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성찬기와 십자가로 따뜻한 사랑을 전하다
최광순 목사는 미자립교회 목회를 하면서 건축과 목공을 배웠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나무 성찬기와 나무 십자가를 제작하여
나누고 있다. 한국교회에 프로젝트와 영상이 없었던 신학교 시절에서부터 영상 예배로 미래목회를 준비한 최 목사는 앞으로
한국교회에 나무 성찬기를 널리 보급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았다. 최 목사를 비대면으로 만났다.
나무 일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미자립교회를 목회할 때에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이 같이 신학박사 학위 공부를 하자고 했다. 언젠가 다른 교회로 가려면 스펙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건데, 나는 거절했다. 그때부터 건축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10년 뒤에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그 분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신앙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은혜인데, 인간적으로 이야기하면 엄청난 투자도 했다. 남들이 목사 일에 열심일 때, 나는 나무를 자르고 드릴 돌리고, 손가락도 많이 다쳐가면서 기술을 익혔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볼 때 최고의 수준에 올랐다. 건축 일을 한창 많이 할 때는 총매출이 100억이나 되었다.
목공 일이 목회에 어떤 도움이 되셨나요?
40대부터 일하는 목회자에 대한 꿈을 꾸며, 50대 초반부터는 구체적으로 실천해서 당당하게 목회하고 싶었다. 교회 건축할 때 사례비의 본봉만 받고, 보너스는 거절했다. 그러다보니 교회가 자유로워지더라. 개척한 교회를 자립시키고 나서 미자립교회에 지원했더니, 그 교회가 못 받겠다고 했다. 자녀도 넷이나 되고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란 부분은 내가 감당하겠다고 했다. 목공하면서 얻은 부수입이 교회에서 주는 것보다 몇 배는 많았다.
생활이 안정 되니까, 목회도 잘 되었다. 교인들이 그동안 드리지 않던 예물을 드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1년 만에 자립할 수 있었다. 선교적 관점에서 볼 때 돈이 없다고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할 때, 하나님께서 나머지를 채워주신다. 물질이 필요한 만큼 채워지기 시작해서, 아내와 자녀들도 아빠의 선택을 신뢰한다.
제주도에 가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떤 선택을 할 때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중에 안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 제 원칙이다. 왜냐면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형편이 더 좋은 교회로 가려고 하는데, 목사님은 왜 더 어려운 교회로 가십니까?”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 닮아 가려고요" 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목사라면 좋은 환경을 내려놓고 가장 안 좋은 환경을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이 예수의 삶을 따르는 것 아니겠나. 제주도에 와서 내 인생의 전환기가 되었다. 나무 성찬기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나무가 많아서 너무 좋다. 주님이 나의 재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우셨던 것 같다.
나무 성찬기 무료 나눔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나무 성찬기 세트 가격이 몇 십만원 한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사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 미자립 교회는 월세, 관리비, 자녀 교육으로 허덕이고 있어서, 나무 성찬기 구입은 우선순위에 밀려난다. 통계적으로 대략 자립 교회가 20%, 미자립교회가 80%이다. 80%는 어차피 구입 못할 텐데, 그럴봐에 그냥 주자고 생각했다.
나무 성찬기가 핸드메이드다 보니 하자품이 나는데,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손질해서 무료 나눔을 하는 것이다. 제 꿈은 1,000 교회 무료 나눔이다. 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제가 살고 싶어서 나누어준다. 혼자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같이 살려고 하면 함께 산다. 이것이 성경이 주는 메시지라고 본다.
나무 성찬기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구매하시는 목사님들이 많이 말씀하시는데, 스텐 성찬기는 뚜껑과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예배를 방해할 때도 있다고 하시더라. 나무 성찬기는 사용할 때 소리도 안 나서 사용하시는 분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스텐 성찬기는 평소에 강대상 위에 비치해 놓는 교회가 없지만, 나무 성찬기는 열에 아홉 교회가 강대상에 항상 올려 놓을 정도다.
