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사진회고
<현재 한국사진의 지형을 중심으로>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한국사진은 최근 10 여년 사이에 새로운 지형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사진문화의 주체가 과거에 비해서 좀 더 세분화 된 것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 중 하나이다. 물론 사진이나 미술을 전공한 작가들이 여전히 사진문화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문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다양화 된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른 한쪽 축은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통적인 아마추어사진가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공모전제도에 집착하면서 추천작가, 초대작가 등에 선정되는 것을 사진작업의 최종목표로 삼고 있으며 여러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것도 이들에게는 작가로서 활동 중에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서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점점 더 높아져서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문화적인 퇴행을 거듭하고 있으며 정치적이면서도 상업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만학도로서 대학에 진학하여 학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이고 퇴행적이다.
현재 한국사진은 과거와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풍경 중 하나가 하이 아마추어사진가의 등장이다. 이들은 과거의 아마추어사진가들처럼 공모전사진에 집착하지 않고 전공자 못 지 않게 진지한 태도로 사진작업을 한다. 기술적인 것에 대한 학습뿐 만 아니라 사진사, 사진미학, 철학, 미술사 등과 같은 이론공부를 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정형화된 형태의 공모전사진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여 갤러리에서 주관하는 포트폴리오공모나 해외포트폴리오공모에 출품하거나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주제가 분명한 단체전에 참여하는 것을 작가로서의 활동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사진잡지를 구독하거나 이론서, 작품집 등을 구매하여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서 사진문화 발전에 공헌하는 이들도 많다.
서울의 경우 사진전문 갤러리에서 대관하여 전시를 하는 것도 수적으로 이들 하이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일부 하이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전업 사진가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올해 서울사진축제는 본 전시에 하이아마추어 사진가가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작년에 개최된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에서는 아마추어사진가들이 수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아마추어사진가들이 학부나 대학원에서 뒤늦게 사진을 전공하는 경우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대학에서는 신생아 출생률 저하로 인하여 고3수험생이 줄어들어 몇 년 전부터 신입생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2020학년도가 되면 고3 수험생이 40만 명으로 줄어 들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신입생 정원을 채우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사진제도내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는 것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사진아카데미만 침체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진제도 전반에 걸쳐서 활기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발생 할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우선 사진전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거 / 10 여 년 전에 비해서 주목 할 만 한 신인작가의 등장이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기존 작가들의 활동도 2000년대 중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침체되었다. 경제적인 상황이 지난 9년 사이에 많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작업을 지속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열악한 것도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신인 작가가 사진제도내에서는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사진제도를 벗어나 미술계 전반에서 사진만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활동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사진전공자들의 활동이 침체되고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사진전공자들이 지나치게 사진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제도내에서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한계지점이 존재한다.
개인전이나 단체전뿐만 아니라 대규모 사진행사도 장기적으로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올해 7월에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행사인 동강국제사진제가 개최되었다. 올해 동강 사진상 수상자는 원로 사진가 정동석 이었는데 수상자의 회고적인 전시 외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본 전시는 전시의 주제와 실제 전시작품이 그다지 개연성이 없어 보였다. 즉 전시타이틀이 전시작업의 내용과 간극이 존재하여 전시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 외 나머지 전시는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는 완성도를 발견 할 수 없었다.
또 지난 2006년부터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사진행사인 대구사진비엔날레는 10년이 자났지만 2012년 이후로는 행사전반의 완성도가 퇴행을 거듭하였고, 올해 초에 행사를 주관하는 법인체가 해체되었으며 전시기획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행사주관이 이관되었다.
현재 과거의 조직위원회나 운영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이 다시 꾸며져서 내년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다지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2006년에 사진비엔날레를 처음 시작할 때의 상황과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형식적인 총회와 회의를 거치면서 법인이 해체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지만, 비엔날레에 대한 지식 및 전시기획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은 대부분 배제되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미래가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대구시 고위층의 무관심 및 관계자들의 사명감 결여와 사적인 욕심이 가장 걸림돌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0년부터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는 서울사진축제는 올해가 총감독제로 개최되는 마지막 행사이고 내년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접 기획하고 주관한다. 사진을 전공한 기획자가 참여 할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을 전공한 기획자로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한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면 충분히 예상되었던 결과다.
내년부터는 처음행사와 마찬가지로 소공동 본관에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행사 외에도 한국사진의 중요한 ‘인프라infra’라고 말 할 수 있는 사진미술관이나 사진전문 갤러리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서울과 부산에 자리 잡고 있는 사립사진미술관은 진보적이지 못하고 보수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 사진전문 갤러리는 지나치게 사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새로운 작가발굴이나 사진작품판매에 큰 성과를 보이는 갤러리는 소수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기존의 상업 화랑이 큰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이 시대의 예술지형에서는 사진전문 갤러러에 집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현재 한국사진의 현실을 살펴보았는데 사진제도내의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사진이 사회적으로 확장되면서 위상이 높아졌고, 미술제도 전체에서는 과거에 비해서 비중이 커졌다. 그러므로 사진문화가 발전하고 사진을 매체로 다루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려면 예술 혹은 사진에 대한 경직된 태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또 사진행사가 발전하고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려면 사적인 욕심을 최대한 억제 할 수 있는 전문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행사에 참여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사진애호가나 하이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학문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사진을 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사진문화를 비롯한 문화예술이 좀 더 발전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