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 사라지고 새로운 맛도 없고…
'소니 플라자' 닮아가는 '애플 스토어'
외관 화려하지만 재미없어진 공간
더 이상 놀랄만큼 새로운 거 없어
"직원에게 묻고 싶은 건 가격 정도"
소니, 왕국 건설 좌절… 애플은?
워크맨·베타방식 비디오·CBS 인수
독자 제품으로 소비자 생활 완성 노려
차별성 잃어 타격… 호환성도 없어 실패
지난달 말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동남쪽 5번가에 있는 '애플 스토어'를 찾았다. 2007년 첫 아이폰 출시에 맞춰 문을 열었을 때,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끝없는 행렬로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바로 그곳이다.
전면에 솟은 투명유리 건물 안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니 청바지에 파란색 티셔츠를 받쳐 입은 20대(代) 상담원들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줬다. 하지만 30여명에 달하는 상담원 대부분은 한가로워 보였다. 이들에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뭔가 물어보는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매장에서 만난 찬드라 다스(40·금융회사 매니저·뉴욕 맨해튼)씨는 "애플 제품에 더이상 놀랄 만큼 새로운 것은 없지 않으냐"면서 "직원에게 묻고 싶은 것은 가격 정도"라고 말했다.
근사한 매장에 채워진 애플 제품이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스마트폰이 한정된 메이커만 만드는 고급 제품에서 범용 제품으로 바뀌어 가면서 애플만의 특별한 가치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애플 쇼크'의 본질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애플 공동 설립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애플은 항상 '쿨하다'는 광고에 익숙해져 있다"면서 "애플이 이 점을 상실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외관은 화려하지만 갈수록 재미없어지는 공간…. 애플스토어는 과거 도쿄 긴자의 소니 플라자를 연상시킨다. 애플이 소니와 닮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닌지 모른다. 애플이 과거 소니의 '실패 공식'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사제품 완결주의'를 고집했던 소니의 폐쇄성뿐 아니라, 독창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으면서 한순간에 고전(苦戰)하게 된 과정도 비슷하다. 소니를 필두로 프리미엄 가전(家電)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가전업체들은 LCD TV 등이 범용화되면서 순식간에 주도권을 한국·중국에 뺏겼다.
- ▲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제품에서 범용 제품으로 바뀌면서 애플의 고성장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애플의 CEO 팀 쿡이 작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3세대 아이패드를 소개하고 있는 장면이다. / 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소니에서 배우는 '애플 쇼크'
소니는 1979년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워크맨'을 내놓은 이후 줄곧 독자 제품으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하겠다는 열망을 드러내 왔다. 초기 워크맨에 독자 규격의 헤드폰 잭을 사용했고, 1980년대 중반 '베타'라는 고유의 비디오테이프 레코더 규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1988년 미국 CBS레코드를 인수한 것도 자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다.
소니의 이 같은 구상은 스티브 잡스가 2001년 1월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신제품 출시 등에 초점을 맞춘 애플의 대표 행사)에서 내놓은 '디지털 허브 전략'의 밑바탕이 됐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어릴 때부터 소니 애호가였으며 특히 소니의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집착에 가까운 기술력에 매료됐다. 잡스는 맥월드 연설에서 "컴퓨터가 생산성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의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맥'이 모든 디지털 기기를 아우르는 디지털 허브(Digital Hub)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비전은 그 해 애플이 디지털 음원 판매망 아이튠과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을 보급하면서 실현되기 시작한다.
허를 찔린 소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잡스의 디지털 허브 전략 연설 10개월 뒤인 2001년 10월 소니의 안도 구니다케 CEO는 라스베이거스 컴덱스(Comdex·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을 대표했던 IT 전시회)에서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한다. 소니의 기기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념으로, 당시 유명했던 소니 '바이오' 컴퓨터와 '베가' 홈시어터를 주축(hub)으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니 왕국'을 완성하겠다는, 회사의 명운(命運)을 건 승부처였다.
