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살인범
글 선자은 | 표지 일러스트 양양 | 여섯번째봄
무선제본 | 140*205 | 172쪽 | 값 12,000원 | 2022.02.15. 발행 | ISBN 978-89-5618-199-8 43810
옆집에 그 남자가 산다
사건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남자가
수상한 이웃집 남자와 탐정 지망생 소녀의 미스터리 추적기
다래는 탐정이 꿈이지만, 중학생인데다 보수적인 아빠 탓에 그럴듯한 추리를 해 볼 기회가 없다. 생활 반경이 좁아 다래에게 주어지는 사건이라고는 냉장고에서 사라진 아이스크림 행방을 쫓거나 반에서 일어난 지우개 증발 사건의 전말을 캐내는 일, 스트리트 댄서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 고작이다. 이렇듯 생활 밀착형 추리 연습을 하며 탐정의 꿈을 키워 가는 다래에게 계단을 오르며 이웃집을 관찰하는 일은 꽤 오래된 습관이다. 때로는 오가는 이웃을 통해, 때로는 현관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통해 사건의 냄새를 맡는다. 여느 날처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16층인 집까지 올라가던 중, 다래는 빈집이라 늘 굳게 닫혀 있던 옆집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한다. 저녁 8시가 넘은 때다. 이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시각인데다, 이삿짐 상자에 여자의 손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다래의 날카로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기다 낮고 음산한 남자 목소리까지. 다래는 생각한다. ‘수상하다, 수상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녀
옆집 남자 하이즈는 추리 소설을 쓰는 사람치고 소심하고 겁이 많다. 그렇지만 자기가 연재하는 웹 소설을 모방한 범죄로 보이는 사건을 모른 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즈는 강력계 형사인 친구를 통해 형사들과 공조해 살인범을 검거할 계획을 꾸민다. 웹 소설에 살인범에게 보내는 비밀 제안을 숨겨 살인범을 유인하려는 계획인데, 다래의 예리한 눈에 이 비밀 제안을 들키고 만다.
드디어 작전을 수행하기로 한 디데이. 막상 검은 피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자 하이즈는 잔뜩 겁을 먹는다. 거기다 다래 오빠 여지욱의 훼방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데 실패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다래의 기지와 고양이의 예민한 감각, 다래와 호흡이 척척 맞는 온겸의 협공으로 살인범 검거에 성공한다. 아빠가 보호라고 생각한 통제는 과잉되었고, 과잉된 보호는 아이에게는 구속일 뿐이다. 아빠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다칠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로 다래가 복싱이나 주짓수를 배우는 것조차 반대했지만 사실 다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다.
남들 다 출근할 시간에 집에만 있는 남자
다래가 관찰한 바로 남자는 혼자 산다. 늘 소량의 음식만, 문 앞 배달로 배달시켜 먹는다. 한여름에도 후드 점퍼 모자를 뒤집어써 얼굴을 숨기고, 누군가와 마주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듯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의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보아 직업도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골초다.
의심의 눈초리로 옆집 남자의 동태를 살피던 중 다래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사건 현장과 ‘검은 피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서도 옆집 남자를 포착한다. 그것도 모자라 집 안에서 여자를 납치, 감금하고 있다는 의심할 만한 소리까지 들린다. 더는 망설이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다래는 친구들과 함께 작전을 펼친다. 문을 열어 주지 않으려고 하는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남자가 문을 살짝 연 틈을 타 억지로 문을 홱 열자, 후닥닥 무언가가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남자는 절규한다. “안 돼, 소연아!”
옆집 남자가 혼자 산다고, 무섭게 생겼다고, 집에만 있으니 직업도 없을 거라고, 다래는 함부로 의심한다. 의심에 의심이 더해져 어쩌면 남자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하지만 다래가 여자라고 생각한 소연은 고양이였고, 납치가 아닌 보호였다. 집이 직장이기도 한 남자의 직업은 작가다. 출퇴근이 필요 없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거다.
