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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핀 vs 세로토닌
문기정
미국 언론인 노먼 카슨스(Norman Carsons)는 나이 50세에 온몸이 시멘트처럼 굳어지는 강직성 척수염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 이 병에 걸리면 99%가 장애인이 되거나 죽게 되므로 깊은 실의에 빠졌는데, 어느 날 잠언 17장 22절의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즉 “웃음(즐거움)은 양약이 된다.”는 말씀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그 말씀대로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기로 작정하여 무조건 웃었다. 웃을수록 몸이 부드러워져 건강을 회복했다. 마침내 그는 교수가 되어 UCLA대학에서 75세까지 웃음과 건강에 대하여 강의하면서 ‘질병의 해부’란 의학서적을 펴냈다. 그는 웃음에 대해 연구를 깊이 한 결과 사람의 뇌에는 웃음보가 있다는 사실과 웃을 때 엔도르핀이 펑펑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엔도르핀(endorphin)은 몸 안에서 생기는 몰핀(endogeneous morphine)이라는 뜻으로, 진통작용은 대수술로 인한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몰핀보다 1백∼3백배나 더 강한 진통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시형 박사는 엔도르핀의 맹신을 경계하고 있다.
엔도르핀은 중독성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엔도르핀은 뇌 과학적으로 자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계속 더 큰 자극, 지속적인 자극을 원하게 되며, 자극과 쾌감을 느끼지 못하면 엔도르핀을 통해 얻은 기쁨은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엔도르핀은 굉장한 쾌감을 주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중독이 되며, 지나친 엔도르핀은 사람을 공격하고 과격하게 만든다.
억지로라도 웃음으로써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질병을 퇴치할 수 있다는 노먼 카슨스 교수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그 중독성을 지적한 조언으로 본다.
그러면 엔도르핀을 대체할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또 있다는 말인가. 이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으로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방법이 있다.
세로토닌(serotonin)은 두뇌화학 물질중 하나이다. 세로토닌 신경은 뇌줄기(brainstem) 가운데 솔기핵(raphe nucleus)이라는 곳에 위치하며 그 수는 수만 개 정도이다. 이는 뇌 전체 신경세포(약 150억 개)에 비해 아주 적은 수이지만 세로토닌은 뇌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세로토닌이 수많은 신경을 상대로 하는 모습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며 곡 전체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도파민 신경은 쾌락, 정열적 움직임, 긍정적인 마음, 성욕과 식욕 등을 관장하고,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은 불안, 부정적 마음, 스트레스 반응 등을 관장하는 데 비하여, 세로토닌 신경은 위의 두 가지 신경을 억제하고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불안한 감정도 갖지 못하게 평온함을 만드는 것이다. 세로토닌 신경이 활성화된 사람은 평상심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로토닌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①대뇌피질에 영향을 주어 조용한 각성을 만들어 낸다. 각성에는 격렬한 각성과 조용한 각성이 있다. 격렬한 각성은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이 연출하는 것으로서,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 자극과 신체 내부 변화에 반응하여 흥분하고 대뇌피질을 강화시켜 각성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세로토닌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각성은 스트레스 자극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마치 좌선할 때의 각성상태와 같은 평온한 각성이다.
②자율 신경에 영향을 주어 몸을 충분히 준비된 상태로 만든다. 세로토닌 신경은 낮은 빈도로 규칙적인 전기 신호(임펄스)를 보내어 몸을 움직이기 위한 준비상태로 만든다. 따라서 아침에 기상과 동시에 세로토닌 신경에서 임펄스가 잘 발생하면 쉽게 일어나 상쾌한 심신상태를 맞이할 수 있다.
③척추 근육을 반듯하게 펴고 표정을 밝게 한다. 자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근육 즉 목덜미, 척추주변, 하지 근육, 눈꺼풀 안면의 근육군은 수면 시에는 이완된 상태로 쉬고 있다가, 일어나면 세로토닌 신경이 운동신경에 자극을 주어 흥분 수준을 올리게 한다. 그렇게 되면 척추 근육이 반듯해져 자세가 좋아지고 얼굴 표정이 팽팽해져 사람이 생기 있어 보인다.
