더욱 피말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독일행 티켓을 향한 그들의 첫번째 경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체코 대표팀의 과장 큰 화두는 주장이자 에이스 역할을 겸하고 있는 네드베드 은퇴 의사이다. 이미 골든 풋 2004를 수상하며 대표팀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체코 대표팀의 카렐 브뤼크너 감독은 이에 반박, 그가 곧 대표팀에 복귀할 것이라 자신한 바 있다. 또한 그와 함께 카렐 포보르스키도 은퇴할 것이라 예상되었으나 얼마전 체코 대표팀 첫 센츄리 클럽 가입자로 기록되며 그리스와의 A매치에 참가하였고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 독일월드컵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나 네드베드는 감독의 배려 아래완벽한 몸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상을 입은 갈라섹과 함께 네덜란드와의 예선을 치룰 선수 명단서 제외되었으며 포보르스키 또한 등부상을 이유로 결장할 확률이 높아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반 바스텐호가 출범 이래 가장 중요한 경기를 맞이하게 되는 네덜란드는 세대교체의 대개혁이 이루어진 새로운 오렌지군단으로 체코와의 일전을 맞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10여년 가까이 대표팀의 공,수를 책임지고 있던 스탐,프랑크 데부르,오베르마스등이 대거 은퇴, 징계와 부상으로 인한 반 니스텔루이의 결장속에 리그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와 핀란드등 만만치 않은 적수들이 속해 있다고는 하나 조 선두를 두고 체코와 네덜란드가 격돌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펼쳐지는 두 팀간의 맞대결은 이제 단순히 순위 싸움을 넘어선, 독일로 향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며 두 팀간의 자존심을 건 승부로 인식되고 있다.
두 팀 모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플레이오프끝에 탈락한 아쉬움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며 체코는 독립 이후 첫 월드컵 진출을 위해,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하여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올 가을 최고의 빅 매치로 손꼽히고 있는 체코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네덜란드의 홈인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9월 8일 20시 30분(현지 시각)에 펼쳐진다.
첫댓글 네덜란드와 벨기에도 라이벌팀 아닌가요?
포르투갈 vs 스페인도 만만치않다던데
네덜란드 체코보다는 당연히 네덜란드 벨기에죠.역시 멍청한 한국 언론들 답다
오렌지군단 파이팅!!!!
여기 쓴 글은 다시한번 예선에서 격돌한 네덜란드와 체코를 빗대 쓴 글인데...거기서 벨기에가 왜 나오나여...물론 벨기에도 그렇지만...네덜란드-체코가 한국 : 이란이라면 네덜란드-벨기에는 한국-일본이라고 할수있으려나.
아두님 조은글 잘읽었습니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