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는 김담희
제목 :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서
주제문 : 무엇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실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5.18 운동이 왜 일어났는지, 상황이 어땠는지 잘 알지도 않았고, 살면서 딱히 궁금해하거나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소년이 온다’가 5.18 민주화 항쟁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 크게 흥미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특이한 시점에 관심이 갔다. 1인칭 같으면서도 2인칭인 작가의 시점인 것 같아서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읽다 보니 ‘네가’라고 지칭하는 말이 나한테 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금방 책에 몰입이 되었다. 5.18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어본 적은 없지만 마치 그 불안정하고 언제 군인이 올지 몰라 긴장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잔인하고 자세한 묘사들을 읽을 때마다 나도 더 긴장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각 장마다 주인공과 시기가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시체가 된 정대의 시점으로도 항쟁의 처참함을 볼 수 있었다. 일상에 스며든 듯 지워지지 않는 후유증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4장 ‘쇠와 피’였다. 잔인하게 고문을 하던 모습이 상상이 가서 제일 읽기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3장 ‘일곱 개의 뺨’에서 검열 때문에 남은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문장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과도 비슷하다. 마치 죄의식이 없는 것처럼 특별히 더 잔인하고 고통을 남긴 군인이 있다면, 그 와중에도 사람에게 총을 쏘는 것을 주저하며 소극적인 군인도 있었다. 그 군인들의 뒤에는 모든 것을 명령한 지휘관도 있다. 그리고 그에 맞서 죽음을 각오하고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맞선 싸웠던 시민군들, 맞서 싸우진 않았지만 겁에 질려 발을 구르며 그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민족이었지만 저렇게 다른 모습들이 될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인간의 근원이 무엇일지, 기본적인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무엇이지 않은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어렵고 간절하게 무엇이었기 덕분인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내가 이런 우리의 역사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우리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무엇이지 않을 수 있기까지 지나온 시간들을 더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불기둥 이윤규
영화 <1987>, <택시운전사> 등 그 당시 영화를 많이 보고 이 정도로 사람들이 열심히 싸웠다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다. 그러나 책으로 읽어 보니 영화보다 오히려 더 몰입하게 된 거 같아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느낌? 내가 운동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아버지가 어렸을 때 멀리서 5.18 사건을 봤다고 하는데 그 당시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걱정되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소설을 쓰고 나서 얼마 안 돼서인지 중간중간 서술자가 바뀌는데 되게 뜻깊었다. 처음 챕터에서 동호가 친구의 시체라도 찾으러 나서서 실패하고 오히려 죽을뻔하고 주변 사람들이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 단 한 명을 위해 여러 명이 나가서 도와주다 쓰러지는 장면은 영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내 머릿속에서 너무 선명하게 묘사가 되어서 이 정도로 심각했다는 것을 알았고 동시에 이런 식으로 사람을 책에 몰입시킬 수 있나 싶기도 했다. 시체의 관점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표현 하나하나가 너무 주옥같았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시위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얼마나 가슴 아픈 역사인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슬기로운 민시은
소설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다른 소설을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소년이 온다>는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을 본 후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자연스레 비슷한 장르의 소설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막상 소설을 읽으려 하니 분량이 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한 문단 한 문단에 담긴 무게가 너무 무겁고 읽는 내내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 운동과 그 후 10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그동안은 한국사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었는데 소설을 읽은 후 피부로 생생하게 현장을 느꼈을 무고한 시민들과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자를 읽으며 작가가 묘사하고자 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어 끔찍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과 탐구심에 의해 책을 읽었지만 보다 신중하고 진지하게 책에 다가갔어야 함을 느꼈다.
<소설이 온다>는 구성 면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책의 중반쯤 익숙한 인물들의 이름이 재등장하며 알아차렸는데, 1장이 동호, 2장이 정대의 이야기라면 3장부터는 동호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였다. 책은 주인공 동호가 시위에 함께 참여했던 친구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호는 함께 시위 현장에 있었지만 정대는 총에 맞고 자신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정대는 혼이 되어 자신의 죽음과 생전의 기억을 회상하며 원망한다. 죽은 누나의 혼과도 만나지 못하고 동호에게 가려던 찰나에 동호의 죽음을 느낀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의 삶이 이어진다. 그들 역시 살아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 가장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것은 마지막 장, 동호의 엄마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였다. 친근한 사투리와 덤덤한 말투에 동호가 죽을 당시 16살밖에 안 된 평범한 중학생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고, 그렇기에 동호를 비롯하여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웠으며 뭐라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참 한숨을 많이 쉬었다. 책을 읽은 뒤 혹시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웠는데 1980년 광주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일들이 다시 자고 일어나도 깰 수 없는 현실이었다는 것이 더욱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사실 책을 꼼꼼히 읽지는 않았다.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정대의 목소리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 어느새 나도 정대와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죽였을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사람들을 쏜 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당시에 있었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주저해야 하는 만큼 더욱 역사를 기억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같다. 언제나 주저 없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저 없이 총과 칼을 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첫댓글 슬기로운님 말처럼 결과물로 소설을 써 낸 후 읽고 쓴 감상문이라 별도의 첨삭은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