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웠는 사람보다 앉았는 사람 앉았는 사람보다 섰는 사람 섰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 혼자 걷는 사람보다 송아지 두, 세 마리 앞세우고 소나기에 쫓기는 사람.
-『중앙SUNDAY/시(詩)와 사색』2024.06.15 -
‘눈물의 시인’이라 불렸던 박용래(1925~1980)는 실제로 울음이 참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시인은 가난 탓에 울지 않았고 애달픈 사랑에 울지 않았고 외로움에 울지 않았습니다. 시인의 눈물을 샘솟게 하는 근원적인 힘은 무상한 현실이 아니라 현실 속에 가득한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한 무더기의 풀꽃, 어린 소나무, 고목 위의 둥지, 시래기 삶는 냄새, 지붕 위의 호박 넝쿨, 찔레 덤불에 낀 진딧물 같은 것을 보고 울었다 합니다.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이를 참거나 서둘러 닦아내는 일이 더 익숙해진 우리이지만 가끔은 소나기 같은 눈물을 누군가를 위해 흘려보아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