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난 책의 제목을 IQ84라고 읽었다. 숫자 1을 알파벳 I로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책의 제목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무척이나 똑똑한 사람의 심리 추리 소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물론, 책 자체의 내용은 전혀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내 스스로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쓰는 것은 이 책 자체가 지난 내용이 바로 그렇게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워낙, 새로운 것에 대해 금방 적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생각을 했는데, 권 당 600페이지가 되어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기도 했지만 1권의 100페이지를 읽을 때 까지도 책의 내용에 동화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그냥 글만 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구나, 계속 읽어 나가면서 여전히 책의 제목이 1Q84는 분명히 IQ84를 일부러 저렇게 어떤 의미를 함축해서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었는데 결국, 책의 제목인 1Q84는 IQ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ㅠ.ㅠ 오히려 그건 년도와 관계가 있는 의미였는데 난 왜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일까?
사람이란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히면 이처럼 시야가 좁아지고 편협한 생각을 갖게 되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읽고 싶은 것만 읽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IQ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으니 말이다. 제목은 1984년을 살고 있지만 자신의 1984년이 아니라 자신이 알 수 없는 의미의 1984년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설정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마도 나처럼 무지한 사람들을 위한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아니였을까 한다. ㅠ.ㅠ
하루키의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1990년 후반에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히트를 일으킨 '상실의 시대'를 읽은 후에 두번째로 읽은 작품이다. 그 외에 책도 읽고 싶었는데 하다보니 - 특히, '해변의 카프카'는 읽으려고 계속 마음을 먹다 읽지 못했다. - 그렇게 되었는데, '상실의 시대'는 단순히 베스트셀러로서 히트 한 것이 아니라 남다른 감수성을 자극하여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한 작품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그 책을 읽고 나로써는 그렇게까지 큰 감흥을 갖지는 못했는데, 그당시의 책들과 비교하여 상당히 적나라한 연애(스킨쉽을 뛰어넘는)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그런 점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 후에 '노루웨이의 숲'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고, 그와 관련된 아이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나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엄청나다라는 식의 느낌은 갖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이 책이 이렇게까지 초대박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겠다. 근 10년 동안 읽은 소설책중에는 '시인'이라는 스릴러 소설이 가장 흥미진지하고 재미있었는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고 다음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가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1Q84도 흥미진지하고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다음 내용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내용 자체는 간단히 이야기해서 가상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조명된 '상대성 이론'은 우리가 갖고 있거나 보내고 있는 시간이라는 속성에 대해 새로운 가설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상상력을 보태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크나큰 영햑력을 끼친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바로 시간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과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는 다른 차원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같은 1초라도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과 경험과 나이와 정신에 따라 다르다는 것 말이다. 누구나 지금은 다 이해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시간 여행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원하는 시간과 지점에 갈 수도 없고 인가의 육체가 그 시간의 역행이나 미래시점을 가는 동안 생체능력이 그대로 될 수 있느냐의 문제등으로 말이다.
이처럼 지금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진정으로 생생한 진짜 세계인가에 대한 소설은 무척이나 많고 영화도 엄청나게 많다. 뭐, 굳이 과학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장자의 '내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비가 사람인 내 꿈을 꾸고 있는것이가'와 같은 철학적인 명상을 통해서도 인간에게는 끊임없이 나란 무엇인가를 묻게 되는데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는 존재와 시간에 대한 물음을 통해 더더욱 인간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이렇게 인가의 실존에 대해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끊임없이 묻고 또 묻지만 나올 대답은 없다는 것이 바로 계속해서 새로운 소설과 영화가 탄생하는 배경이라고 본다. 정답이 없는 게임을 풀려고 하니 백인 백색의 답이 나올 수 밖에 없고 똑같은 책을 읽고 다른 책을 읽은 것과 같은 생각을 펼쳐 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사실 내가 머리가 너무나도 나쁜 것인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모르겠다. 설마, 단순히 그냥 흥미꺼리로 책을 펴 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책의 내러티브이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차원의 세계와 내가 창조한 - 다른 의미에서는 내가 꿈꾸는 - 세계가 연결되어 과연 어느 세계가 진정으로 내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내용이고, 존재의 확실한 유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오는데 그 존재 자체가 끝까지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범한 나로써는 모르겠다. 아님, 쓸데없이 내가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다 그렇다면 왜 2009년에 - 집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따지만 아마도 2000년 대 후반 - 1984년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썼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그건 책의 내용을 볼 때 책의 시간상 장소가 굳이 1984년도이건 2010년도이건 하등의 상관이 없기 때문인데, 그건 바로 1984년은 유명한 조지오웰의 '1984년'이라는 시간적 제시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인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이야기로 설정을 해도 무방할 것 같지만 그러기엔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다. 굳이 2권으로 나눌 필요없이 1권으로 해도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하루끼는 사족이라고 해도 좋을 많한 모든 내용을 시시콜콜 참 자세하게도 묘사하는데 - 그게 바로 소설의 매력이기는 하다. 퇴근해서 집에 갔다라고 하는 것이 단순한 한 줄로 마무리 할 것을 1권의 책으로 펴 낼 만큼의 분량이 나오는 - 특히, 성적 묘사는 더욱 자세하다.
나에게 있어 '상실의 시대'와 '1Q84'의 간극은 참으로 커서 그 간극을 메꾸는데 읽으면서 좀 힘들었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작가는 놀고 먹지 않았을테니.. 우리나라에서 이책이 엄청난 선인세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으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 속에 나오는 편집자처럼 타월한 선택이였나 보다. 어마 어마하게 큰 히트를 쳐 책과 관련된 서평만 해도 수백에 이를 정도로 장난이 아니게 많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을 한 권 읽으려다 장난 아니게 시간이 걸려 당황했고, 책의 내용이 초반 100페이지까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고생했고, 2권의 100페이지 남았을 때까지 결말이 유추되지 않아 당혹했다.
정말 흥미진지한 소설이나 영화도 후반부를 가면 그 결말이 유추되고 극의 중반부나, 잘 만든 건 거의 후반부까지 다음 내용이 기대되지만 높은 기대치 만큼의 결말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 아직, 결말까지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 좀 아쉽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비해 이 책은 좋게 표현해서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 있어 그나마 결말에 실망시키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웃자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죽자는 내용으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댓글 저도 IQ84로 보고 들어왔는데 그것이 그것이 아니었군요. ㅎㅎ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들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비해서 저로서는 많은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겠지요? 핑크팬더님,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아이큐가 84인줄^^;ㅎㅎ 역시 핑크팬더님 다독가임이 확실하신듯 하세요~ 대단하신듯^^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재미있을것 같아요^^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핑크팬더님이 추천해주신 소설이라 재밌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