나무 성찬기의 또 다른 장점은 따뜻함이다. 스텐은 차갑기 때문에, 성찬 할 때 교인들 마음도 차가워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무는 따뜻해서 성찬 할 때 마음도 따뜻해진다.
최근에는 나무 십자가도 만드신다고 들었는데, 어떠신가요?
처음부터 나무 십자가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어느 날 나무 성찬기를 주문한 분이 나무 십자가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이미 나무 십자가를 만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나까지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분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았고, 나무 십자가가 생각보다 만들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왕 만들려면 구별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들과는 다른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저한테는 흑단, 지리코테, 장미목 등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무가 많다. 새로운 나무로 만든 것을 ‘페이스북’에 올려놨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저는 직각을 거부하고 곡선을 추구했고, 나무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서 거칠게 만들었는데, 그것을 더 좋아하시더라. 지금까지 감귤나무 십자가는 1,100개 정도 판매되었다. 감귤나무는 생긴 것이 구부정하고 멋대로여서 만지기가 특히 까다롭다. 중노동이고 만드는 데에 인내가 너무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면 힘이 난다. 어느 목사님은 감귤나무 십자가 10개를 주문해서 교인 분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보기에 너무 좋아서 강대상에 계속 올려놓고 대화를 나누신다고 하더라. 다른 분이 가진 것을 보고 주문하신 분들도 많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나무 성찬기를 한국교회와 가정에 보급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미자립교회 목회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무료 나눔을 혼자 1천 교회 하는데 1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열 명이 같이 한다면 한 달 만에 끝날 수 있다. 이것이 협력의 원리다. 그래서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 다른 목회자들이 이 일을 함께 하면 좋겠다. 저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같이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5년 안에 나무 성찬기 시장은 급속도로 커질 것이다. 한국교회의 수준이 그만큼 올라갔기 때문이다.
웬만한 교회에는 다 나무 성찬기로 성찬을 하게 될 것이다.
예배는 어떻게 드리고 계신가요?
지금은 교회 담임 목회를 내려놓고,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데 아이들이 신앙적으로 굉장히 성숙했다. 일방적인 설교가 아니라, 하부르타 방식의 토론 예배를 하고 있다. 2005년부터 하부르타 예배를 시작했는데, 아마 한국교회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 같다. 계속 발전시켜 갔더니, 자녀들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과 말씀을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하게 훈련되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나게 되어서, 전도하지 않아도 지역 주민들이 교회에 찾아왔다. 지금 새로운 예배
프레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목회자로서 노동을 통해 하나님이 원하는 예배를 이끌고, 교회를 세워
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래세대의 목회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무 성찬기 만드는 사역도 미래 목회를 염두에 두고 하고 있다. 이제는 전도를 해도 전도하지 못하는 시대다. 저는 10년 전부터 목회자가 일을 하지 않으면 목회를 못하는 시대가 온다고 이야기했다. 자비량으로 목회해야만 하는 시대다. 교인 수도 적고, 교회의 양적 부흥이 어려운 현실에서 목회자가 어떻게 계속 목회할 수 있을까?
TV와 인터넷에 좋은 설교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작은 교회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교인들은 이제 더 이상 목회자의 설교에 귀를 열지 않는다. 답은 성찬이라고 생각한다. 초대교회도 성찬 중심의 예전 예배였다. 설교는 핵심 요소만 짧게 전하고, 성찬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와 영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비대면 예배 시대에 가정에서도 영상으로 성찬이 이뤄질 수 있다. 가정에서 가장이 나무 성찬기로 성찬 분병 분잔을 한다면 엄청난 감동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은교회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생존의 문제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목회적 대안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목수 최광순 목사 / http://www.facebook.com/kwangsoon.choi.35
김태훈 기자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285
첫댓글 고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0 17:5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0 19: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0 20:5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1 15:4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2 00:0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2 02:2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2 03:3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2 16: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2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