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의 첫 번째 산, 칼날봉 암릉미와 스릴 탁월해
월봉산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칼날봉을 오르는 등산인들.
월봉산(1,281.6m)은 잘난 산들 사이에 낀, 주목받지 못한 산이다. 위에는 남덕유산이 있고, 아래에는 금원산, 기백산, 거망산, 황석산이 줄줄이 있다. 스타급 산들이 촘촘히 모인 이곳에서 월봉산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허나 진양기맥의 첫 번째 고리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산이 월봉산이다.
낯선 산 이름과 달리 월봉산의 암릉미는 탁월하다. 그 절정이 칼날봉(수리덤)으로 이름처럼 뾰족한 암봉이다. 숲과 구분되는 흰색의 거대한 바위는 초록의 바다를 뚫고 점프하는 향유고래마냥 신성하고 인상적이다.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바위봉이며, 날카롭고 힘 있게 뻗은 균형미는 산꾼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남령에서 출발해 남진할 경우 칼날봉은 등반장비가 없이 정면에선 오를 수 없다. 사면을 우회해서 능선에 올라선 뒤, 뒤쪽으로 칼날봉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고정로프나 계단 같은 시설물이 전혀 없고, 고도감이 세며, 발디딤이 모호한 곳이 있으므로 주의해서 올라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에 바윗결이 살아 있어 발이 잘 밀리지 않는 바위라, 집중하면 스릴을 충분히 만끽하며 쉽게 오를 수 있다. 이후에도 암릉 구간이 나오지만 칼날봉만큼 험한 곳은 없다.
월봉산은 산행 코스를 잡기가 까다롭다. 능선이 일자로 쭉 뻗은 탓에 원점회귀할 수 없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이기 때문이다. 바위능선을 제대로 맛보려면 남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능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거창, 서쪽은 함양인데 정상을 지나 큰목재에서 함양 방면인 서상면 노상저수지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남령에 차를 다시 가지러 갈 필요가 없고, 발이 빠른 편이라면 남쪽으로 능선을 종주해 은신치를 지나 거망산에 올랐다가 용추계곡으로 하산하거나 서상면 쪽으로 하산하는 방법이 있다. 남령에서 월봉산 정상으로 이어진 길은 곳곳에 암릉 구간이 포진하고 있어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간과 체력을 감안해서 하산 코스를 잡아야 한다. 수망령에서 용추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해 1박하는 것도 산행과 여행을 곁들인 알찬 코스이다. 야영장이 있어 캠핑도 가능하다.
용의 등골 같은 월봉산 암릉줄기 뒤로 덕유산 능선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서상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월봉산이 드러난다. 산세만으로 눈길을 끈다. 날카로우면서 부드럽고, 높으면서 낮고, 위험하면서 매혹적이다. 남령에서 산행은 짙은 숲 속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뭇가지 사이로 한 폭의 그림이 나타난다. 흰 바위봉우리가 솟아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람의 시선을 끈다. 뿔처럼 날카롭지만 절묘한 대칭의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덜컥 겁이 나면서도 꼭 오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암봉인 것이다.
이정표에는 칼날봉이라 되어 있지만 본래 이름은 수리덤이었다. 이곳 사투리로 ‘수리’는 ‘꼭대기’를 뜻하고, ‘덤’은 ‘바위’를 말한다. 칼날봉 앞에서 산길은 우회하도록 이어진다. 우회가 끝나는 곳에는 ‘칼날봉 100m’ 이정표가 있다. 뒤돌아서 칼날봉 정상으로 이어진 바윗길이 시작된다.
칼날봉은 위험한 만큼 매혹적이다. 닫혀 있던 시야가 순간 확 터지며 딴 세상에 온 듯 아찔한 고도감이 훅하고 덮쳐오지만, 덕유산과 거망·금원산 같은 명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최고의 조망을 내어준다. 계단과 고정로프가 없는 순수한 바윗길이지만 바윗결이 살아 있어 집중만 하면 칼날봉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칼날봉 정상에는 날벌레와 흑염소 똥냄새 때문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 마을에서 키우던 것들이 도망쳐 야생에 적응했는데 바위 곳곳에 똥을 눈 탓에 벌레가 들끓는다.
달처럼 생긴 산봉우리라 월봉산이란 이름이 유래하지만 이렇듯 산은 곳곳에 뾰족한 바위를 숨기고 있다. 칼날봉 이후에도 암릉 구간이 이어지지만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정도의 바윗길이다. 드문드문 고정로프도 있어 손발을 쓰며 오르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오르막의 끝에 정상 표지석이 있다. 나무에 둘러싸여 있지만 동서로 시야가 트여 있다. 뙤약볕의 정상에서 경치를 보고 내려서면 바로 아래에 쉼터로 좋은 숲 그늘이 있다.
능선이 함양과 거창 경계라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함양군 서상면 노상마을이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거창군 북상면이다. 큰목재까지 고도를 푹 내렸다가 노상마을로 내려서면 월봉산 산행이 끝난다.
교통
남령은 대중교통편이 없다. 버스로 함양 영각사까지 가서 도로를 따라 3km 걸어 오르거나, 버스로 거창 황점까지 가서 도로 따라 역시 3km를 걸어 올라야 한다. 함양군 서상면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함양에서 영각사(종점)행 버스가 하루 6회(06:30, 07:30, 09:30, 13:00, 15:30, 17:00) 운행한다. 함양에서 서상행 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문의 서상개인택시 (055-963-3304, 963-0700). 거창에서 황점행 버스는 하루 5회(09:30, 11:00, 13:30, 15:30, 17:30) 운행. 거창 위천 개인택시(010-3326-8808).
숙식(지역번호 055)
남령에는 식당이나 숙소가 없다. 영각사 부근에 남덕유산뮤지엄펜션 (010-4288-5694)과 매봉산장(962-0760)이 있다.
거창 방면 역시 북상면사무소 인근에 숙소가 있다. 풍차마을펜션(010-2620-4646), 스토리타운펜션(010-3066-3017). 황점에는 월성힐링글램핑(945-6868), 미리내숲캠핑장 (070-4618-3525)등 캠핑장이 여럿 있다. 거망산 아래에는 용추자연휴양림이 있다. 숲속의 집과 산림문화휴양관, 산림문화수련관, 오토캠핑장 (전기 없음)을 갖췄으며 예약은 전화(963-8702)로도 가능하다.
맛깔스런 식당은 서상면사무소 소재지에 밀집해 있다. 래래향(964-1245)은 함양에서도 소문난 중국음식 맛집이며 짜장면, 탕수육, 야끼우동 등이 별미다. 갈비탕 전문 대가집(962-8885), 산채비빔밥 전문 덕유산산채비빔밥(963-9984), 자연산 민물고기만 사용한 어탕전문 딸부잣집(963-0290), 유황오리구이 전문 화림골(964-3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