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 동굴 촬영을 포기한 채 다시 마을로 들어섰다. 푸릇푸릇 마늘밭이 마을 앞을 흐르고 멋스러운 돌담이 길을 냈다. 마을 실개천에서는 빨래를, 논두렁에서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마을에는 37가구 64명이 산다. 흙과 돌이 좋아 예부터 황토집, 돌담을 짓고 살았다. 김영관(71) 할아버지는 “우리 고산동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사를 지어요. 마을 막내가 65세라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들어 걱정이지~”라며 마을 소개를 한다. 전경근(75) 할머니는 “우리 마을이야 내가 좋다 하면 안 되고, 와본 사람이 좋다 해야지. 여까지 왔으니 저 위 황금박쥐 찜질방에 가 봐요. 여긴 황토 흙이 유명하거드잉~”하며 손을 이끈다. 이돈문(72) 할아버지는 “친환경 마을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마을입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이 모두 힘을 합치지요. 고산동 마을에 자주 찾아오세요~”라며 먼저 인터뷰에 응한다.
어르신들의 응원(?)을 받으며 돌담길을 따라 걸으니 마을 곳곳이 꽃밭이다. 배꽃이 흐드러진 배밭 위에서 봄볕을 쬐던 꿩 한 쌍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푸드덕 날아오른다. 노란 나비, 하얀 나비가 엉켜 나니 꽃과 나비를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 따사로운 봄 햇살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마을 위쪽에 자리한 황금박쥐 찜질방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유혹한다. 섭씨 45도의 뜨끈한 아랫목 찜질방은 친환경 소재와 고산동 황토를 사용해 1년 365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박영숙 사장은 “토종닭이 우리 집 별미인데 식사 전이면 먹고 가요~”라며 인심 좋게 웃는다. 벚꽃으로 발그레한 산, 소담하게 흐르는 실개천, 흙과 돌이 전부인 집과 길. 고산동은 조용하고 한산해도 눈에 어스러지는 풍경이 없다. 두 눈으로 직접 황금박쥐는 볼 수 없지만 고산동 마을의 인심만큼은 온 몸으로 가득 느낄 수 있다. |
첫댓글 예전에 황금 박쥐에 대한 기사를 읽어봤는데, 예전엔 흔했던 만물들이 이젠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쓸쓸하게 느껴져.
박쥐 한번 동굴에 가서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