소니는 갖고 있는 구슬을 잘 꿰기만 하면 될 것처럼 보였다. 거대한 음악·영화 콘텐츠회사와 TV·PC·게임기·휴대전화 등 필요한 모든 기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니는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났던 자사 제품과 콘텐츠로만 구성된 폐쇄된 세계를 완성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려 했고, 그 결과로 사용자 편의성보다 자사 편의성을 위주로 한 제품을 쏟아냈다. 소니 제품에만 사용 가능했던 '메모리스틱'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호환성이 떨어져 불편했고, 소비자의 큰 반발을 샀다. 문제는 이후 소니 제품들이 다른 범용 제품들과 차별성을 잃어버리면서 소비자가 굳이 소니의 폐쇄성을 감수해가며 소니가 꿈꾸는 세계에 동참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제품이 최고라면 폐쇄적이라도 아무 상관없을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의 차별성이 사라진 뒤의 폐쇄성은 과거 소니 사례처럼 소비자의 급속한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 경쟁은 애플의 패배지난해 안드로이드폰의 연간 출하 대수는 아이폰의 4배에 달했다. 애플 주가는 지난 6개월간 40% 하락했다. 아이폰 공급업체 한 곳의 매출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지난 17일에는 전날 보다 5.5%나 떨어졌다. 2012년 9월 발표된 아이폰 5가 위기의 시작이었다.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신제품을 사는 대신 구형 아이폰의 가격 인하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작년 4분기 애플이 판매한 아이폰 4780만대 중 구형 모델 비중이 40%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들어 매수 추천 기업 명단에서 애플을 제외하고, 목표 주가를 주당 660달러에서 575달러로 크게 낮췄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빌 쇼프는 "애플에 추가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애플의 주가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제품뿐이 아니다. 애플의 수익 기반인 '모바일 앱 생태계'까지 비(非) 애플 연합군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아직은 앱을 포함한 휴대폰 관련 판매 수익의 60~70%를 애플이 가져가고 있지만, 이 역시 애플 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역전된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안드로이드 진영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디지털 허브 전략 이미 유효기간 끝나
조직 운용 책임자 출신 팀 쿡에게선
새로운 미래 전략 기대하기 힘들어
신시아 몽고메리(Montgomery)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애플의 행보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20년간 경영 전략을 강의한 그는 지난해 낸 자신의 책 '당신은 전략가입니까(The strategist)'에서 애플을 '전략에 관한 가장 역동적인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를 하버드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만나 애플과 삼성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플의 무엇이 실망스러운가."명확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다.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 허브 전략을 발표한 이후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 이후 애플에서는 그 정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어떤 전략 선언도 나오지 않았다. 팀 쿡(Cook)이 그것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그의 새로운 전략이 안 보인다. 그는 최고운용책임자(COO)였다. COO가 뭔지 한번 생각해 보라.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보다 이미 세워진 전략을 공고히 하기 위해 조직을 잘 연결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잡스의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인가.
"디지털 허브 전략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 더 이상 애플 혼자만의 것도 아니다. 애플은 2001년 디지털 허브 전략을 내놓았다. 모든 디지털 기기를 맥컴퓨터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한 전략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과거 잡스가 생각했던 허브 개념의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그것이다."
―팀 쿡이 전략가로 변신할 수 있지 않은가. "그는 지금껏 애플에서 어떻게 아웃소싱을 하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지에 대한 일을 해왔다. 그는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가 전략가인지는 커다란 의문이 있다. 잡스는 애플의 리더이자 대변인이었고 신제품을 설명하는 최고의 프레젠테이터였다. 그래서 더욱 팀 쿡이 전략가인지 의문이 생긴다.
―애플이 어떤 전략을 보여줘야 하는가."최근 애플의 제품 출시 흐름을 보면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이미 완성된 계획의 연장 선상에 있을 뿐이다. 애플은 잡스 사망 이후에 이런 제품군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조만간 '아이워치(iWatch)'가 나올까? 그러면 아이워치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애플의 다음 새 규칙은 무엇인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모른다. 그것을 만들어야 할 사람에게서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당신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데는 전략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퍼스트 무버에게 필요한 것은 '가치(value)'를 더하는 것일 뿐이니까. 시장에 뭔가를 내놓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 말이다. 따라서 애플이 더 이상 퍼스트 무버가 아닌 지금이 오히려 애플에 훨씬 더 전략적인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위험한 것은, 기업의 리더가 전략가가 아니라면 회사의 미래가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에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전장(戰場)이 양쪽으로 갈려 있는데, 양쪽 모두 쉽지 않다.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서 싸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후에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싸워야 한다. "
◇한국 기업의 장점은 '현명한 끈기'―삼성전자 이야기를 해보자. 삼성은 늘 애플을 따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전자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맞다. 삼성은 추종자다. 하지만 많은 가치를 더했다. 영국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 에어를 보자. 그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따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 사우스웨스트가 갖고 있지 못한, 유럽에서의 매우 강력한 기반을 만들어냈다. 라이언 에어는 저가 항공 전략의 창시자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전략을 따라 하되 더 잘했다는 것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더한 가치가 무엇인가?"삼성은 고품질과 기술로 애플과 경쟁하려고 한다. 그들은 단지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게 아니다. 애플과 정면 승부를 하고 있다. 그런 점이 '미투(me too) 전략'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혁신에 얼마나 유연한가, 여러 가지 요소를 어떻게 합쳐서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가, 거대한 시장에 어떻게 제대로 매치할 것인가 하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애플에 대한 삼성의 도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장점을 '현명한 끈기(smart tenacity)'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의미인가."매우 규율이 잘 서있다(diciplined)는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규율은 전략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어떻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면 될지도 알고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 실현은 조직의 규율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뛰어나다는 것의 진실은 무엇인가. 디테일이다. 애플 역시 매우 잘 훈련돼 있지만,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규율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떤 점이 부족한가."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식은 안된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지, 오늘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면 과연 내일 세상이 달라질지에 대해 자신에게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가격하락 유도하며 시장 점유율 유지
매킨토시 학습효과 있어 쉽게 안 당해
'잡스교도' 있는 한 혁신제품 계속 나와
승자에게 환호를 보내면서 내심 그를 꺾을 새로운 승자를 기대하는 심리는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애플의 혁신은 이제 끝났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이폰5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이제는 서슴없이 애플의 쇠락을 예견하는 현자(賢者)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쇠락을 예견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애플이 쇠락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애플이 기본적으로 폐쇄 시스템이라는 데 있다. 바로 그 때문에 과거 매킨토시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란 예견이다.
