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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진우석의 우리산 기행 <26> 경주 남산기사 입력시간 : 2011-12-15 20:43 |
<최근 경주 남산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파 속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제법 많다. 이런 현상은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경주유적답사편에서 유홍준 교수의 설명으로 ‘남산7대 보물’이 방영된 덕분이다. 남산에서 보물을 찾으며 천년고도 신라의 멋과 흥을 느껴보자.> 종말을 가져온 포석정이 남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초기 왕궁, 나을신궁(奈乙神宮), 왕릉이 즐비하며 도성을 지켜온 남산신성을 비롯한 4곳의 산성, 무엇보다 화려한 불교유적이 서려 있기에 신라의 흥망성쇠가 모두 남산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지어 늘어섰다(塔塔雁行)’란 말이 지금까지 적용될 정도로 불교유적이 즐비하다. 현재 왕릉이 13기, 절터가 147곳, 불상 118기, 탑 96기 등 문화유적의 수가 무려 670여 개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유적이 산재한 노천 박물관은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비교적 아담한 규모의 산이다. 최고봉은 고위산이지만, 황금빛 거북이 등 모양이라는 금오산이 역사적으로 산의 중심축을 이룬다. 희대의 문인 김시습이 세조의 정권찬탈에 세상을 등지고 온 산하를 떠돌 때 남산 용장사에 머물며, 그의 격정을 녹여가며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 역시 금오산의 이름을 빌려 썼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여기에 소개된 7대 보물을 모두 만나려면 6~7시간 고된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신라문화원에서 권장하는 ‘삼릉~선각여래좌상~상선암~상사바위~금오봉~용장사 삼층석탑~용장마을’ 코스가 좋겠다. 이 길은 8㎞ 5시간쯤 걸리고 ‘7개 보물’(방송사에서 선정한 보물. 실제로는 국보 1점, 보물 3점, 문화재 3점) 중 5개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 지도를 받고 출발하면 곧 그윽한 솔숲이 펼쳐진다. 사진작가 배영우의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바로 그 솔숲이다. 솔숲 끝자락에 3개의 능이 자리 잡고 있어 삼릉계곡이라 하는데, 계곡이 깊고 여름에도 찬 기운이 돌아 냉골이라고 불린다. 삼릉계곡에는 11개의 절터와 15구의 불상이 남아 남산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어깨에서 흘러내려 매듭진 가사끈과 매듭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걸작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100m쯤 오르면 마애관음보살상이 돌기둥 같은 바위에 돋을새김되어 있다. 다시 내려와 등산로를 따르면 선각육존불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그 방향으로 20m 가면 육중한 바위에 새겨진 선각육존불(경북 유형문화재 제21호)을 만난다. 드디어 첫 번째 만나는 보물이다. 앞쪽 큰 바위에 부처 3점, 뒤의 바위에 3점이 있어 육존불이다. 바위에 선으로 부처를 그렸는데,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다. 특히 주의해야 한다. 육존불 위를 지나 5분쯤 오르면 두 번째 보물인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경북 유형문화재 제159호)이 지긋이 웃고 있다. 얼굴 부분 크게 표현된 것이 전형적인 고려시대 부처의 모습이다. 여기서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면 세 번째 보물인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666호)가 나타난다. 몸이 아주 튼튼하게 표현되어 일명 ‘몸짱 부처’로 통한다. (경북 유형문화재 제158호)가 우뚝하다. 높이가 무려 6m인 대작으로 반쯤 뜬 눈으로 속세의 중생을 굽어보는 듯하다. 능선에 올라 잠시 바둑바위에서 경주 시내를 조망하고, 상사바위를 지나 금오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서 내려와 임도를 한동안 따르다 용장사지로 내려서면 유명한 5보물 용장사곡 삼층석탑(보물 제186호) 을 만난다. 자연석을 기단 삼아 올린 단아한 석탑은 건너편 고위산과 멀리 첩첩 산들과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이처럼 남산의 석불과 석탑은 자연과 일체를 이루는데 그 묘미가 있다. 안타깝지만 옷의 형상이 사실적이고, 마애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가에 새겨졌다. 그래서 모르고 지나쳤다가 뒤돌아보면 ‘나 여기 있지~’하며 미소짓는 듯하다. 남산 보물찾기는 여기까지다. 용장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종착점인 용장마을이다. 2010년 7월 하회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에 의해 형성된 이 마을은 보존 상태와 규모, 문화재, 주변환경 등이 빼어나다. 무첨당(보물 제411호), 향단(보물 제412호), 관가정(보물 제442호)을 비롯해 200년 이상 된 고가 54호가 보존 되어 있어 조선 중기 이후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전통가옥 구조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레이저쇼와 함께 신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정동극장 경주브랜드공연 ‘미소2-신국의 땅, 신라’는 신비한 신라의 건국신화, 선덕여왕과 화랑, 신라로드 등 천 년 신라의 찬란한 역사와 오천 년을 이어온 한국의 춤과 음악, 노래가 어우러진다. 화려한 군무, 웅장한 무대와 조명, 신라의 복식을 재현한 무대 의상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공연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7시 30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열린다. 문의 054-740-8000. 터미널에서 수시로 다니며 1시간쯤 걸린다. 보문관광단지에는 호텔과 콘도 등이 몰려 있고, 보문관광단지에 경주교육문화센터(054-745-8100)는 온천이 좋은 숙소다. 식당은 황남동의 도솔마을(054-748-9232)이 담백하고 푸짐한 정식을 8천원에 내놓는다. 시원하게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