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알맞은 집
(신순재 글, 은미 그림 / 노란상상)
"집이 좀 좁은 것 같지만, 이만하면 딱 알맞은 집이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올해를 정말 숨 가쁘게 보냈는데
새해를 맞이해도 쉬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할 것 같네요.
포근한 겨울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달에 함께 보고 싶은 책을 골랐어요.
우크라이나의 민화 <장갑>을 연상시키는 그림책입니다.
두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아담한 집을 짓고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갈 곳이 없어져 딱한 처지에 놓인
동물들을 하나둘 받아들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고릴라, 코끼리, 북극곰, 대왕고래까지...
방 하나뿐인 집에서 함께 꽉꽉 부대끼며
이만하면 모두가 살기 딱 알맞은 집이라며
서로를 의지합니다.
따뜻한 식탁과
포근한 잠자리,
대왕고래의 지느러미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유쾌한 풍경들이 하나하나 따뜻하게 와닿았어요.
하지만 <장갑> 이야기의 끝을 모두 기억하시겠죠?
마지막 식구로 달팽이가 찾아왔을 때
사건은 벌어지고 맙니다.
책의 말미에는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지만
자리를 잃어버린 동물들이 곳곳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요.
교양이나 지식 그림책으로 출간된 책은 아니지만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이야기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이어서 오래 눈길이 갔습니다.
이 그림책의 상상력을 빌려
잠시 먼 발치에서 우리의 아담한 터전인
지구를 들여다봅니다.
이만하면 모두가 함께 살기에 부족함 없이
딱 알맞은 곳이었을 행성을요.
우리 인간이 망가뜨려 버린 이 집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여러분이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듯이 행동하길 원합니다.
집이 불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다시 되새기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올해를 찬찬히 돌아보며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았던 <딱 알맞은 집>의 두 사람처럼
새해를 의연하게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