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가난하고 용기 가난한 나는
순전히 내 힘으로 휴양지 여행은 시도하지 못한다.
용기를 내자면
뭐~~ 리조트 예약하고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
휴양지에서도 말이 통해야 자유롭게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엔 큰 딸에 의지해
처음 휴양지로 떠나보았다
다낭으로
미국에서 돌아와
여권 도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 짐을 다 쌌다
전 날 저녁은 남편이 카레라이스를 뚝딱 해준다
날로 발전해가는 카레 만드는 솜씨
큰 딸은 제2터미널에 처음 와 본다며
약간 설레이는 눈치다
이런 사진을 남겨놓은 걸 보면.
확실히 제1터미널에 비해
한적하고 좋다
그냥 천천히 움직여도 되는 여유가 있다
라운지에서의 간편한 아침식사
나는 이것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
뭐니뭐니해도
남이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는 법
아침부터 아주 푸짐히 먹고
편안히 앉아있다가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면
나도 준비하는 게 있다
에어발판.
숏다리인 나는 비행기에 앉아도
편안하게 발이 닿질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을 넣어 폭신한 발판을 만들어 주면
비행시간이 길어도 발이 덜 불편하다
엄마 바람불어넣는 모습이 너무 재밌다며
슬쩍 찍어놓은 사진들
떽!
얼굴 벌개지도록 바람불어넣고 있는데
도와주기나 하지
저 얼굴 벌겋게 상기된 것좀 봐.
다낭엔 가까운 지인이 코이카 일원으로 일하고 계시다.
작년 11월에 이 곳에 파견되었으니
벌써 반년이나 일하셨구나
초등생과 중등생의 한국어를 지도하고 계신다.
코이카 봉사단 모집 안내창엔
-내 인생 가장 찬란한 2년 -
그녀는 지금 인생의 가장 찬란한 2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지인을 만날 생각을 하니
다낭이란 여행지가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지고
외국에서 지인과 만날 약속을 하니 꽤나 글로벌해진 느낌이다
코이카 - 대한민국과 개발 도상국가와의 우호 협력관계 및 상호 교류를 증진시키고 개발 도상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각종 협력 사업을 통해 국제협력 증진에 이바지함.
홈피에 보니 이렇게 나와있다
그녀는 지금 국위선양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가르치는데 뭔가 가져다드리고 싶다했더니
살짝 귀뜸해주신
K-POP 연예인 사진 스티커와 엽서들
딸이 여행전날 퇴근길에 동대문에 들려 샀다고
여행준비 이제 끝냈노라고 상기된 느낌의 사진을 보내 온다
난 학용품을 준비했는데
만나서 드렸더니
책상에 이렇게 나란히 줄세워놓고 사진을 보내신다.
학생들 위해 잘 쓰겠노라고
우리도 국위선양에 쪼꼼 보탬이 되었나요?
도착해서 하루 묵을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지인 이정연님을 만나러 간다
'콩카페' 라는 베트남 유명카페를 찾아 그랩택시를 이용해 찾아갔다.
콩카페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세우고 하차하는데
밀리터리 룩의 젊은이가 다가와
정중하게 택시 문을 열어준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우릴 횡단보도 없는 길을 건널 수 있게 어시스트한다
콩카페에서 채용한 고객 길건너기 도우미들이다.
여긴 횡단보도가 별로 없고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가로 질러
요령껏 길을 건너야 한다.
14년전보다 자동차가 오토바이보다 더 많아졌다.
와우!
그녀는 베트남 전통복장인 아오자이를 입고 우릴 기다리고 계신다.
너무 반가워 부등켜 안다시피하고 안부를 나누었다.
큰 딸도 어릴 때부터 함께 여행다니며 만나와서 친근하다.
아오자이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베트남 여인도 울고 갈 핏이다.
점원들 복장도 밀리터리 룩
소녀들이 군인복장을 하니
더 귀엽다
밀리터리 분위기에 저 화려한 꽃방석은
무슨 컨셉일까요?
칙칙함을 상쇄시키는 묘한 매력도 있다
콩카페 앞의 큰 나무엔 초록색 작은
양동이가 거꾸로 걸려있다.
재미있네
밤에 보니 이 양동이가 은은한 불빛을 만들어
아주 멋지다
더운 날씨에 제격이라는 메뉴
콩카페 코코넛 스무디 커피
습한 더위를 물리치기에 아주 적격이다.
안부를 나누고 커피를 다 마셔갈 즈음 몸도 좀 시원해졌다.
자아 이제 저녁먹으러 갑니다.
맛난 집으로 안내한다고 우릴 이끌어주신다.
아오자이 자락 휘날리는 모습이
너무 예뻐 탐이난다.
나도 하나 입어볼까 하는 욕심이 나지만....
음식점에 들어서니
아주 고급스럽다.
한강(여기도 한강이 있다)이 보이고
자연과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멋스럽다.
맛난 저녁메뉴들
이름은 다 잊었지만
한국에 있는 베트남음식점에선 보지 못한 음식들인데
아주 친근하게 다 먹었다.
특히 전 반세우~~
동남아 음식은 다 맛이 좋다.
저녁도 먹었는데
슬슬 한시장 구경이나 갈까요?
딸은 베트남 모자를 사서
여행기간동안 쓰고 다니자 한다
오케이!
이 곳에서 환전도 하고
모자 하나씩 사들고
핑크빛 성당을 구경하기로 한다.
은은한 핑크빛 성당이 참 예쁘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정연님도
이 성당에서 미사를 보신다고 한다
정연님의 깊은 신앙심이
이 곳으로 이끌어 이 곳에서 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성당에선 회랑이 난 참 좋다
천천히 걸으면
경건해 진다.
미사중이라서 방해될까봐 얼른 회랑을 내려왔다.
사진 찍고 있는 이 소녀
어찌 이리도 베트남소녀 같은 가요
오늘 의상과 어울려서 그런가
베트남 소녀와 함께 하는 기분이다
저 모자는 아오자이 입은 정연님이 썼어야 했는데
아오자이 입은 여인 옆에서
어울리지 않게 주구장창 쓰고 있었네.
베트남에 드디어 진출한 스타벅스
잠깐 들려 시티컵 하나 기어이 들고 나왔다
한강변의 야경이 참 예쁘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
부른 배도 내릴 겸
천천히 강변을 걸었다
바람이 제법 시원했다
그래도 습하다
가끔 번개가 치기도 했는데
비가오려나?
한강변을 걷다가
이 곳 사람들이 디저트로 즐겨먹는
음식이 있다고 우릴 데려가신다.
노천에 차려진 낮은 테이블
쪼꼬만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현지인들처럼 즐긴 디저트
째애~~ 하고 발음했던 것 같은데
한강변을 산책하고
배가 꺼질 무렵
아주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
제법이다.
이렇게 타국에서 지인을 만나는 일은
반가움이 배가 되는 것이구나
우리에게 이런저런 안내를 많이 해주시고
우린 헤어졌다.
헤어질 때 우리에게 미리 준비한 망고와
드레곤 플루츠를 한아름 안기신다
모레 저녁을 같이 하자는 약속을 하고.
호텔에 들어와서 씻고는
또 과일을 깎았다
저 빨간 드레곤프르츠 먹다가 소파에 떨어뜨렸는데
빨간 물이 들어버렸다
체크아웃할 때
딸이 찜찜했는지
소파 쿠션을 뒤집어 놓았다
뭐~~~
뒤집으니 더 지저분한 얼룩이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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