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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어느 가을인가??
습조도사를 우연히 뵙게 되었다..
광마가 어쩌구 저쩌구 해도 몰랐는데
광마가 자기 똘마니라고 하던 할배.....
그냥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A3 용지 젊은 사람을 위해 한 걸자 부탁을 했었다...
거의 초서같은 느낌으로 단번에 휘리릭...
조심히 가십시오 하고 나니 뭔말인지??? 한문도 모르는데 초서체는 아예...
그렇게 다시 후다닥 뛰어가 찾아가서 다시 여쭈어 본다.
" 3 수레의 책을 읽고 나니 남는 건 막걸리 뿐이다."
몇년을 걸쳐 저 말의 의미를 씹고 또 씹고 얼마나 씹었는지.....
(시간이 20여년 지나고 나니 문득 광마선생 찾아가서
저 글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돌아가셨는게 좀 아쉽네요.)
.....
마음 속에 묻어 아예 봉인을 해둔 H에게 전화가 왔다...
대략 22년만..
나이 더 먹어서 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다시 보게 되었다..
H의 고통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블랙홀처럼 H에게 빨려들어간다
그냥 막 수다를 떨어보는 게 좋을 뿐인데
H가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누구나 생각하듯 흉터로 보이게끔 하고픈데....
그런데 이 모든 게 다 욕심이라 생각이 든다..
전화번호는 지워서 전화는 안 하고 있고
카톡은 아직 살아있다..
......
다시 향수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루누이... 향기... 인간애... 여자아이...
""" 다시 """
H가 2024년에 나타난 건.
내가 내게 "다시"라는 말을 심어주기 위해서 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버렸다.
한 마리의 청개구리로 거듭나기 위해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잊어버린 감을 찾으로 가는 여행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못다한말/
새벽 이슬에 향기로움이 묻어나고
꼬바리가 그 공허함에 쉬어가는 친구가 되고
너무 생각해서 국어 발음 기호를 까 먹고
그래도 내가 별이 되어 소멸되기까지
딱 한 수레의 책을 씹고 씹고 또 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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