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비자발적으로 선교지에서 철수한 선교사들에 대한 돌봄과 선교회나 후원교회들이 취해야 할 조치
비자발적으로 선교지에서 철수하는 것은 선교사 본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상실과 트라우마를 안기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이는 단순한 이사나 직업 변경이 아니라, 삶의 소명이자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교사들을 돌보는 '멤버 케어(Member Care)'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선교회와 후원교회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한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음은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를 위한 돌봄과 선교회/후원교회의 조치에 대한 단계별 설명입니다.
1. 선교사 본인과 가족을 위한 돌봄 (Member Care)
비자발적 철수는 종종 정치적 박해, 전쟁, 질병, 비자 거부, 단체 추방 등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선교사들은 깊은 상실감, 분노, 죄책감,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1) 즉각적인 위기 개입 (철수 직후)
안전 확보 및 실질적 필요 공급: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전한 거주지(임시 숙소), 기본적인 생활비, 교통편, 의료 서비스(건강검진)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경청과 공감 (판단 보류):
철수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되, 성급한 조언이나 "하나님의 뜻"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감정(분노, 슬픔, 좌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식 보장: 선교 보고나 사역 복귀를 압박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심리적인 공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2) 심리적·정서적 돌봄 (안정기)
전문 디브리핑(Debriefing):
선교지에서 겪은 일과 철수 과정을 전문가(선교사 멤버 케어 전문가, 상담사)와 함께 체계적으로 돌아보고
처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트라우마가 고착되는 것을 막고 감정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전문 심리 상담 및 치료:
필요시, 트라우마 치료(예: EMDR)나 우울증, 불안장애에 대한 전문 상담 및 약물 치료를 지원해야 합니다.
가족 전체 돌봄 (특히 MK/TCK): 선교사 자녀(MK/TCK)들은 부모와는 또 다른 종류의 상실과 정체성 혼란(역문화 충격)을 겪습니다. 자녀들을 위한 전문 상담과 또래 그룹 모임을 지원하여 그들의 슬픔도 돌봐야 합니다.
3) 영적 돌봄
'하나님에 대한 실망'을 다룰 수 있는 공간:
선교사들은 "왜 하나님이 막아주시지 않았는가?"라는 영적 질문과 씨름할 수 있습니다.
정죄하지 않고, 이러한 의심과 고통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영적 지도자나 멘토가 필요합니다.
소명과 정체성의 재정립:
"선교지에 있지 않으면 나는 선교사가 아닌가?"라는 정체성 혼란을 겪습니다.
선교사의 '존재' 자체(Being)가 사역(Doing)보다 중요함을 재확인시키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2. 선교회(파송단체)가 취해야 할 조치
선교회는 선교사 케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지며, 감정적인 위로를 넘어선 '제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1) 위기 관리 시스템 구축 (사전 조치)
비상 철수 계획 (Contingency Plan):
선교지에 대한 위험도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정치적 변동, 재난, 질병 발생 시를 대비한
단계별 비상 철수 매뉴얼과 비상 자금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위기 관리 및 회복탄력성 훈련:
파송 전 선교사들에게 위기 상황 대처법, 스트레스 관리, 트라우마 이해 등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2) 철수 과정 및 사후 관리 (사후 조치)
신속하고 체계적인 철수 지원:
위기 발생 시, 본부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현지 철수(항공, 육로 이동, 임시 숙소)를 위한 물적, 행정적 지원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멤버 케어 시스템 가동:
선교사가 귀국하는 즉시, 멤버 케어 담당 부서(혹은 담당자)가 이들을 전담하여 돌봄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합니다.
재정 지원의 연속성:
선교지에서 철수했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재정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최소 6개월~1년 정도의 생활비와 주거비를 보장하여, 선교사가 경제적 압박 없이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식년 및 재교육 지원:
공식적인 '안식년(Sabbatical)'을 부여하여 충분히 쉬게 하고,
필요하다면 재교육(상담, 신학, 새로운 기술)을 지원하여 향후 사역 전환을 돕습니다.
미래 사역의 공동 모색:
선교사의 회복 상태를 고려하여,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재파송(다른 지역) △본부 사역 △국내 사역 전환 △은퇴
또는 명예로운 사역 종료 등 다양한 진로를 함께 논의하고 지원합니다.
3. 후원교회(파송교회)가 취해야 할 조치
후원교회는 선교사를 '보내는 선교사'로서 영적 가족이자 동역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1) 환대와 인내의 자세
'실패자'가 아닌 '고난받은 동역자'로 환영:
비자발적 철수를 '사역 실패'로 규정하는 시선을 거두어야 합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영웅으로 대접할 필요도 없지만, 고난의 과정을 통과한 동역자로서 따뜻하게 환대해야 합니다.
성급한 보고 요구 금지:
교회에 돌아오자마자 강단에 세우거나 "선교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가혹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이야기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형식적인 기도가 아니라, 선교사 가정(특히 자녀들)의 실질적인 필요(자녀 학교 문제, 거주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지원해야 합니다.
2)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재정 후원 유지: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교지에 없다는 이유로 후원을 중단하는 것은, 부상당한 군인을 치료 없이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선교사의 회복과 재배치 기간 동안 재정 지원을 반드시 지속하거나, 필요하다면 특별 위로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필요 지원:
교회가 가진 자원(예: 교회 소유 사택, 빈 집, 차량)을 활용하여 임시 거처나 차량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으로의 통합:
선교사를 '특별한 손님'이 아닌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교회 소그룹이나 모임에 참여하며(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3) 선교단체와의 협력
후원교회가 선교사의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기보다, 전문성을 가진 선교회(파송단체)의 멤버 케어 방침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선교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교회가 도울 수 있는 부분(재정, 기도, 공동체 지원)에 집중하고 전문적인 영역(상담, 디브리핑)은 선교회가 주도하도록 협력합니다.
요약하자면,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는 영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이들에게는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전문적인 심리/영적 돌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재정적/시간적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선교회와 후원교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거룩한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