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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고, 가게 안에서 소비하는 경우에도 쓰레기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베이커리에 가면 이미 포장이 된 빵만 있는 경우도 있었고, 분식집 안에서 떡볶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다회용이 아닌 일회용 용기와 나무젓가락(그리고 비닐 포장재), 플라스틱 수저를 받았다. 요즘 일회용을 엄격하게 규정한다는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매장에서 마시고 간다고 하니 다회용 용기에 음료가 내어져오긴 했으나, 플라스틱 빨대가 당연하게 꽂혀 나왔다.
▲ 유리잔에 빨대가 당연하게 꽂혀 나오는 음료 ⓒ복음과상황 김다혜 |
▲ 이미 비닐포장이 된 쿠키들, 선임 기자가 가져감. 정기구독자에게 드렸다고 함…. ⓒ복음과상황 김다혜 |
‘매트릭스(Matrix)’급 능력이 필요한, 플라스틱 피하기
당연하지만 생각해보지 못한 발견도 있었다. 구매 목록이 없는 날은 쓰레기가 나오지 않았으나(7월 31일), 무언가를 구입하면 반드시 쓰레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면 줄어드는 쓰레기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미 포장되어 있는 상품의 포장재는 피할 수 없다. 뜯는 순간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그렇다면 (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려면)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건가?
▲ 뜯는 순간 쓰레기가 되는 과자 비닐 ⓒ복음과상황 김다혜 |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충동구매 같은 경우엔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문제지만, 생필품의 경우엔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 쓰레기통에 바로 버려지는 것만이 쓰레기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최근 다 쓴 화장품 용기는 포장재가 플라스틱이다. 내용물을 다 쓴 용기(플라스틱)를 버리고 새로운 (플라스틱에 담긴) 화장품을 사게 될 것이다. 정말 많은 화장품들은 플라스틱으로 이중 포장을 하는 식이고, 아주 소수의 화장품 정도가 유리병에 담겨서 판매된다. (그리고 그런 화장품을 살려면 열심히 검색을 하는 등의 ‘발품’도 팔아야 하며 플라스틱에 담긴 무수한, 쉽게 살 수 있는 화장품들을 ‘외면’해야 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혹은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은 상품을 접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플라스틱 소비의 쉬운 ‘접근성’, 그로 인한 ‘간편함과 저렴함’은 플라스틱 소비를 부추긴다.
▲ 사무실 물품을 고르는 중, 플라스틱류로 채워지는 장바구니 ⓒ복음과상황 김다혜 |
문득, 내가 아낀다고 될 일일까 싶었다. 무언가를 사기만 하면 쓰레기가 생기는 시스템. 가게에서 먹겠다고 했는데도 당연하게 주는 일회용품. 한 개인으로서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과 책임감도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측에도 쓰레기로 버려질 것을 ‘덜 만들도록 하는 구조’가 요구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과연 현대인들은 죽어서 흙만 남길 수 있을까.
김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