매킨토시는 기존 PC처럼 불편한 명령어 입력 방식이 아니라 창과 아이콘을 클릭하는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를 사용함으로써 뛰어난 편리성을 제공하는 독보적인 제품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매킨토시는 PC에 밀려 계속 시장점유율을 잃었고, 한때 애플을 부도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애플이 운영체계, CPU(중앙처리장치), 모니터, 키보드 등 모두를 혼자 개발하였던 폐쇄 시스템이었던 반면, PC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델 등이 분업을 통해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그 결과 가격이 인하되어 시장이 커졌던 데 있다.
2013년 현재의 애플은 마치 윈도가 매킨토시를 몰아냈던 1990년대와 같은 형국이라는 것이 애플 쇠락론의 주요 논거이다. 즉, 애플에 대항해 안드로이드와 윈도 8의 운영 체계가 세력을 키우고, 삼성· LG·노키아·소니·HTC·화웨이 등이 경쟁적으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면, 결국 매킨토시의 역사가 되풀이되리라는 주장이다.
◇애플도 저가정책 펼 수 있다이 같은 주장의 맹점은 애플의 ‘학습 효과’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과거 매킨토시와 지금 애플의 전략 중 가장 큰 차이는 가격 정책이다. 잡스가 펩시콜라에서 영입한 스컬리 회장은 당초 1000달러에 기획했던 매킨토시를 2500달러에 팔기로 결정했다. 일반 대중을 위한 컴퓨터를 만들려는 잡스는 반대하다가 스컬리에 밀려 자신이 창업했던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잡스는 “바로 그 비싼 가격 때문에 매킨토시 판매가 지지부진해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잡스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면서도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 즉, 비슷한 성능의 경쟁사 제품에 비해 가격을 비슷하게 때로는 더 낮게 책정했다. 2005년 출시한 2GB 용량의 아이팟 나노는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인 199달러로 책정돼 아이리버와 같은 MP3 전문업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가격 역시 경쟁사들이 도저히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전략적으로 낮게 책정됐다.
◇융합시대엔 폐쇄 시스템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또한 음악·영상·컴퓨터·통신이 융합되는 컨버전스의 시대에 ‘빠르고 미끈한 통합’을 위해서는 애플의 폐쇄적 시스템이 더욱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다른 종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오픈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사용하기가 편하기만 하면 오픈 시스템이든 폐쇄 시스템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애플 쇠락론의 둘째 근거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혁신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
아이폰6를 기다리는 애플 ‘광(狂)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혁신적인 제품으로서의 아이폰의 수명은 이미 끝났다. 스마트폰은 이미 일상재화돼 중국 업체가 가격을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애플의 향후 전략은 저가 스마트폰으로 가격 경쟁을 주도하는 것이다.
애플은 향후 거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가격 하락을 유도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다. 그래야만 앱 개발업자와 부품 공급업체들의 충성도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도 변호사들을 고용하여 경쟁자를 끊임없이 견제할 것이다.
애플의 미래에 대한 보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미 일상재가 되어버린 아이폰을 대신할 혁신적인 신제품이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잡스 없이도 향후 혁신적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다행히도 잡스는 자신의 사후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애플에 돌아온 이후, 잡스는 애플을 영속성 있는 회사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애플에 ‘잡스교도’가 있는 한 혁신은 계속된다잡스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한편으로 그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열정을 불어넣었고, 불가능한 것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직원들은 “주 90시간 근무, 너무 행복하다”라는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녔다.
전 세계 수많은 종교는 창시자의 사후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며 교인들에게 창시자의 이념과 가치를 전수하고 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는 종교 부흥회와 유사하다. 애플의 직원들은 “위대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잡스의 이상에 동조하는 ‘잡스교(敎)’의 맹신자들이다. 팀 쿡과 조너던 아이브는 잡스교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잡스교로 무장된 애플은 잡스가 없더라도 혁신적인 신제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애플에 합류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영속적인 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력한 기업문화가 그 원동력이라고 지적한다. 애플의 혁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