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문학행사 참석 후기】
원로 문인 배인환 시인 · 수필가를 만났던 날
― ‘만년 청춘’ 원로 문인과 동태탕과 막걸리를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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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문학행사 참석 후기】 원로 문인 배인..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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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문학행사 참석 후기】
원로 문인 배인환 시인 · 수필가를 만났던 날
― ‘만년 청춘’ 원로 문인과 동태탕과 막걸리를 즐기며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국화 향기 그윽한 어느 가을날, 대전 선화동 옛 충남도청.
창의문학관(관장 한철수 시인)이 주최한 ‘제2회 소정 정훈 문학제’.
▲ 대전 선화동 옛 충남도청에서 열린 <소정 정훈 문학제> 초대장
이 뜻깊은 문학행사가 끝나고 인근 동태탕 집에서 배인환 원로 시인을 만났다.
행사 ‘뒤풀이’ 형식의 음식점엔 수많은 문인이 자리를 함께했지만, 필자가 배인환 원로 시인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렇다. 행운이다. 배 시인은 앞자리의 문인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대전의 문학단체 ‘田園 동인’들이라고 했다.
처음 마주한 낯선 문인들에게 필자의 문단 경력을 소개해 주니, 굳이 명함을 교환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윤 선생은 수필 문단에서 잘 알려진 유명한 분이에요. 글이 참 좋아요. 공직자 출신으로서 애국심도 대단한 분이지요.”
과분하다. 원로 문인은 처음 동석한 분들에게 과분하리만치 필자를 추켜세우니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애국심이 대단한 분’이라고 소개하는 대목에선 왠지 뿌듯했다. 역시 덕담을 즐기시는 원로 시인은 상대가 ‘듣기 좋은 말씀만 골라’ 소개해 주시는구나 싶어 남다른 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더욱이 동석한 문인들이 배 시인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전원 문학동인’이라고 하니, 인간적인 친숙함이 느껴졌다.
배인환 시인의 초대로 ‘전원 문학 합평회’에 여러 번 참석한 인연이 있다.
잊지 못할 사연도 많다. 앞서 ‘애국심’이란 말씀이 나왔으므로, 이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언젠가 전원 문학회 초대손님으로 참석했는데, 좁은 공간의 음식점 벽에 태극기를 걸어 놓고 애국가 제창이며 국기배례를 엄숙하게 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했습니다.
비록 규모가 작은 문학회 행사였지만 국기에 대한 의식은 그 어느 대규모 국가 행사 못지않았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일간지 칼럼으로 썼습니다.”
※ 참고 : 관련 일간지 칼럼 :
◆ 윤승원의 세상 風情 (2012.04.19.)
어느 작은 문학회의 인상 깊은 국기 배례 - 원로 문인들의 남다른 애국심
윤승원 논설위원
“우리 문학회가 이번에 백 번째 모임을 합니다. 작품 낭송도 하고 합평도 하는 자리입니다. 조촐한 자리지만 꼭 모시고 싶습니다.”
대전의 문학모임 ‘전원에서’ 회장을 맡은 배인환 시인의 전화였다. 고희를 넘긴 백발의 원로 시인인데도 ‘만년 소년’이라는 별명답게 언제 들어도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싱그러운 목소리에 순진무구한 정이 넘친다.
농담은 또 좀 잘 즐기시는가.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만 골라 꼼짝 못 하게 한다.
“우리 회원 모두가 윤 선생님을 꼭 모셔야 한다고 결정한 일이에요.”
이렇게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자리가 어디 있는가. 더욱이 ‘백 번째 모임’을 기념하는 자리라고 강조하는데, 제백사(除百事)하고 참석해야 할 일이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목련이 활짝 핀 골목을 지나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에 나갔다. 낯익은 여러 문인이 반갑게 맞아주는 가운데, 임강빈 원로 시인과 변재열 대전 시인협회장도 특별손님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 대전의 문학모임 ‘전원에서’ 회장인 배인환 시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은 문학모임에 웬 ‘태극기’인가.
비좁은 식당 방에 애초부터 설치돼 있었던 태극기가 아니었다. 깃대를 별도로 만들어 태극기 2장을 쌍으로 걸어 놓은 광경이 유독 이채롭게 보였다.
▲ 이 모임의 사무국장인 양태의 시인이 손수 만든 ‘펼침 막’과 제작에 남다른 정성과 공력이 들어간 ‘태극기’
행사명을 써 붙인 ‘펼침 막’과 함께 양태의 시인(교육자)이 손수 만든 것이라고 했다. 시인의 남다른 정성과 공력이 한껏 묻어난다.
