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난대학교 연구팀, 영국 바이오뱅크 46만여 명 데이터 14년 추적 분석
외로움 심할수록 심장 판막 질환 위험 최대 23%↑
외로움이 흡연·운동 부족 등 유발... 심장 건강 악화 연결
외롭다는 감정 자체가 심장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심장 판막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중난대학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46만 2,917명을 약 14년간 추적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심장 판막 질환은 주로 나이나 고혈압 같은 신체적 요인으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는 ‘외롭다는 감정’ 자체도 심장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대규모 데이터로 처음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심장 판막은 심장 안에서 혈액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조절하는 구조물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판막이 서서히 망가지는 것을 ‘퇴행성 판막 질환’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2006~2010년 영국 전역에서 모집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정도를 설문으로 평가한 뒤 2022년까지 판막 질환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외로움은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지”, “가까운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지” 등으로 측정했고, 사회적 고립은 “혼자 사는지”, “가족, 친구를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등으로 평가했다.
추적 기간 동안 1만 1,003명에서 퇴행성 판막 질환이 새로 발생했다. 외로움이 가장 심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판막 질환 발병 위험이 19% 높았고, 혈액이 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21%,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승모판막 역류증은 23% 높았다. 판막 질환이 이미 생긴 환자 중에서도 외로움이 심한 경우 주요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최대 30%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혼자 산다’, ‘사람을 잘 안 만난다’는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은 판막 질환과 별다른 연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혼자인 것보다 외롭다는 감정 자체가 심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외로움이 판막 질환으로 이어지는 이유로 ‘나쁜 생활습관’을 주목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흡연, 과음, 운동 부족, 불규칙한 수면 등 건강에 해로운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결국 판막 건강을 서서히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생활습관 요인들은 외로움과 판막 질환 사이 연관성의 최대 1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전적으로 판막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이 외로움까지 심할 경우, 두 가지 모두 낮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중난대학교 주자오웨이(Zhaowei Zhu) 교수는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퇴행성 판막 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함께 돕는 것이 판막 질환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향후 더 다양한 인종과 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Social Disconnection, Genetic Risk, and the Incidence of Degenerative Valvular Heart Disease: 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사회적 단절, 유전적 위험, 퇴행성 판막 질환 발생의 연관성: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게재됐다.
이새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