이렇듯 1인 가구 비율이 30%가 넘는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남성 1인 가구는 부정적인 편견에 자주 노출된다. 혼자 사는 남자는 지저분할 거라고, 성격적 결함이 있을 거라고, 폐쇄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혼남일 거라고 쉽게 의심받는다. ‘정상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가고 있는 지금. 틀림이 아닌 다름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까? 의심의 퍼즐이 모두 잘못 끼워 맞춰졌다고 깨달은 다래는 말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수상하다고 사람을 의심하지 않겠다고.
줄거리
연쇄 살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어느 날 밤, 탐정 지망생 다래네 옆집으로 수상한 남자가 이사 온다. 한밤중에 이사하는 것도 수상한데 짐에는 손으로 보이는 의심스러운 물체가 보이고, 사건 현장마다 남자의 모습이 포착된다. 거기다 남자의 집에서 여자를 위협하고 회유하는 듯한, 위험한 상황으로 의심되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혼자 살고, 바깥출입도 거의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이웃집 남자가 수상하다.
책 속으로
주짓수를 배우고 싶어서 학원에 등록하려 했을 때도 다쳐서 멍들 수 있다고 반대. 클라이밍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위험하다고 반대. 바로 옆 동 친구네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 아빠는 나를 지키려는 걸까, 바보로 만들려는 걸까. ---P.11
다들 날 모르지만, 난 우리 가족을 잘 안다. 나는 사실 처음 보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파악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으니까. 그 재능은 아주 어릴 때부터 타고난 것이다. 사람의 물건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P.12
8시 12분. 이사를 오기에는 너무나 늦은 시각이다. 하지만 이삿짐이 분명한 상자들과 캐리어가 안쪽에 놓여 있었다. 반 정도 열린 상자에는 뭔가가 삐죽 나와 있었다. 가늘고 긴 다섯 개의 손가락. ---P.16
범인이 집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CCTV에 찍혔지만, 집 앞 골목 등의 CCTV에는 찍히지 않았다. 동선을 파악할 수 없도록 사각지대로 이동한 걸 보면 철저히 계획된 살인 사건이다. ---P.22
나와 생활 패턴이 다를 수 있음을 잠시 잊었다. 하이즈는 작가고 작업실도 집이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 창작 활동을 하는 루틴으로 생활할 수 있다. ---P.134
그동안의 범행을 봤을 때 검은 피는 양손잡이도 아니고 철저한 왼손잡이였어요. 왼손으로 칼을 이렇게 잡고 비틀어서 찌른 흔적뿐이었거든요. 현장에서 만났을 때 아이스크림도 왼손으로 먹었고요. 제가 왼팔에 매달렸으니 혹시나 칼을 오른손으로 잡고 찔러도 나를 정확히 찔러 금세 죽이지는 못할 거라는 걸 계산한 거예요. ---P.164
차례
옆집
검은 피
지우개 도난 사건
김별
납치범
소연
수사
범인의 흔적
검은 피?
이웃의 정체
하이즈의 메시지
혼자 사는 여자
디데이
사건 종료
작가의 말
중학교 교과 연계
1학년 국어 4. 갈등과 성장
1학년 도덕 2. 타인과의 관계
2학년 국어 5. 작품 속 말하는 이와 보는 이
2학년 사회 7. 인구 변화와 인구 문제
3학년 국어 6. 인간의 삶이 반영된 문학과 언어
선자은
그림책도 쓰고, 동화도 쓰고, 청소년 소설도 쓴다. 재미있는 생각과 이야기라면 무조건 다 쓰고 싶다. 청소년 소설 『ID를 입력하세요: 엘리스 월드』 『펜더가 우는 밤』 『제2우주』 『계약자』 『빨간 지붕의 나나』 『엄마의 레시피』 『소녀 귀신 탐정 1, 2, 3』 『아무 사무소의 기이한 수집』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