식탁 위엔 나요당 여류작가가 준비한 분홍 꽃이 화사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독창적인 개성이 돋보이는 분위기였다.
“죄송하지만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건한 ‘국민의례’가 시작됐다. ‘국기에 경례’에서는 언제 준비했는지, 소형 녹음기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순국선열과 작고 문인에 대한 묵념’순서에서도 숙연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작은 문학 모임에서 이런 의식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건한 ‘국민의례’가 시작됐다. 소형 녹음기에선 애국가가 흘러나와 분위기를 한층 엄숙하게 했다.
이른바 체제를 부정하는 일부 좌파 단체에서는 공식행사에서도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다. 태극기에 예를 표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대신 ‘산 자여 따르라~’는 투쟁성 행진곡을 부른다.
지나친 개인주의 시대에 애국심마저 실종됐다고 개탄하는 어르신들은 “이런 정신 상태로 어떻게 나라를 선진화시킬 수 있느냐”고 걱정한다.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오신 나의 장형은 미국 여행을 하면서 주택가에서도 성조기가 걸려 있는 집을 자주 보고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침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국기에 대한 맹세’는 ‘정식행사’에서만 행해진다.
2010년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된 ‘국민의례 규정’은 애국가 제창이나 연주를 생략하는 ‘약식 절차’를 인정하고 있다. 기관·단체는 이를 준수해야 하고, 민간은 자율적으로 준용토록 하고 있다.
이날 문학 모임에서 모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경건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바라보고 나서 그런지, ‘행사의 무게’가 느껴지고, 낭송 시의 느낌도 여느 때와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임강빈 시인이 직접 낭송한 ‘군중’이라는 시도 그랬다.
“고암 이응노 미술관에 들렀습니다 / ‘군상’ 앞에 섰습니다 / 군중이 우르르 몰려옵니다 / 웅성거립니다 / 고함이나 욕설이 보이지 않습니다 / 고독도 없습니다 / 손과 손이 / 하늘 향해 높이 움직입니다 / 걸어가는 / 발자국 소리가 가볍습니다 / 참, 조용한 시위이구나 / 별천지에 와 있습니다”
좀처럼 듣기 어려운 원로 시인의 낭송 시였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아~”라는 감탄과 함께 “좋네요!”라는 짧은 감상평 외엔 군더더기 붙이기를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양태의 시인의 시 ‘판암동 포도밭’도 그랬다. 깃대를 손수 만들어 태극기를 달고 ‘국민의례’를 진행한 주인공이다.
한평생 교육자로 헌신해온 시인이 왜 이런 시를 지었는지 곱씹게 했다.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겨울잠 깬 포도밭에 검정바람 이네 / 8월에 익는 4월 포도밭에 흙비 뿌리네 / 안개 자욱한 미지의 낮밤을 유빙처럼 / 우리들 포도밭 / 본류가 떠내려가네 주류가 떠밀려가네”
세태를 걱정하는 원로 시인의 시어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켜왔는가, 애국심을 드러내는 기성세대를 수구 보수로 매도하며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검정 바람’이 아닌가.
‘본류가 떠내려가고 주류가 떠밀려가는’ 상황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기성세대의 자탄(自嘆)을 읽었다.
차기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은 이분들이 소외감을 품지 않도록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었으면 한다. (2012년 4월 19일 금강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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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전원 동인’들이 남다른 소속감과 유대감 넘치는 목소리로 공감하면서 동지 의식과 같은 따뜻한 눈길을 보내 주었다.
집에 돌아와 행사장에서 받아온 책을 펼쳐 보았다.
순수 문예지 《창작세계》 2024년 하반기 20호에는 <배인환 시인 특집>이 실려 있다.
배인환 원로 문인으로부터 ‘애국심이 남다른 수필가’라는 과분한 칭찬을 들었으니,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답’이란 게 특별하지 않다.
문예지 특집에 실린 배인환 시인의 인상 깊은 ‘화보’와 ‘인터뷰’ 내용을 문단에 알리는 일이다. ‘문단의 역사’ 일뿐만 아니라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문인을 소개하는 일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원로 문인에게 문단의 후배로서 존경심을 표하는 일이다. 그 어른의 사랑을 넘치게 받은 것에 비하면 성의가 미치지 못하지만, 존경과 경의를 드리는 순수한 마음에서 특집을 소개한다.
원로 시인의 맑고 순수한 표정과 문학에 대한 열정 넘치는 인터뷰 행간에서 ‘만년 청춘’을 읽는다. (별첨 참조) ■
2024. 11. 9.
윤승원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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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세계》 2024. <배인환 시인 특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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