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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치료할때 두개골 열지 않는다고?
원호섭
입력 2017. 06. 11. 18:50수정 2017. 06. 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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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하버드 공동연구진 두피 자극만으로 뇌활성 성공..美서 사람대상 실험 진행중
부작용 많아 효과 떨어졌던 기존 치료법 대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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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년 프랑스 의사 '로이'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을 치료하기 위해 전기자극을 이용했다. 학술지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연례 리뷰'에 따르면 로이 박사는 맹인의 머리에 전선을 감고 전기를 흘려줬다. 뇌가 신경세포 간의 전기 신호로 작동한다는 것을 안 뒤 과학자들은 로이 박사처럼 어떻게든 뇌 속에 인위적으로 전류를 흘려보내 여러 질환을 치료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넘지 못할 벽이 있었다. 단단하고 전류를 막는 두개골이다. 두개골 밖에서 아무리 전기를 흘려줘도 원하는 곳에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웠다. 결국 인류는 뇌전증(간질), 파킨슨병 등 치료를 위해 두개골을 열고 뇌에 직접 전극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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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박사의 실험 이후 250여 년이 지났다. 여전히 두개골을 열지 않고 뇌에 전류를 흘려주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다른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일이지만, 해답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간단한 '물리법칙'에 존재했다.
두개골을 여는 '심부뇌자극술(DBS)'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DBS를 이용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면 며칠에서 몇 달 동안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다"며 "다만 두개골을 절개해야 한다는 위험, 뇌에 심은 전극의 오염과 이동으로 인한 치료 효과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경두개 자기자극술(TMS)' '경두개 직류자극술(DCS)' 등이다. 모두 두피에 전류를 흘려 전기 신호가 뇌 깊숙이 침투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하지만 두개골 때문에 흘려준 전류의 10~20% 정도만 자극을 줄 뿐 아니라 원하는 곳에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어려워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한 기술이 '준침습성 전기자극' 기술이다. 두개골을 가르는 대신 수 ㎜ 길이의 금속을 두개골에 심는 방식이다.
지난 2월 전성찬 광주과기원(GIST) 교수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뇌의 구조적 특징을 복원한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그 뒤 티타늄을 두개골에 심은 뇌 모델을 만들어 전기를 가해주자 두피에 전기자극을 주는 기술과 비교했을 때 약 5배 높은 자극 집중도와 함께 11배 높은 뉴런의 활성화 반응이 유도된 것을 확인했다. 전성찬 교수는 "두개골의 어떤 부분에 티타늄을 심어야 하는지, 자극은 어느 정도 줘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침습성 전기자극은 두개골 침습성 전기자극과 비침습성 전기자극 기술의 과도기적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재료공학과, 하버드대 등 공동 연구진은 한계에 봉착한 비침습성 전기자극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쥐의 뇌 서로 다른 부분에 2000㎐와 2010㎐의 고주파를 쏘아줬다. 뇌는 고주파에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뇌를 통과하던 2개의 고주파가 만나 저주파를 형성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높은 진동수를 갖고 있는 2개의 고주파가 만나면 서로 보강과 상쇄를 반복하면서 저주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 뇌는 저주파에만 반응한다. 쥐 실험 결과 이 방식은 '해마'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는 뇌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비침습성 전기자극으로 이를 활성화시키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뇌의 온도를 높인다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DNA 손상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고주파를 흘려보내는 지점과 개수 등을 조절하면 저주파가 만들어지는 지점을 조절할 수 있어 뇌의 원하는 부위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의 이름은 '일시적인 간섭(Temporally Interfering)'의 앞글자를 따서 TI로 명명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권위지인 '셀'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미 MIT의 허가를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영식 부장은 "2개의 고주파가 하나로 합쳐지는 원리를 이용하려는 과학자가 많았지만 정확한 주파수대를 찾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논문을 토대로 임상에 성공한다면 두개골을 여는 위험한 수술 없이도 여러 뇌질환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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