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전문업체인 이마트에 대한 북센(구 한국출판유통)의 도서 공급
결정과 관련해 전국 중대형서점 조직인 인서회와 한서협(한국서적경
영인협의회)은 그 심각성을 깊이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표
명하고자 한다.
북센은 우리나라 출판 ·서점업계의 오랜 염원을 토대로 창립된 회사
이다. 형식은 사기업이되 본질은 공기업이라는 이중적 성격은 그에
연유한다. 북센 스스로도 일련의 사업 전개 과정에서 최대한 공익적
성격을 강조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정황
에 비추어 북센의 이마트에 대한 도서 공급 결정은 지극히 온당치 못
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마트를 불순한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마트가 도
서를 할인 판매하는 것조차 정당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마트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마트가 도서 할인
판매에 따른 온갖 부담을 떠넘기며 업계의 파행을 유도한 것조차 도
덕적이라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마트가 도서 판매를 중지할 것
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마트가 도서정가제의 약점을 이용하
고 일반서점의 정가 판매에 기생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
이는 우리의 판단일 뿐만 아니라 상식과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
구나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센은 업계의 상식
에 반하고,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 헤브론의 부도가 내포한
비정상적 상거래와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할 기회조차 박탈하고 말았
다. 특히 이러한 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업계 차원의 협의와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어떠한 노력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북센은 입으로는 오프라인서점의 중요성과 긴밀한 협조를 강조해 왔
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프라인서점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주저한 적
이 없다. 온라인서점과 관련해서도 그러했고, 할인전문업체인 이마트
와 관련해서도 그러하다. 그들에게 필요할 경우엔 '오프라인서점'이
강조되고 '공익적 논리'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필요치 않으
면 '시장 지배력'이 중요하고 '기업적 논리'만 존재한다. 결국 북센
은 또 다른 '시장'을 위해 기왕의 시장, 즉 오프라인서점들을 희생시
키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북센의 결정과 결정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믿는다. 원칙적으
로 북센이 이러한 판단에 동의한다면, 스스로 결정을 번복할 것을 촉
구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시장의 유혹'에 지배되어 있는 북
센이 판단에 동의하고, 결정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출판
·서점업계의 대의에 충실하지 못한 기업, 명과 실이 다른 기업이 장
차 내릴 수 있는 선택을 예상보다 빨리 드러낸 것이라 본다.
이제 북센이 '시장 지배'를 목적으로 내달릴 때 그 다음의 수순
은 '힘의 논리'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 설립 초기와 달리 이미 오프
라인서점을 가볍게 여길 수 있게 된 북센은 출판사에 대한 우월적 거
래 지위 확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매출 외형이 무기요 지불 금액
이 수단이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할인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제
시되고 있는 다양한 설득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센의 행태는 부
메랑이 되어 출판계를 목조를 가능성이 크다.
한서협과 인서회는 북센의 이번 결정을 결코 가벼운 사안이라고 보
지 않는다. 공기업적 성격을 팽개치고 웅진그룹의 일개 계열사로 전
락한 북센이 스스로 결정을 철회하기도 어려우리라 판단한다. 따라
서 북센의 선택에 대응할 업계의 또 다른 선택이 긴급하고 절실하
다. 오프라인서점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출판업계에
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인식과 판단을 기초로 인서회와 한서협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북센에 대한 우리의 요구
1) 북센의 이마트에 대한 도서 공급 결정은 업계의 심각한 불화를 초
래할 것이다. 북센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결정을 철회하라
2) 북센은 도서 공급 조건 등 이마트와의 거래에 관련된 모든 문서
를 공개하라
3) 북센은 이마트와의 거래 조건 개선, 이마트 매장의 정상적 오프라
인 서점화 등을 언급하는 바 이를 증빙할 문서나 구체적인 일정 계획
이 있는가, 있다면 당당하게 공개하라
2. 서점계에 대한 우리의 제안
1) 한서협과 인서회는 북센의 이마트 도서 공급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전국 서점의 단결된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인서회와 한서협은 한국서련을 중심으로 전국 서점인들이 조속히
모여 구체적인 의지의 결집과 실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3) 북센의 결정은 오프라인서점을 희생시키고 다른 길을 갈 수 있음
을 보여준다. 오프라인서점 또한 북센을 희생시키고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3. 출판계에 대한 제안
1) 북센의 이번 결정은 비단 오프라인서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출판유통의 전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출판사들과 전국 서점간
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모임’을 제안한다.
2)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출판영업인회의 등 출판 관련 단체들의 조속
한 입장 정리를 기대하며 파행적 출판유통구조 개선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3) 출판.서점계가 합동으로 유통구조 혁신과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을 위해 (가칭)<출판유통개혁 기획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2004년 6월 25일
인서회 회장 (주) 부평문고 대표이사 장 덕 훈
한서협 회장 (주) 탐라도서 대표이사 윤 기 홍
--- 가나다 순---
경기서적(수원) 대표이사 황 군 자
경인문고(부천) 대표이사 이 상 훈
광장서적(춘천) 대표이사 송 규 철
국민도서(천안) 대표이사 신 우 숙
그랜드문고(창원) 대표이사 강 재 식
대양서림(여수) 대표이사 이 희 승
대학문고(양천) 대표이사 정 덕 진
동국서림(대전) 대표이사 임 주 호
동일문고(인천) 대표이사 심 경 래
말글터문고(강릉) 대표이사 김 도 언
문화문고(마산) 대표이사 권 철 모
불광문고(은평) 대표이사 최 낙 범
부평문고(인천) 대표이사 장 덕 훈
사랑방문고(광주) 대표이사 박 시 종
삼복서점(광주) 대표이사 김 성 규
수지문고(용인) 대표이사 이 정 원
영광도서(부산) 대표이사 김 윤 환
영동문고(광명) 대표이사 권 순 호
용인문고(용인) 대표이사 김 영 섭
중앙서점(거제) 대표이사 류 금 렬
중원문고(성남) 대표이사 김 봉 길
진주문고(진주) 대표이사 여 태 훈
책마당(대구) 대표이사 김 을 현
책이있는글터(충주) 대표이사 이 연 호
탐라도서(제주) 대표이사 윤 기 홍
학원사(마산) 대표이사 추 형 철
학원서림(대구) 대표이사 홍 일 석
한길문고(군산) 대표이사 이 민 우
한라서적(제주) 대표이사 박 경 호
형제서점(아산) 대표이사 김 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