④감각에 영향을 주어 통증을 가볍게 한다. 약간의 통증에도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세로토닌 신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세로토닌 신경을 단련시키면 통증을 전달하는 경로를 억제하여 진통효과가 나타난다.
⑤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정서・행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적어져서 세로토닌 기능이 저하되면 여러 가지 정서・행동장애가 생길 수 있다.
⑥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우울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뉴런과 뉴런 사이에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가 떨어져서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게 나타난다.
⑦세로토닌은 거식증을 극복시킨다. 거식증은 세로토닌 분비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보다는 거식증으로 인한 우울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므로 세로토닌 기능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로토닌 기능 활성화를 통해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긍정적이고 밝은 사고를 이끌어내어 거식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⑧세로토닌은 폭식증을 멈추게 한다. 세로토닌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음식 섭취량을 줄이려는 욕구를 일으키게 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이로 인해 폭식을 하게 된다. 단,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이 증가해 포만감을 느끼게 되므로 폭식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세로토닌을 생활 속에서 늘리는 방법이 있다.
첫째, 복근 리듬운동이다. 단전 호흡법, 기공법, 요가, 호흡 스트레칭, 소리내기 등이 그것이다.
둘째, 일상생활에서 햇빛을 쐬거나 걷기운동을 하며, 가만히 있으려고만 하지 말고, 자꾸 몸을 움직여 주고 가만히 있어야할 상황이라도 신경 써서 호흡을 한다.
기타, 조깅, 페달링, 씹기, 웃기, 수영, 노래 부르기, 소리 내어 읽기, 리듬체조(에어로빅, 스포츠댄스, 훌라댄스) 큰북 두드리기 등이 세로토닌을 늘리는 방법이다.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식사로는 치즈 등의 유제품, 바나나, 콩 식품, 탄수화물 등이다.
이시형 박사의 조언을 들어 보자.
세로토닌은 점점 더 좋고 강한 것을 찾게 되는 엔도르핀과 달리, 자가수용체라는 아주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세로토닌이 많아지면 신경전달물질에 내려오다 다시 원래의 신경세포로 흡수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세로토닌은 ‘조절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세로토닌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인 활동을 할 때 분비가 된다. 걷고, 심호흡하고, 그리고 명상을 할 때 가장 확실하게 분비가 된다. 명상을 다른 말로 하면 세로토닌을 가장 확실하게 분비할 수 있는 테크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능적인 것, 씻고, 듣고, 걷고, 심호흡하고, 섹스하고 이런 것들이 다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활동이다. 특히 자연의 향과 기운을 느끼면 우리 뇌 속에서 세로토닌이 펑펑 쏟아진다. 문제는 똑같은 자극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기분이 좋은 일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짜증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코미디를 볼 때 어린이들은 무척 좋아하는데 어른들은 저질이라고 싫어하고 신경질을 낸다. 이 때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공격적인 물질이 분비된다. 한 사람은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은 스트레스가 축적이 되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체증. 짜증나지만 짜증내지 말고 창문을 열고 이렇게 시원한 강을 보며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두 마음가짐이 문제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 발로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인가? 세로토닌이란 마음이다. 여유를 갖고 살아가면 모든 게 행복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펑펑 샘솟는 세로토닌을 기대할 수는 없다. 방구석에 앉아 생각한다면 엔도르핀도 세로토닌도 분비되지 않는다. 대신 스트레스만 계속 쌓일 뿐이다. 지금, 바로 박차고 나가 가볍게 동네 한 바퀴 걷는 걸로 뇌 속의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보자.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양자는 모두 신체와 마음의 진통을 가져오는 치료제임에 틀림없다. 다만 엔도르핀은 억지로 자아내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중독성이 강한 데 비하여, 세로토닌은 일상생활을 통하여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즐거운 운동, 즐거운 식생활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분비될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이 많아지면 신경전달물질에 내려오다 다시 원래의 신경세포로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에 중독성이 없다는 점에서 세로토닌의 조절이 질병과 스트레스에 대한 바람직한 처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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